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운 사람에게 떡 하나 더 준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속담입니다. 그렇지만 이 속담은 우리에게 자주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미운 사람의 것은 뺏어야지 왜 하나 더 줘야 하는가?”
“미운 사람이 식충(食蟲:밥벌레)이나 되라고 먹을 것을 많이 준다.”라고 간단히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운 사람에게 떡을 더 많이 주게 되면 먹는 것을 밝히고 많이 먹으면 나태하고 게을러지고 비만이 되고 어리석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속담의 본래 취지는 그 반대입니다. 이 속담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속담 하나를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준 것 없이 미운 놈!”
별다른 이유없이 보기만 해도 공연히 미워지는 사람, 뜬금없이 생각만 나도 미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딱히 내게 잘못한 것도 없고 내게 손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괜스레 미워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 사람이 잘 났으면 잘 난 것이 밉고, 못난 것이 있으면 못나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꾸만 밉게 여겨지지만 미워지는 원인이 무엇이라 딱 꼬집어 말할 수도 없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이 속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이 말을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 봅시다. “준 것이 있어 밉지 않은 사람!”, “준 것 없이 미운 사람!”은 내가 그에게 준 것이 하나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에게 무엇인가를 준다면 밉지 않고 이쁘게 여겨진다는 말입니다. 특별히 내게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괜스레 그 사람이 미워지는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다는 말입니다. 내가 그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미워진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내게 잘하고 못했음은 이차적인 문제입니다.
무엇인가를 남에게 준다는 것은 그 물건에 나의 정을 싣는 것이고 내 마음을 담아서 건네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건네고 정을 표현해야 그 사람이 내게 고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정을 표하고 마음을 건네는 만큼 그 사람이 내게 고운 모습으로 비춰집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게 실제로 손해를 끼치고 고통을 준 미운 사람일지라도 내가 무엇이라도 그에게 건넨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내가 준 물건을 그 사람이 내팽개치는지 잘 사용하는지 궁금해집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준 것이 그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관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미운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떡 하나 더 주어라!”는 지혜로운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바로 이 속담들은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원수를 사랑하여라.”
원수란 미움과 증오의 대상입니다. 별다른 이유없이 공연히 미워지는 사람이 아니라 내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크나큰 고통을 준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에게 예수님께서는 떡(사랑) 하나 더 주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의 오른 뺨을 때리는 사람은 “준 것 없이 미운 사람”보다 확실히 더 미운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사람에게도 떡 하나 더(왼 뺨마저)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람이고 사랑을 실천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미운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것을 뺏고 싶어합니다. 이것은 본능적인 삶이고 세상 사람들이나 하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겉옷을 빼앗는 사람에게 속옷까지 내주고, 오 리를 같이 가자고 강요하는 사람에게 십 리를 같이 가주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준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면 우리 것을 더 많이 베풀어 줍시다. 미운 사람이 있다면 더 많은 떡을 줍시다. 이것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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