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백백합보육원 출신 해외입양인입니다. 한국에 가서 백백합보육원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아기 때 있었던 방도 보고 싶고 제가 처음 버려졌던 장소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가족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도와주세요.”

1915년 수녀원 설립 이래 백백합보육원을 거쳐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독일 등 해외로 입양된 이들이 성장하여 자신의 뿌리를 찾아 모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친부모를 애타게 찾고 있는 이들이 친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빛>잡지 형제자매들의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오월 저의 생일날, 케이크에 어머니를 위한 촛불을 하나 더 켜 놓습니다. 촛불을 끄며 기도를 바람에 띄워 날려 보냅니다. 기도가 바람을 타고 바다 건너 어머니의 귓가에 다다라 제 모든 소망을 어머니께서 들으시게요. 그렇게 된다면 저는 벅찬 기쁨과 감사로 몸을 제대로 주체할 수 없을 거예요. 그 희망의 바람이 어머니의 슬픔의 조각들을 말끔히 날려버리고 어머니 마음에 소박한 평화만을 남겨두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사랑해요.”
지 루이스 써니(한국 이름: 김지훈) 씨의 절절한 사모곡이다. 그는 1985년 3월 8일 밤 11시경 중구 남산초등학교 옆 허점일(당시 57세) 씨 집 문 앞에 유기된 것을 허 씨가 발견하여 이튿날 아침 남산 3동 파출소에 신고했다. 아기 포대기 안에는 ‘1983년 5월 17일 김지훈’이라는 쪽지만 있었다. 아기는 백백합보육원에서 9개월 간 보호받다가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이듬해 미국 코네티컷 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미국으로 입양된 지 28년 만에 연고지인 백백합보육원을 찾아온 그는 원아카드 뒷면에 붙어 있는 ‘김지훈 1983년 5월 17일’이라는 빛바랜 쪽지를 보자마자 그곳에 손을 대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보육원(현재 백합어린이집)을 돌아본 뒤 남산지구대 경찰관들의 도움을 받아 처음 발견된 허 씨의 집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미 오래 전에 이사했다는 소식만 알아냈을 뿐이다.
저의 서른 두 번째 생일을 앞두고 지난 몇 달 동안 어머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보육원에 기록된 생일인 17일, 그러나 제가 세상에 태어난 정확한 시간은 당신만 알고 계시지요. 제가 태어났을 때의 기억들과 저에게 다른 기회를 주려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을 때 당신의 마음이 찢어지셨을 거예요. 저의 마음도 아픕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서 “출산반점”을 받았는지 저를 처음으로 꼭 껴안아주었던 분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저를 낳아주시고 생명을 주시고 사랑해주신 어머니, 어머니는 언제나 저의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영영 당신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저는 당신이 지금껏 아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입양인들이 아무리 양부모에게 사랑을 받고 성장했어도 자신의 근원인 친혈육의 부재로 깊은 상실감과 고독의 심연 속을 걸어왔겠다는 생각에 가슴 가득 연민이 차오른다. 한편 자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친부모의 아픔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며 영혼의 위로와 치유자이신 하느님께 기도를 하게 된다. 그나마 양육 기간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는 남산동 우리 수녀원이 고향집이고, 수녀들이 고모, 이모, 어머니가 되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써니 씨의 경우도 좋은 양부모를 만나 잘 성장했지만 여느 입양아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던 중 대학을 졸업하자 친부모를 찾아 한국에 왔다. 현재 영어강사를 하며 올해 5월말까지 머물 예정인 그는 오늘도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만나게 될 날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백백합보육원 입양인 지원 : 053-659-3333
김 데레사 수녀 : spctk@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