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소(公所)’를 이야기하면 공소를 잘 아는 세대와 공소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세대로 나뉜다. 공소는 사제가 상주하여 머무르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우리의 신앙을 이어온 성소의 못자리 역할을 해 온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존립의 위기에 처한 곳도 적지 않은 현실이다. 물론 해당 본당의 관심과 열심한 신자들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그런 대로 잘 유지되고는 있지만 갈수록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공소를 살리기 위해 기도와 더불어 십시일반,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대구대교구 공소후원회(회장: 강계숙 데레사, 담당: 전세혁 예로니모 신부)의 강계숙 회장과 임원들을 만나 그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곧 있을 부항공소 방문 준비로 한창 바쁜 공소후원회 강계숙(데레사, 계산주교좌성당) 회장과 임원들을 5월 초순 계산주교좌성당에서 만났다. 바쁜 일정 중에도 흔쾌히 인터뷰를 허락한 강 회장은 “우리 교구 안에 공소후원회가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었고 또 좀 더 많은 분들께서 공소를 유지하는 데 깊은 관심과 후원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당장 5월 11일(월) 전세혁 담당신부님과 40여 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김천 지례성당 소속 부항공소 방문으로 준비할 것도 많아 바쁘면서도 설레는 때”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1년에 한 번 있는 공소방문은 후원회 어르신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신나는 행사라고도 덧붙였다.

강 회장은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처음 활동을 시작하던 그 때를 떠올렸다. “15년 전쯤 꾸르실료 체험 후 꾸르실료봉사자 선배님들을 따라 공소후원회를 알게 되어 한 번, 두 번 참여하면서 활동한 것이 이제는 후원회장으로까지 활동하게 되었다.”며 “지금까지 후원회가 잘 유지되어 오는 건 초대 김태월(로사) 회장님을 비롯한 선배 회원님들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기억했다.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들로 “공소가 성장하여 본당으로 승격될 때,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이었다.”고 했다.
공소 방문 때마다 미사전례를 담당하는 이정림(막달레나, 계산주교좌성당) 임원은 본당에서도 전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6년여 전부터 공소후원회 활동을 시작한 이정림 임원은 “열악한 공소를 돕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회원분들이 여러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는 일이 잦아지면서 회장님 혼자 분주하게 일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옆에 있어 준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하게 된 것”이라며 “초창기부터 활동하신 회원분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계시는데 언젠가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젊은이들이 과연 공소후원에 관심을 갖고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9월 후원회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는 이승주(아가다, 계산주교좌성당) 총무는 회원들 중에 가장 젊은 회원이다. 본당에서 13년차 교리교사 로도 활동 중인 이 총무는 “후원회에 어르신들이 많으신 반면 젊은 층이 없어서 무척 안타깝지만 회장님과 임원분들의 도움에 힘입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곁에 있던 강 회장이 “총무님의 친정어머니(김유선 데레사)도 후원회원으로 활동하신다.”고 귀띔하면서 후원회 활동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드러냈다. “봉사의 개념보다는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지내다 보니 어느새 15년이 훌쩍 지나갔다.”고 들려주는 강 회장은 “이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며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져가는 일들이고, 그 순간에 다만 미약한 우리들의 힘이 보태졌을 뿐”이라며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 계속해서 “선배 어르신들의 기도의 힘이 공소후원회를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며 “매월 후원회 미사 때마다 힘든 몸을 이끌고 오셔서는 꼬깃꼬깃 접어둔 돈 3천 원, 5천 원을 회비로 납부해주시는데 그런 귀한 돈이 한 푼 두 푼 모여 지금까지 잘 유지되는 것 같다.”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회원들의 회비는 공소재건축 또는 보수, 유지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1996년 2월 발족된 공소후원회는 곽길우(베드로) 초대 담당신부와 김태월(로사, 봉덕성당) 초대회장을 선두로 발족과 더불어 회원영입에 앞장서는 한편, 후원회 기금마련을 위해 특산물을 판매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해 온 덕분에 내년이면 공소후원회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그 당시 후원회 발족과 함께 참여한 회원들의 연세가 이제는 70~90세에 이르는데도 여전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초창기부터 활동해 온 회원들의 기도와 열정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현재 공소후원회는 1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남산성당에서 후원회원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미사에는 60여 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시대의 변화 속에 어쩔 수 없이 점점 쇠퇴해가는 공소(公所). 현재 대구대교구에는 80여 개의 공소가 주로 농촌지역에 몰려있고 공소마다에는 공소회장이 있다. 본당이 생기기 전 우리의 신앙을 지켜주었던 공소, 그런 공소는 우리에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손쓸 수 없고 무너져가는 공소를 살리는데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공소를 살리는 일은 또 하나의 선교이기 때문이다.
* 공소후원회 후원문의 : 강계숙(데레사) 회장 010-5232-7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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