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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람, 희망을 찾다
자꾸 화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종섭(토마)신부, 소람상담소 소장, 교구 가정담당

Q. 안녕하세요. 신부님. 저는 20대 초반의 남자입니다. 요즘 자꾸 화가 나서 미치겠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인데도 뭔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 때면 말도 함부로 하게 되고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저 자신을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형제님, 안녕하세요. 일상 속에서 자꾸 화가 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막말을 하게 되고, 그런 자신이 답답하시다는 말이시죠? 보내 주신 짧은 글로는 형제님께서 어떨 때에 화가 나시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화를 내게 되는지, 즉 나로 하여금 화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네요. 그러다 보니 어쩌면 두루뭉수리하고 원론적인 이야기의 나열이 될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여쭈어 보고 싶어요. “형제님~ 도대체 무엇이 형제님을 그렇게 화가 나게 하는지요?”

먼저 ‘화가 나서 미치겠습니다.’라고 하셨는데 ‘화’라는 감정이 외적 혹은 내적 자극에 의해서 생겨났고 그 감정 때문에 ‘미치겠다.’는 2차 감정 내지 사고 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말인데, 여기서 우리는 ‘화’라는 감정을 우선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저는 ‘감정’이라는 부분을 종종 ‘정서(emotion)’와 ‘느낌(feeling)’으로 나누어 들여다보곤 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에게는 ‘나는 부모님을 사랑해.’라는 것이 있지요. 그러나 때로는 ‘나는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미운 마음이 생기기도 해.’라는 것도 경험합니다. 즉 부모님을 사랑하는데 어떨 때는 밉고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이때 ‘사랑함’이라는 것은 ‘정서’이고 ‘밉고, 서운하고, 섭섭한 것’은 ‘느낌’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좋은 것은 정서, 나쁜 것은 느낌이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더 내밀(內密)하면서 나의 경험과 사고, 감각과 느낌 그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 개개인 안에서 감정(느낌)이 발생하게 하는 더욱 본질적이며 본성적인 부분이 ‘정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서는 순간순간 변하거나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이에 비해 ‘느낌’은 보다 순간적이며 그때 그때 외적인 자극(누군가의 말 한마디, 사소한 긍·부정적 경험)과 내적인 자극(내면에서 발생하는 자기를 향한 목소리들, 자기비하, 자만심,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 등등)에 따라서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구분을 해놓고 나서 형제님께서 ‘화’가 나는 부분, 그 순간의 상황과 자신의 마음을 관조해보시기를 강하게 권합니다. 화가 나는 순간에는 이런 것이 힘들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는 것은 가능하니까 그렇게 한 번씩 스스로를 반추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다음으로 우리가 생각해볼 것은 ‘화’라는 것은 굉장히 모호하고 뭉뚱그려진 표현이라는 점입니다. 형제님의 ‘화’ 경험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화가 났어.’라는 느낌은 매우 넓은 범위의 느낌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예를 들면 20대 초반이라 하셨으니 저 혼자 넘겨 짚어 군입대를 위해 휴학을 한 상태라고 가정해봅니다. 아직 입대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좀 하다가 입대를 하려고 계획할 수 있겠죠. 그런데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그냥 그냥 시간을 보내며 컴퓨터나 게임, 스마트폰을 만지는 일이 평소보다 많아지고 그것을 부모님이 목격하는 일이 빈번해질 때 어머니가 잔소리를 하시는 거죠. “너 군대는 안 가고 왜 자꾸 컴퓨터만 만지니. 차라리 학원을 다니던지 공부를 해.” 처음 한두 번은 “네~ 네~.” 이런 반응으로 대처하지만 자꾸 반복되면 ‘화’가 나게 되요. 그래서 화를 내고 막말을 하게 되죠. 하지만 돌아서면 바로 후회하겠죠. 이때 ‘화’는 무엇인가요? 굉장히 얼버무려진 느낌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처해진 상황을 분할하고 나누어 보면 ① 군입대(가기 싫고, 삶이 낭비되는 것 같고, 무엇인가 두렵고: 불편함, 낙망, 두려움), ② 시간낭비(아르바이트 자리가 없다, 편하고 싶다, 귀찮다: 정확히 내가 무엇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자각이 없음, 다가오는 군입대에 대한 저항감으로 발생하는 안주, 회피하고 싶은 마음) ③ 어머니 잔소리(알아서 하는데 간섭한다, 같은 말만 자꾸 한다, ‘알았어~ 빨리 군대 가주면 되잖아!’: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없게 느껴짐, 조금 더 나를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음)

결국 ‘화’라는 한가지로 표현되지만 그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정서적 흐름과 그로 인한 느낌의 폭풍이 우리 안에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자~ 그렇다면 다시 한번 형제님께 여쭈어보겠습니다. 형제님, 도대체 무엇이 형제님을 그렇게 화가 나게 하는지요?

이제 방금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실천해보는 ‘나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다만 몇 분이라도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실제로 시간을 내어야 합니다. 가장 편하면서 좋은 방법, 그러나 너무나 식상하고 쉬워보여서 하지 않는 방법을 하나 소개 합니다. 그것은 바로 ‘일기’를 쓰는 일이에요. 별것 아니게 느껴지시겠지만 한번 실천해 보세요. 지금 나의 이 순간은 최고의 순간이며 다시는 오지 않는 일이잖아요. 그것을 기록해보는 것만큼 멋진 일도 없을 거라 확신합니다.

형제님 마음에 예수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기도합니다.

   

 

 * 아래 주소로 여러분의 고민을 보내주시면 채택하여 김종섭 신부님께서 지면상담을 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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