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칭찬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명예로워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신뢰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인기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일생을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했던 마더 테레사 수녀님의 기도문 일부이다. 모든 사사로운 욕구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무엇을 얻거나 무슨 일을 하고자 바라다.’라는 의미의 욕구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존재한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으로써 욕구는 훌륭한 기능을 하지만 때론 지나친 욕구로 인해 공허함과 허무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신을 위한 사사로운 욕구보다 나눔 속에서 또 다른 가치와 행복을 찾는 시간이 갖고 싶었다.
‘나 봉사했소.’라고 내세우기엔 부족함도 모자람도 많은 변변찮은 작은 일이었지만 2001년 남편의 손에 이끌려 세례를 받은 후 지금껏 본당 차량봉사로부터 시작해 자모회, 성경학교, 교구 노인대학 등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에 머물고자 노력했다.
지난해 10월 2일 대구대교구는 노인의 날을 맞아 제1회 노인의 날 행사를 준비했다. 봉사자로 몸담고 있던 노인사목에서 진행하는 행사로 1부는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님의 미사, 2부는 각 본당 노인대학 어르신들의 성가대회로 진행됐다. 교구 5개 대리구에서 10여 팀 이상의 노인분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나하나 준비하는 것이 우리 봉사자들의 몫이었다. 이날 만큼은 어르신들이 참 즐거움을 찾길 바라며 막이 오른 성가대회를 보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어르신들은 양복이면 양복, 드레스면 드레스, 지난 젊은 날들이 아쉽지 않을 만큼 한껏 멋을 낸 옷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비록 노래 실력이 시원치 않더라도 북적이는 머릿수만으로도 기세 등등 신명나게 노래 부르시는 모습이 마냥 좋았다.
그런데 어느 본당에서 참가한 한 어르신 팀을 보는 순간, 그만 가슴이 찡해졌다. 십 수년 이상을 장농 속에 있었을, 참말로 기쁜 잔칫날에나 조심스레 꺼내 입으셨을 주름진 한복을 입고 몇 되지 않은 인원수에도 아랑곳 않고 기쁘게 성가 부르시는 그 모습을 보는데 왜 그리 눈가가 시큰거리던지 주어진 조건, 환경, 겉모습에 자꾸만 눈이 멀어버리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참 기쁨’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봉사하던 자모회 시간도 소중했지만 나 또한 늙어가는 인생의 길 위에 놓여있어 그런 걸까, 어르신들을 모시고 함께 하는 봉사의 시간 속에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는다.
6년 전부터 본당 성경대학 봉사를 시작했다. 성경대학 어르신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주어진 일에 열정을 다해 시작한 봉사가 어느 순간엔 어른들을 바꾸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열정을 다한 만큼 성경대학 자체의 발전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발전과 함께 욕심과 과욕도 자랐다. 만족과 기쁨에 눈 뜨지 못한 발전이었기에 고통도 따랐다.
봉사를 하다보면 여러 봉사자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갈등이 싹트기도 한다. 어르신들께 들려 드릴 주님의 좋은 말씀들을 준비하던 중 “너 자신은 정녕 그렇게 생활하고 있느냐?”는 자문이 불쑥 일었다. 아마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괴로움에 발버둥치고 기도하며 주님께 나의 힘듦을 일방적으로 외치기만 하던 내가 이제는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청하게 되면서 봉사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다른 봉사자의 의견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르다는 것’,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청하듯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청하게 되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고 귀해지는 봉사자들과 함께 하며 때론 위로를, 때론 기쁨을 나누며 그들을 위한 기도도 늘어남을 깨닫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이 주님 보시기에도 참 아름다운 사랑이길 바라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이제 내게 봉사란, 더 이상 시간 많고 여유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생색내고 싶을 때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안다.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을 받들고 섬기며 애를 쓰는 것, 쉽지 않은 그 길을 걸으며 주님이 우릴 위해 홀로 가셨던 그 길을 따라 나서본다.
마하트마 간디는 ‘보상을 구하지 않는 봉사는 남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는 주님 말씀을 떠올리며 내게 봉사의 시간이 앞으로 오래도록 허락되길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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