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영남교회사연구소 발간 《옛 공소의 어제와 오늘》에 보면 “공소는 본당 신부가 상주하지는 않지만 본당에 속한 신자 집단으로 인정한 교우촌 또한 교우촌에 전례와 성사를 집전하기 위하여 마련한 장소를 말한다. 신부가 상주하지 않아서 매일 혹은 매주일에 미사가 집전되지 못하지만 그 대신 공소회장을 중심으로 첨례를 보거나 공소예절이 행하여지며, 정기적으로 신부의 방문을 통하여 미사와 성사가 이루어진다.
한국천주교회는 처음부터 선교사의 파견 없이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창립되었기 때문에 공소의 성격을 띤 교회 창립이라 할 수 있다. 박해시대 당시에는 모든 신자촌에 신부가 상주할 수가 없었으므로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공소에는 순회전교를 하는 선교사들이 정기적으로 공소를 방문하여 미사와 성사를 집전하였다.
한국천주교회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공소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은 한국천주교회 창립 초기부터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 교회가 창립되었기에 공소의 성격을 띤 신앙집회였기 때문이다. 공소의 형성은 1791년 신해박해 이후 각 처로 흩어진 신자들에 의해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어려운 박해 중에서도 복음이 전파되어 공소가 늘어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해본다면 첫째, 신자들이 참된 그리스도의 삶으로 외교인들에게 좋은 모범적인 삶을 보여주었고 둘째, 흉년이나 질병이 전국적으로 휩쓸었을 때 특히 전교가 잘 되었는데, 그것은 공소의 신자들이 공동생활로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 사랑으로 먹을 것을 나누고, 전염병에도 겁내지 않고 외교인에게 대세를 주고 장례를 잘 치러 줌으로써 그들에게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며 셋째, 병자들에게 공소회장들이 대세를 주고 기도와 자연 요법에 의해서 병을 낫게 해 주면 완치된 사람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깨닫게 되어 박해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기 생명을 구해주신 하느님에 대한 열심한 신앙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공소는 우리 신앙공동체의 뿌리요, 요즘 소공동체 운동의 전신이라고 본다. 공소공동체는 소공동체의 특징인 신앙생활의 공동체, 현장 교회, 더불어 사는 신앙과 사랑의 공동체로서 세상을 복음화 하는 장소였다.
이문희 전 교구장께서 《옛 공소의 어제와 오늘》 100주년 기념 자료집 축사에서 “교구 설정 100주년을 내다보면서 대구교구 내의 옛 공소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는 일은 교구의 뿌리를 캐는 작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공소는 한국천주교회의 뿌리이고, 신앙공동체의 고향이다. 공소 살리기 운동은 신앙공동체의 뿌리 찾기 운동이다. 신앙이 전파되고 교회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역사와 인물을 담고 있다. 이러한 공소를 신앙의 유산으로 보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공소는 이제 전례를 행하는 장소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도·농 교류의 장, 농촌 체험의 장, 문화 공간, 도시 본당의 개인이나 가족 또는 단체 피정을 위한 장소, 쉼터, 힐링(healing)의 장소, 농산물 직거래장 등으로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고, 더불어 살며 모두를 살리는 도농생명공동체를 이루는 생명 살리기 운동으로 공소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안동교구에 1997년 우리농촌살리기운동 본부가 결성되면서 1999년 현재 서울대교구 교구장이신 염수정 추기경께서 본당신부로 계셨던 목동성당과 안동교구 쌍호공소가 교류를 본격화 하면서 도·농 교류와 도·농 직거래가 본격화 되었고, 이 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공소가 있는 농촌과 산골이 이농 현상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신자 수가 급격하게 줄게 되었다. 해평읍의 경우 약 2만 명이던 인구가 2천 명으로 줄었고 전교생이 2천 명이던 해평초등학교가 2013년 입학생이 8명으로 줄었다.
선남본당 상신공소의 경우 총 3세대가 살고 있다. 더욱이 고령화 현상으로 신자 수는 앞으로 급격히 준다고 본다. 신자수가 줄면서 공소가 점점 공동체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 3대리구에는 26개의 공소가 있다. 매주일 미사를 하는 곳은 4곳, 한 달에 한두 번 미사를 하는 곳은 6곳이다. 나머지는 본당으로 미사를 가면서 점점 폐쇄되어 가는 공소가 늘고 있다. 신자수가 줄면서 재정 악화를 가져오고, 공소 자체 재정으로는 공소 건물을 유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흉물로 변해가는 공소가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으로 공소 건물에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그러나 공소 자체 힘으로 공소를 살리기는 역부족이다. 도시 본당이 공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본다. 3대리구에서는 1본당 1공소 맡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1개 본당이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잘 되면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지역이나 대리구에서 한두 개 공소를 맡아 매년 살려 나간다면 머지않아 공소들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원로신부님들이 공소에 기거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공소에 계신다면 공소는 획기적인 발전이 있으리라고 본다. 또한 뜻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공소를 맡는 방법도 있다고 본다.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공소 살리기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
교구 100주년을 보내면서 우리 신앙공동체의 뿌리였던 공소를 다시 살리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신자가 없다고 버려둘 것이 아니라 공소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 2015년 교구장 사목교서의 표어인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를 실천하기 위하여 교회 안에 소외되어 있는 공소를 살리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한다.(사진설명 : 허물어져 가는 선남성당 관할 용암공소-외부(좌)와 내부(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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