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조나무 성당에 다녀오면
고해하지 않아도 죄 다 사해진 거 같네
이슬바심 발목 적시며 아침마다 다녀오네
나뭇잎 사이 빛나는 햇살 성체조배라네
허물이래야 기껏
발치에 매단 매미 허물 몇 개가 전부인 나무는
하지만 단 한 번도 내 허물 탓한 적 없네
매미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제 허물 나무에 고스란히 벗어두고 승천하였네
땅 속 궁구가 그 어떤 뜻에 다다랐을 때
기도하는 자세 그대로 거듭난 것
뒷덜미의 날카로운 상처는
거듭난 영혼의 예리함을 보여주지
찢어지는 저 울음소리가 그걸 말해준다네
푸른 그늘 서늘한 나뭇잎 궁륭은
잠시 경건해지기 적당한 높이라네
일테면 내 가슴에도 서늘한 궁륭이 따라 생기지
푸조나무 성당에 다녀오면
내 죄 다 사해진 거 같다네
* 엄원태(본명: 엄붕훈): 1990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조경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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