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열린 마음으로 세상보기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


원유술(야고보)|신부, 4대리구 교구장 대리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던 주님!

어린이를 축복하시고 당신 품에 사랑으로 안으신 주님!

나병 환자, 중풍 환자, 소경, 벙어리, 절름발이, 라자로를 살리시고,

깨끗하게 하신 주님!

풍랑을 잠재우며 두려움에서 제자들을 안심시키신 주님!

세리와 함께 음식을 나누시며 소외된 이를 공동체로 받아 주신 주님!

군중들의 배고픔을 어여삐 보시고 물고기와 빵을 나누며 풍요롭게 하신 주님!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던 그 순간 땅에 무엇인가를 쓰시며

위기에서 건져내신 주님!

사랑하는 열두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고,

허리에 띠를 두르고 손수 발을 씻겨주신 주님!

회개하는 우측 강도에게 하늘나라를 약속하신 주님!

마지막 유언의 말씀으로 “너희는 서로 사랑하여라!” 하시며

새 계명을 주신 주님!

6월 “예수성심성월”을 맞이하여 당신 사랑을 그리워합니다. 또 그 사랑 안에 흠뻑 취하고 싶습니다!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 놓으신 사랑의 절정을 보여 주신 주님을 체험하고, 나누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청해 봅니다.

 

방에 혼자 앉아 있으면 문득 옛날 일이 생각납니다. 예전에 한 반에 50-60명씩 다닥다닥 붙어서 수업을 듣던 때, 방 한 칸에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가 생각하면 지금도 신기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으니 다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툼이 있어도 금방 화해했고, 누군가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었습니다. 또한 오늘날처럼 그렇게 큰 다툼도 없었습니다. 서로가 기본적으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처럼 층간 소음으로 서로 소송하고 죽이는 일은 그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환경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예전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게 되었고, 학급당 학생 수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기 시작해서 그런지 몰라도, 남을 배려하기보다 자기의 공간에 집착하고, 그것을 조금만 침해 받아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던 문제들이 이제는 조금만 침해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예전의 삶과 오늘날의 삶,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삶에 사랑이 더 있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비록 몸은 불편했지만 서로가 자기의 것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서로에게 양보하면서 사랑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예전이 더 생각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요즘 본당 분위기도 예전이랑 많이 다릅니다.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자기 주장만 하시는 분들도 늘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본당 발전을 위해서 스스로 생각하는 바를 말해 주고 함께 고민해 나가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기의 의견을 안 들어주고, 자기의 뜻과 맞지 않다고 미워하고 다투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을 말씀하셨습니다. 예수성심 성월을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은 타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랑입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사실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면, 따질 일도 다툴 일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나눌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월호 문제, 원전 문제, 비리와 부패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사랑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지고, 지역별, 세대별로 갈라져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느 편이 옳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단지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들만이 옳다고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습니다. 사랑 안에서 이런 문제들을 바라 볼 때 모든 사람들이 일치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들의 눈을 새롭게 떠 봅시다. 내 생각이나 논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봅시다.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으로 바라봅시다. 사랑으로 보기 시작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복잡하게 보이던 것도 답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을 행합시다. 의견을 내는 것도, 비판을 하는 것도, 옳은 것을 위해 싸우는 것도 사랑이 있는 상태에서 행해지면 그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모든 것에 앞서 서로 사랑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먼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6월 더운 날씨에 서로에게 사랑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예수성심성월을 맞아 예수님의 사랑이 여러분의 가정에 넘치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