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신부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50대 남자입니다. 부농은 아니지만 그동안 열심히 살아서 이제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아이들도 다 커서 객지에 나가 대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신앙심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성당에 열심히 다니며 이런저런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 딸이 큰 말썽입니다. 신부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기 죄송스러우나 이야기 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요. 어릴 때부터 성당을 열심히 다니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께 귀여움도 많이 받았던 딸이 최근 성당에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냉담하는 이유가 천주교가 잘못 되었다는 것입니다. 뭐 그 정도는 젊은 나이에 가질 수 있는 의문이며 주장이라 생각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성경에 대해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딸의 자취방을 찾아가 봤더니 생활한 흔적은 거의 없고 잠을 자러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알고 보니 이상한 종교, ‘신천지’라는 곳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처음에는 다그치고 달래서 주말마다 집에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올 때마다 혼자 방에 있거나 내내 스마트폰만 만지고 대화를 하려 들지 않습니다. ‘신천지’라는 단어만 나와도 저희 부부에게 화를 내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소리를 냅니다. “영생을 얻으려면 정신 차리고 참 종교가 무엇인지, 신앙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면서 오히려 저희들이 불쌍하다며 마치 정신병자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하지만 종교이야기만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지냅니다. 학교 이야기를 하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거나 동아리 모임이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믿음이 가질 않습니다.
A. ‘찬미예수님’이라는 인사가 무색하군요. 5월은 성모님의 달이고 가정의 달인데 형제님의 가정에 어려움이 있어서 어떤 말로 위로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형제님! 마음이 다급하고 빨리 해결되어야 하는 일이지만 일단, 마음을 좀 추스르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내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크게 당황하고 그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시급한 일이라고 간주합니다. 물론 형제님의 사정이 ‘별 것 아닌,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문제만 파고들다 보면 오히려 해결점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해결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단은 신앙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가장 먼저 ‘신앙’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재고해야 할 것은 ‘지금 내가 믿고 있는 신앙에 대한 점검’입니다. 나의 믿음에 대해, 내가 믿고 있는 신앙에 대하여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셔야 한다는 말입니다.
천주교 신자를 떠나서 가족이나 지인이 이단에 빠져 고통을 받고 계시는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동원하여 노력하고 계심을 목격합니다. 그 가운데에는 현실적이며 매우 즉각적이지만 후유증이 걱정되는 방법으로 강제적 수단을 동원한 병원 입원이나 가정이나 종교 시설에 감금하기도 하고, 신앙만으로 해결 될 수 있다고 여겨 성령치유나 내면치유, 가계치유, 구마기도 형태의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이런 방법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사람은 다양하기 때문에 적합한 경우 이단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겠지만 적합하지 않은 경우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그러나 내적 확신을 포기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계획하고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단에 빠져 있는 그/그녀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한 신앙생활의 내적 요소로 ‘자기를 찾고 하느님을 찾는 형태의 정적피정’에 참여하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신앙생활의 외적 요소로 전문 상담가를 통해 자기 탐색과 정체성, 가족이나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어떤 욕구가 있고,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이단에 넘어가는지(다르게 얘기하면 이단의 어떤 점이 매력으로 와 닿았는지) 등을 차근차근 찾아야 합니다. 그런 후에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 특징에 맞게 때로는 강력하게 때로는 부드러운 방법들을 유연성있게 사용해야 합니다.
단순히 부모에 대한 반항, 혹은 실연, 취업에 대한 부담,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 등의 이유로 이단의 유혹에 빠졌는데 병원이나 가정, 종교시설에 감금한다면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반대로 이단의 폐해로 인해 망상, 강박, 환시, 환청 등의 증세를 보이는 사람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거나 온 가족이 구마나 치유기도를 한다고 한들 과연 호전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형제님, 어떤 말로도 쉽게 위로가 되지 않으시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셔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 해 오신 것처럼 앞으로도 잘 하실 수 있습니다. 형제님은 가정의 수호자이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시는 분입니다. 비록 지금은 힘들고 지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는 상황이지만 바로 그런 형제님을 위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먼저 지셨음을, 피를 흘리시고 죽으셨음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기도합니다.
* 1월부터 게재된 신천지 관련 글은 이번 호 상담사례로 마무리 합니다.

* 아래 주소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채택하여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상담을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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