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시가 내게로 오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문인수(요아킴)|시인

 

굵은 빗방울은 툭, 툭, 툭, 오동나무 이파리를 건드리고

능소화 넝쿨손을 건드린다.

 

굵은 빗방울은 툭, 툭, 툭, 시멘트 바닥을 두드리고

슬레이트 지붕을 두드린다.

 

큰 소나기 퍼붓기 전엔 꼭 이렇게 굵은 빗방울이 먼저

몇 점 툭, 툭, 툭, 떨어진다.

 

하느님이 노크한 거다. 봐라,

 

창밖 풍경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저 커다란 숲 어슬렁

어슬렁 장마 쪽으로 들어간다.

 

* 약력: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늪이 늪에 젖듯이』,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그립다는 말의 긴 팔』 등 9권의 시집과 동시집 『염소똥은 똥그랗다』 가 있다. 대구문학상, 김달진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작가회의, 대구시인협회 회원, 제8대 대구시인협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