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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람, 희망을 찾다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김종섭(토마)신부, 소람상담소 소장, 교구 가정담당

A.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합니다. 저는 결혼한 지 15년쯤 된 자매입니다. 딸과 아들을 키우는데 사춘기에 들어서인지 정말 속이 상해요. 제 나름대로 성당에서 기도도 열심히 하고 신앙생활에 참여도 많이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학부모 교육도 들으며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남편은 과묵한 사람이라 크게 말을 하지 않지만 아이들 때문에 의논을 하자고 하면 “당신이 잘하니까 지금처럼 하면 돼.”라는 식으로 말하고 그냥 자기 일에 집중을 해요. 신혼 때는 그렇게 다정했는데 요즘은 회사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이들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저는 사실 아이들이 성소의 길을 갔으면 하는데 그런 쪽으로는 관심이 안 생기나 봐요. 이런 저런 생각 속에서 ‘내가 욕심이 많은 엄마인가?’ 하고 생각도 해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렇게 욕심이 많은 엄마는 아닌 것 같아요. 주위의 다른 엄마들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이들에게 사교육이나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주지 않고, 그냥 착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거든요. 하지만 요즘처럼 자꾸 스마트폰만 만지고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피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더 잘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Q. 안녕하세요. 자매님,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시죠?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지요? 세상에 어떤 엄마, 아빠가 자녀들을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아이들이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속이 상하고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자매님 말씀을 들어보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아이들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계시는 마음이 제게도 명확하게 전달이 돼요.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속이 상하시다는 내용으로 볼 때 아이들이 엄마와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것 같고, 함께 있는 시간을 피하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것이 원인으로 보이는데 맞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아이들을 그냥 두시면 어떨까요? 그러니까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이런 변화와 모습을 그냥 좀 지켜 봐주시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의 삶을 살고자, 즉 독립을 하고자 하는 시기를 거치게 돼요. 사춘기 또한 생리적인 변화, 심리적인 변화와 함께 사회·문화적인 범주에서 이해를 해보면 스스로 자존하기 위해 독립을 하는 기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는 엄마와 아빠나 거기에 준하는 ‘돌보아 주는 사람과의 관계’가 중심이었다면 어느 시기가 되었을 때에는 ‘또래 집단의 관계’가 더 우선시되고 이를 통해 사회화되어 가는 시기를 지나게 된답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자매님께 “학교 다녀왔습니다. 엄마, 나 오늘 이런 일이 있었고… 엄마, 나 이거 먹고 싶어요… 엄마,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등등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제는 그 이야기를 ‘또래집단, 친구들’에게 하기 시작했다는 말이지요. 자매님과 자녀들 사이의 사랑이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새로운 측면이 도래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열심히 키우셨으니 지금은 아이들을 믿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봐 주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때 잊지 마셔야 할 것은 ‘항구심’이에요. 인내심을 가지고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셔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으시면 안 돼요.

만약 지금 말씀드린 이야기에 대해 ‘이미 알고 있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드신다면,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정말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이 적은데 이것마저 욕심인가?’ 하는 형태로 억울한 마음이 드신다면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자매님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시는 방법을 바꿔 보실 때가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대다수의 엄마들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이들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 붓습니다. 이때 아이들은 엄마들이 만족할 만한 피드백을 줍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 나가면서 자녀를 향한 엄마의 애정은 여전하고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데 아이들의 피드백은 적어지게 됩니다. 어릴 때 아이들의 세상은 집과 부모가 전부였지만 자라면서 그것은 가정의 범주를 넘어선 곳으로 확대되게 됩니다. 이때 엄마들은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 없구나.’하는 것을 경험하게 돼요. 즉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존재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무의식적 사고행위를 계속 반복하게 돼요. 그리고 ‘나는 우울해. 하고 싶은 게 없어.’등등 작은 일만 생겨도 신경을 온통 거기에 쓰면서 자기 자신을 힘들게 만들어요. 이것을 ‘자기효능감’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사람은 누구나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이 있고 이를 통해서 ‘나는 쓸모 있구나. 나는 소중하구나. 나는 무엇인가 할 수 있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이런 자기효능감이 사라졌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는 말이에요. 더 명확히 말하면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로서 ‘자기효능감’이 변화되어야 하는데 예전 같지 않아서 ‘사라졌다.’라고 잘못 생각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자매님, 자매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누리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세요. 아이들에게 무관심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온통 아이들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에너지를 자매님 자신과 남편을 위해서 조금만 방향성을 돌리자는 말입니다. 지금처럼 온 힘을 자녀들에게만 쏟으신다면 자녀들은 돌봄이나 사랑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간섭과 귀찮음으로 받아들이게 될 거에요. 힘내세요.

 

  * 아래 주소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채택하여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상담을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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