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님께서 지난 6월 18일 새 회칙을 발표하셨다. 회칙은 교황님이 교회의 최고목자로서 현시대 상황을 신앙의 빛으로 통찰하여 전 세계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권위 있는 문헌이다.
서구의 급격한 산업화로 온갖 사회문제가 분출하던 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관한 사회교리를 담고 있는 레오 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 냉전으로 인해 세계평화가 크게 위협받던 시대에 교회가 지녀야 할 자세를 가르친 요한 23세 교황의 〈지상의 평화〉, 성적인 방종과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시대에 발표된 바오로 6세 교황의 〈인간생명〉 등이 역대 교황님들의 대표적인 회칙이다. ‘더불어 사는 집을 돌보는데 관하여’ 라는 부제가 달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는 우리가 몸담고 사는 지구의 환경과 생태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길가다 강도만나 쓰러진 이를 만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딱하긴 하지만 괜히 어려운 일에 휘말릴 수도 있고, 나름 바쁘기도 하고, 해서 외면하고 지나치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예수님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으셨는가?
교황님은 지난 해 방한 때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셨다. 그분은 그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절박한 처지의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으셨다.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받을까봐 망설이지 않으셨다. 이 회칙에서 교황님은 우리 지구가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다고 말씀하시고 그 신음하는 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삶의 향상을 가져다주었지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불러와 자원을 남용하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함께 사는 동식물들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후변화를 초래해 결국 인간이 제 사는 집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적 힘을 지닌 이들은 대부분 문제를 호도하거나 문제의 핵심을 감추며 외면하고 있으니 이런 현실을 우리가 직시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잘못된 생활양식을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교황님께서는 지구환경의 문제가 단지 자연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구원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바로 그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인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의 한 구성원인데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가 죄로 인해 단절되고 이 때문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불화, 인간과 자연과의 불화가 초래된 것이다. 이것이 세상의 죄이고 죄스러운 인간의 모습이다.
한편 구원이란 다름 아닌 관계의 복원이다.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 나아가 그것을 바탕으로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자연(지구)과의 관계까지 조화롭게 회복되는 것이 하느님이 원하시는 구원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인간과 인간, 자연이 모두 한 하느님께서 만드셨고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는 유대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 함께 보편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자각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구환경의 위기는 인간과 지구와의 형제적 관계의 단절을 말해주고, 우리를 포함한 인간이 저지른 악행을 증언하는 것이니 진정으로 구원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폭력으로 쓰러진 지구의 모습에 책임감과 보속의 마음을 갖고 다가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교황님은 회칙을 통해서 우리에게 생태적 회개의 마음을 지니자고 호소하신다. 인간의 뿌리깊은 이기심, 자기중심주의가 타인과 자연을 욕구충족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쓰고 버리는 방식’을 정당화하고 무수한 그릇된 지배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자연과 인간사회의 모습이니 우리 개개인이 회개하고 바뀌지 않으면 자연과 인간사회의 병세는 깊어만 갈 것이다.
교황님은 뿌리깊은 습관과 행동방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씀하시고 그러기에 교육과 훈련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씀하신다. 이 교육이 학교, 가정, 매체, 교리교육과 그밖의 모든 분야에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적어도 이번 회칙을 통한 교황님의 메시지가 교회 안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신자가정과 본당공동체, 본당의 소공동체들 안에서 실천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래어본다. 나아가 온전한 생태계의 복원을 추구하는 세상의 뜻있는 사람과 단체들과 연대하여 궁극적으로 인간탐욕에 바탕을 둔 착취적, 낭비적 생활방식에서 새로운 생활양식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게 되기를!
“행복은 우리를 해칠 뿐인 일부 욕구를 억제하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삶이 줄 수 있는 많은 다른 가능성들에 열려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223항)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고 이웃과 세계에 대한 공동 책임이 있으며 선하고 바르게 사는 것이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22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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