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교형자매 여러분의 가정에 부활하신 주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죽음을 이기신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 가운데 살아계시면서 우리가 당신과 함께 영원한 생명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이끌어 주십니다. 지난 사순절 동안 거룩한 전례를 통해 주님의 수난을 묵상해 온 우리는 이 부활의 아침에 이 지상에서 이미 영원한 생명의 기미를 느낍니다. 그것은 변천하는 세상을 여행하는 우리가 영원한 고향을 그리워하도록, 또 우리 삶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잊지 않도록 도와주시는 주님의 은총입니다.
부활을 믿고 바라며 사는 그리스도인은 부활을 믿지 않는 이들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인생의 최종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부활을 믿는 사람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지만 무병장수를 삶의 목표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재물과 명예가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최선은 아닙니다. 가장 좋은 것, 한 번뿐인 인생을 통해 반드시 이루기를 바라는 한 가지는 바로 주님과 함께 부활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고, 인생 전체를 결정하는 기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세상 물결에 휩쓸리거나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님과 함께 수난하고 부활하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약하다는 것을 잘 아시기 때문에, 이런 연습의 기회를 자주 만들어주십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비롯한 거룩한 성사들과 전례를 통해서, 또 성경 말씀과 기도 가운데서 예수님의 현존을 느낍니다. 부활하시어 이제 다시는 죽지 않으시는 분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부활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점점 강해집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한 가지 훈련은 바로 고통 중에 있는 형제들을 통해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에 대해 가르치시면서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병든 사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외로운 사람들 가운데 계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25,31~46 참조)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신 주님의 모습을 소외된 이들 가운데서 발견하고 그분께 봉사하는 것은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부활을 위한 훈련이기도 합니다. 나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는 것, 남의 짐을 함께 져 주는 것, 내 시간과 재물과 노력을 내어놓는 것을 통해 실제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고, 바로 그 안에 영원한 생명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대림 첫 주에 발표한 사목교서에서 올해 교구의 사목 지표를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로 정한 바 있습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분께서 이미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고 계시니 지체들도 함께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것은 우리 신앙인 모두의 본분이지만, 또한 우리 각자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희생과 봉사의 기회를 통해 부활의 기쁨을 체험하도록 부르시는 주님의 은총의 초대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모든 교우들 안에 심어주신 부활에 대한 믿음이 점점 자라나고 튼튼해져서 마침내 불멸의 열매를 맺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2015년 4월 5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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