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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들의 가족찾기 프로젝트 - 엄마, 보고싶어요 ⑦
독일 입양인 이본느 영희 보르만
- 박영희


김 데레사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수녀님, 백백합보육원 출신 해외입양인입니다. 한국에 가서 백백합보육원을 방문하고 싶습니다. 아기 때 있었던 방도 보고 싶고 제가 처음 버려졌던 장소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친가족을 만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도와주세요.”

 

1915년 수녀원 설립 이래 백백합보육원을 거쳐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독일 등 해외로 입양된 이들이 성장하여 자신의 뿌리를 찾아 모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친부모를 애타게 찾고 있는 이들이 친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빛>잡지 형제자매들의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지난 5월, 이본느 영희 보르만(Yvonne Yung Hee Bormann - 한국 이름: 박영희) 씨가 독일로 입양된 지 33년 만에 자신의 뿌리를 찾아 연고지인 대구광역시 남산동 샬트르성바오로수녀원 백백합보육원(현 백합어린이집)을 방문하였다. 처음 방문한 낯선 한국땅, 대구까지 내려와 좁은 골목 안 수녀원까지 찾아오는데 어렵지 않았냐고 물으니, 한국어는 못하지만 영어로 말을 하니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도와주어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백백합보육원의 아동카드 기록에 의하면 이본느 씨는 1981년 6월 16일 대구시 서구 비산 7동 887-4번지 사는 이형우(당시 40세) 씨와 이영(명)희 씨 사이에서 태어났고 아기를 낳자마자 키울 형편이 안 되어 이웃집에 사는 이은자 씨에게 맡긴 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은자 씨에게 맡겨진 이본느 씨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남산 3동 파출소(현 남문치안센터)를 통해서 백백합보육원으로 맡겨졌다. 미숙아로 태어난 이본느 씨는 보육원에 들어온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릿다’라는 세례명으로 대세(비상세례)를 받았다. 당시 유기된 수많은 미숙아들은 죽을 위험 때문에 보육원에서 대세를 주곤 했다. 이듬해 1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서 독일 브레머하펜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이본느 씨를 사랑으로 키우고 극진히 보살핀 양부모는 그녀가 노래와 춤에 남다른 재능이 있음을 알고 어릴 적부터 성가대에서 노래하고 무용발표에 참가하도록 권하며 성악과 발레 개인교습을 받게 하는 등 아이가 꿈을 키워가도록 배려했다. 현재 베를린에서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본느 씨는 클래식 발레와 현대무용의 여러 분야를 마스터하여 뮤지컬과 영화에 출연하며 독일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무대에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학에도 재능이 있어 불어, 영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성장하여 친부모를 찾아온 이본느 씨를 비롯하여 그동안 만나본 해외 입양인들을 보면서 ‘처음에 씨앗은 이 땅에 뿌려졌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 그대로 두면 그 씨앗이 죽거나 제대로 자랄 수 없기에, 하느님께서 씨앗이 싹이 트고 잘 자라 꽃피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다른 좋은 땅으로 옮겨 놓으신 것이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본느 씨는 자신이 머물었던 백백합보육원에서 그 당시 홍방(0세~ 6개월 아기방)이었던 곳을 둘러본 후 아기 때 발견된 장소와 보육원으로 보내진 파출소를 가보고 싶어 했다. 지구대 담당경찰관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그 당시 파출소가 있던 자리와 태어난 주소지를 찾아갈 수 있었다. 다행히 이본느 씨가 태어난 주소지는 그대로 남아 있었으나 건물은 모두 재건축을 한 상태였다. 문 앞에는 우편물만 쌓여 있었고 그 집에 사는 사람은 만날 수 없었다. 혹시 오래 전부터 거주해 온 주민들로부터 작은 단서라도 얻기 위해서 경로당과 주민센터 등을 찾아가 보았으나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자 그녀는 대문 앞에 서서 하염없이 울었다.

“어머니, 어디 계셔요? 어머니가 보고 싶어 한국을 찾아 왔습니다. 지금 저를 낳으셨다는 이 집 문 앞에 제가 와 있어요. 저를 낳자마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던 어머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절대로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아요.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단 한 번만이라도 ‘엄마’하고 부르며 어머니 품에 안겨서 울고 싶어요.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어디에 계시든 어머니께서도 행복하게 살아오셨기를 바랍니다. 꼭 연락주세요. 언제까지나 기다리겠습니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백백합보육원 입양인 지원 : 053-659-3333

김 데레사 수녀 : spct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