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7일(월) 아침. 대구대교구 사무직원회(회장: 박희언 미카엘, 담당: 박석재 가롤로 신부, 교구 사무처장)에서는 지도신부님의 인솔아래 90여 명의 본당 사무직원들이 2박 3일 일정으로 울릉도 연수를 떠났다. 흑비둘기를 비롯한 62종의 조류, 345종의 곤충류와 750여 종의 온갖 식물을 품고 있는 울릉도는 섬 자체가 자연생태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화창한 날씨에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이들의 얼굴 또한 설레는 듯 들떠 있었다.
배로 3시간이 넘는 긴 여행, 우리 일행은 울릉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저동에 내려 숙소가 있는 도동으로 이동하였다. 늦은 점심을 먹고 도동 해안을 따라 해안절경을 관광을 한 뒤 도동성당(박석재 가롤로 신부님 집전)에서 미사를 봉헌하였다. 저녁시간에는 울릉도 사목방문을 오신 4대리구 원유술(야고보) 교구장대리 신부님과 사목국장 신부님의 방문으로 풍성한 저녁만찬 시간을 가졌다. 식사 후에는 각 대리구 별로 만남의 시간을 가지며 울릉도에서 첫날밤을 보내었다.
4월 28일(화) 이른 아침. 식당에서 조식을 하고 버스관광을 시작하였다. 도동을 떠나 천부로 가는 길에는 많은 볼거리들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하수로 발전을 하는 추산수력발전소의 원천인 용출소와 곳곳에 펼쳐진 풍경들, 기암절벽들과 각가지의 모습을 한 바위 등 저마다 전설을 담고 있는 볼거리들이 울릉도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울릉도등대의 전망대를 오르는 모노레일 역시 울릉도의 명물! 예전에는 가파르게 오르던 길이었다는데 모노레일이 생기면서 편하게 등대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보기에는 아찔하고 무섭게 보이지만 막상 타서 보니 아래로 펼쳐진 풍경들이 일품이었다.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49호)와 한국의 10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는 대풍감에서 바라본 해안절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였다.

모노레일의 새로운 즐거움을 뒤로 하고 북면에 위치한 천부성당으로 향했다. 천부성당 나기정(다니엘) 주임신부님의 본당 안내를 들으며 ‘새롭게 재건축을 위해 준비 중인 천부성당을 위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를 올렸다. 아름다운 바다가 바라보이는 천부성당을 떠나 나리분지로 향했다. 울릉도 유일한 평지로 성인봉 북쪽의 칼데라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이라고 한다. 이곳은 보수력이 약해서 밭농사만 가능할 뿐 논농사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자연조건에 맞는 집(너와지붕)을 한 우데기집이 많았으나 근래에는 주택개량사업으로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너도밤나무 숲에서 샘솟는 청정약수, 우리나라의 유일의 진짜 원시림이 바로 나리분지가 아닐까.
나리분지에서 잊지 못할 나리산채비빔밥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일행은 성인봉 산행 팀과 독도박물관 관광 팀으로 나뉘어 관광을 하였다. 독도전망대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데 아래로 도동이 한눈에 들어 왔다. 맑은 날은 멀리 독도가 바라다 보인다는데 미세먼지 탓인지 독도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스치는 독도의 실루엣만이 가슴을 애태울 뿐…. 성인봉 산행 팀들의 하산과 함께 우리 일행은 도동성당 저녁미사에 참례하였다. 4대리구 교구장대리 신부님의 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한 후 4대리구청 신부님들과 함께 했던 2일차 저녁시간도 풍성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아쉬운 울릉도의 마지막 밤, 어둠은 바다 속으로 깊어가고 간간이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울릉도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쉬이 잠들지 못하였다. 
4월 29일(수) 마직막 날 아침. 이른 아침을 먹고 우리 일행은 해상관광에 나섰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들의 기암괴석, 흘러내린 용암이 만들어 낸 신비로운 모습의 절벽, 배가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새로운 풍경들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두어 시간의 해상관광을 마친 다음 내수전 일출전망대로 향했다. 동백나무와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좁은 나무숲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나무들로 가리어져 터널을 걷는 듯 시원하고 숨 쉬는 내내 코끝에 와 닿는 나무향이 인상적이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다 본 저동항과 관음도, 죽도가 멋지게 어우러지듯 펼쳐져 있었다. 40여 분의 시간을 보낸 뒤 마지막 코스인 봉래폭포로 향했다. 봉래폭포 길 초입에는 풍혈이라는 천연냉장고가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컴컴한 동굴 속 한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데 꼭 냉장고 속 같았다. 20여 분을 오르니 시원한 폭포수가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봉래폭포를 만날 수 있었다. 초여름 같은 날씨로 지친 우리를 시원하게 위로해주던 반가운 폭포와 하산 길에 만난 울릉도 명물 호박막걸리와 식혜도 일품이었다. 또 하나인 울릉도의 명물 홍합밥 점심을 먹고 저동항으로 향했다.
짧은 시간에 울릉도를 말하기란 참으로 힘이 든다. 울릉도는 깊은 맛의 차를 마시듯 음미하며 그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가슴으로 들으며 바라보아야 되는 곳이라고 생각이 든다. 짧은 시간이지만 울릉도 여행 내내 만나게 된 맑은 하늘과 반가운 바람,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좋은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게 된 하느님이 계시니 이번 연수는 더욱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육지와 사뭇 다른 풍경들,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의 모습은 오래토록 내 가슴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교구 사무직원회 연수를 위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을 위해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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