
매 주일 새벽 동대구역에서 무료배식봉사를 하고 있는 청년국 소속 ‘청년사회복지회’, 이들의 활동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년사회복지회 양호창(안토니오, 삼덕젊은이성당) 회장은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하느님께 많은 은총을 받았다는 생각에 이 은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던 중 ‘작지만 우리 힘으로 함께 나누자.’는 뜻으로 10여 명의 청년들과 함께 대구역에서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면서 “명칭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삼덕성당 청년회 무료배식봉사’, ‘청년 빈첸시오’라는 이름에 이어 지금은 ‘청년사회복지회’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10년 넘게 봉사하던 중 대구역에는 무료배식봉사팀이 여럿 있지만 동대구역에는 생각보다 그 수가 적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양 회장과 회원들은 서로 상의한 끝에 2012년 4월부터 동대구역으로 장소를 옮겼다.
양 회장은 “본당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뜻으로 모인 30대-40대의 회원들 12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 6-7명이 매주 꾸준히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일 새벽에 배식을 하기 위해 회원들은 토요일 오후 3-4시쯤 삼덕젊은이성당의 주방으로 모여 밥, 국, 김치를 포함한 3찬으로 구성된 식단을 준비하기 위해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든다. 재료 준비는 주로 남자회원들이, 음식을 만드는 것은 여자회원들의 몫이다. 양 회장은 “여자회원들의 음식솜씨가 워낙 좋고,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천연재료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다들 너무 맛있게 드신다.”고 했다. 이렇게 준비한 음식은 냉장고에 잘 보관해두었다가 다음 날 새벽에 싣고 동대구역으로 향한다.
배식이 약속된 시간은 매 주일 새벽 6시 30분, 그러나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양 회장은 “동대구역 부근에 계시는 노숙인, 홀몸노인들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타고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여름에는 100여 명, 겨울에는 60-70명 정도 오시는데 그분들과의 약속이기에 주일이 명절 당일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일 년 내내 꾸준히 배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식이 끝나면 회원들은 식판과 식기류를 챙겨서 성당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하고, 다 같이 모여앉아 기도모임과 나누기를 한다. 마지막으로 다음 주 준비에 대한 회의를 하고 나면 이번 주 봉사는 모두 마무리 된다.
매 주일마다 새벽에 하는 무료배식봉사,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양 회장은 “주중에는 학교와 직장에서,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하다보면 자신에게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 주일 새벽이다. 몸은 힘들 수 있지만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매주 봉사하는 것을 대단하다고 응원해주시는데,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하나의 취미생활”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경제적인 부분이 여의치 않으면 꾸준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매주 적지 않은 인원의 식사준비에 필요한 경비에 대해 양 회장은 “본당신부님과 신자분들, 그리고 주변에서 소리 없이 많이 도와주신다. 부족한 부분은 회원들이 채우기도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회원들이 본인이 받은 보너스를 선뜻 내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이렇게 봉사에 필요한 운영비뿐만 아니라 음식재료나 반찬을 직접 만들어주시는 분들도 있다. 양 회장은 “매주 반찬 한 가지씩을 직접 만들어 새벽에 배식장소에 살짝 두고 가시는 신자 분도 계시고, 어느 날 배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어머니께 드릴 생선을 사러 재래시장에 들렀는데 몇 주 동안 나를 지켜보시던 생선가게 사장님께서 이른 시간에 어딜 다녀오느냐고 물으시길래 배식봉사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그때부터 2주에 한 번 꼴로 해산물을 제공해주신다.”면서 “처음 시작할 때는 운영비가 빠듯해서 걱정도 했었는데 주님께서 항상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로 채워주신다. 그럴 때마다 결국 우리 뜻이 아니라 그 분의 뜻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고 하였다.
그날의 봉사가 끝나면 양 회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이라도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의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 감사합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낸다.
그동안 큰 바람없이 봉사해 왔지만 요즘 양 회장에게는 작은 소망이 두 개 생겼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회원 모집과 의자 마련. 양 회장은 “오랫동안 지금의 회원들과 함께 해 오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면서 “언제든지, 누구든지, 일회성이든 지속적이든 부담없이 와서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매주 배식을 하면 식사하시는 분들이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아 식판을 들고 서서 드시거나 바닥에 앉아서 불편하게 드신다. 게다가 비나 눈이 오면 피할 곳 조차 여의치 않다. 그 모습에 양 회장은 “밥 한 끼 드시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앉아서 드실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하고 싶은데 금전적인 부분과 매주 의자를 실어나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 고민이지만, 결국 그 분께서 다 알아서 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계속 해 나갈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로서 받은 은혜를 나눌 뿐”이라며 그 흔한 사진 한 장 찍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청년사회복지회. 드러내기 보다는 그저 봉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그들의 활동에 앞으로도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드린다.
* 청년사회복지회 무료배식봉사에 함께 할 청년들을 기다립니다.
삼덕젊은이성당 : 053 - 422 - 6691 / 양호창 회장 : 010 - 8211 - 8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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