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힘들고 어수선했던 갑오년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 강원도 횡성 오지 산골마을 이야기,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 내외가 76년 동안 펼쳐왔던 삶과 사랑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화 한 진모영 감독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가 1000만 관객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의 압도적인 관람으로 이변을 낳았고 아직도 IPTV를 이용하거나 웹하드로 관람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여운을 던져주고 있다.
또 일본의 시바타 도요라는 100세 할머니가 장례비용으로 모아 놓은 100만엔으로 발간한 시집이 100만부나 팔려 일본 사회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는 내용의 글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었다.(100세 노인의 외롭고 힘든 삶을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고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는….) 국내에도 100세 이상의 장수노인의 숫자가 200명이 넘어섰으며, 조만간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전 세계에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어 세계적인 장수국가인 일본을 앞지르고 있으며, 고령사회의 위기(Aging Risk)에 대한 여러 측면의 우려가 제기되고 대비책 마련 또한 요구된다.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고령화비율이 2000년에 7%를 넘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810만 명의 은퇴와 노인인구의 편입이 본격화되는 2016-17년에 이미 고령화비율 14%이상으로, 그 뒤 10년 후인 2026-27년에는 20%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교구 노인사목 담당 박상용(요한) 신부님께서 <빛>잡지 1월호에 게재한 「노인사목이야기」에서 소개된 내용이지만 2013년 말 대구대교구 교세통계에 의하면 477,213명의 세례교인 가운데 16.38%의 78,057명의 신자가 65세 이상으로 각 본당은 시민사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미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이와 같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으로 인하여, 2명 이하의 생산가능 인구(15세-64세)가 노인 1명을 부양해야 되는 높은 부양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등 장수가 사회적으로 행복한 현상만이 아닌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회고령화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종교적 측면에서 가톨릭 또한 교회 나름대로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더욱 진행되고 있는 사회 양극화와 빈부격차로 인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과 노인빈곤문제, 치매와 같은 질환과 각종 질병에 의한 요양과 의료문제, 노인자살과 독거노인의 고독사, 심지어 노인의 성 문제 등 풀어 나가야 할 현안문제를 안고 있고 지방정부와 보건복지부 등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으나 그렇다 할 만한 성과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동시에 이러한 제반 사회적 상황 속에서 교회의 울타리 안에 있는 신자들의 고령화 현상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앞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가톨릭교회의 제반 사목활동에 활력이 떨어지는 등의 대응책 마련이라는 1차적 관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령화 된 교회의 활성화와 복음화라는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소외계층으로서 노인문제에 대한 가톨릭의 관심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124위 시복시성 행사를 위하여 방한하셨을 때 보여주신 말씀과 행동에서, 2015년도 한국주교단 사도좌 정기방문 행사인 ‘앗 리미나’에서도 교황님께서 사회적으로 외면받는 노인들을 교회가 끌어안아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대구대교구에서도 제2차 시노드에서 채택된 주제 가운데 하나인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의 관심과 배려”를 교구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이정표로 삼고 실천해 나가자고 결의하였으며 2015년 교구장 사목교서를 통하여 조환길 대주교님께서는 고령으로 인한 소외 때문에 고통을 겪는 노인들을 위한 배려를 본당의 사목계획과 사목활동에 반영하여야 함을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교구소속 각 대리구와 본당이 지역사회에 열린 공동체가 되어 지역주민들과 함께 연대하여 신자, 비신자 구분없이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배려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앞장서서 추구하는 가운데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매진”하자고 구체적으로 요구하였다. 또 교구장께서 지난 1월 29일 몸소 사회복지회 상임이사 이정효(예로니모) 신부 등과 함께 학산종합사회복지관 무료급식소에서 노인들을 위한 급식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실천적 행보를 보였다.
이제 각 본당 차원에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그리고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교회와 지역사회에서 고령으로 인한 각종 질환과 질병, 빈곤과 소외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는 노인들의 활력있는 본당 생활과 전교를 위하여 운영되고 있는 노인대학과 시니어평생대학연합회 활동에 대한 소개와 함께, 논의의 장을 열고자 한다. 교구 내에 지난 3월 12일 동인본당(주임: 정재성 사도요한 신부)에서 시니어평생대학이 개설되어 54개 본당에서 노인대학이 운영되고 있다.(각 본당마다 어르신 성경대학 등 다양한 명칭을 쓰고 있다.) 각 본당에서는 본당 소속의 노인과 지역 어르신에게 개방된 노인대학 운영을 통하여 성경공부는 물론 인문 교양 및 보건 의료 건강관련 특강, 성가 부르기와 레크리에이션을 즐기는 가운데 담임 봉사자 선생들과 함께 간식 또는 점심을 나누며 취미교실, 성모 성월 꽃 바구니 만들기, 천연비누 등 친환경제품 만들기, 성가 경연대회, 봄·가을 소풍 또는 농산어촌 체험학습여행, 수학여행을 겸하는 국내외 성지순례 등 각 본당 실정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하여 노년층의 건강하고 활력있는 신앙생활을 돕고 지역사회에 대한 전교와 복음화에 나름대로 기여해 왔으나 지역사회에 열린 공동체로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앞으로 더욱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각 본당 노인대학의 활동양상은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주임신부님의 관심과 애정, 수녀님들의 참여여부, 본당의 재정형편, 본당 별 노인대학의 연륜과 경험의 축적여부, 학장과 봉사자 선생의 열정·경험축적의 차이 등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이와 같이 노인대학 운영체제와 형태, 프로그램 내용이 각 본당별로 다른 것은 각 본당의 사목적 상황이나 재정형편, 도시·농촌의 지역적 편차, 노인대학 학장과 봉사자 선생의 역량 등 나름의 원인이 있다. 이에 시니어평생대학연합회는 박상용 신부님께서 노인사목담당으로 부임하면서 기존의 노인대학연합회를 현행 시니어평생대학연합회로 명칭을 바꾸고, 복음화를 위한 교구 산하 단체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각 본당 봉사자 성경공부는 물론 봉사자 피정, 본당 별 프로그램 기획과 개발의 공유를 위한 레크리에이션 연구와 연수, 봉사자 사기진작을 위한 일일여행 및 봉사자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또한 작년에는 처음으로 노인의 날 행사를 교구장님 주관 합동미사와 성가경연대회로 개최하였는데, 2000명이 넘는 어르신과 봉사자, 가족들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서두에서도 밝혔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특히 교회 안에서 진행되는 가톨릭 고령화의 현실을 사목적으로 극복하고, 지역사회에 열려있는 지역공동체로서 본당의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본당의 노인신자는 물론 지역의 어르신과 이웃의 복음화를 위하여 노인대학과 시니어평생대학연합회에 많은 역할이 요구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니어연합회가 여태까지 여러 활동을 수행하여 왔지만 각 본당 노인대학 봉사자들의 역량을 개발하고 프로그램 다양화를 위한 노력은 물론 시니어를 위한 인문학 강좌와 다양한 취미, 여가활동을 위한 사진활동, 다도활동, 성가합창 교실, 여행클럽 등을 연다든지 전문가들의 지원을 통한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 창출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년도 시니어평생대학연합회 사업계획으로 예정되어 있는 노인사목 발전을 위한 세미나 개최는 물론 이를 통한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수렴으로 각 본당 노인대학 발전과 시니어평생대학연합회 사업활동의 전향적 발전방향을 모색,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세미나를 통하여 고령화 사회에 있어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효(孝)의 개념이 실종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노인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사회적 인식과 노인사목의 중요성을 각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열린 공동체를 지향하는 가톨릭교회의 복음화를 위한 노인사목과 노인대학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공론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이 절실히 요청됨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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