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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대구CLC 이동화(마리아) 회장
그리스도 생활 공동체, 사랑을 실천하다


취재|김명숙(사비나) 편집실장

 

진분홍빛 백일홍이 여름의 한가운데를 수놓는 날 오후, 대구대교구청에서 대구CLC(Christian Life Community)의 이동화 회장을 만났다. 우리말로 “그리스도 생활 공동체”인 CLC는 세계CLC, 한국CLC, 각 지역 CLC로 나뉜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2007년 대구대교구 제단체 인준을 받은 대구CLC(회장: 이동화 마리아, 담당: 이성호 요한 신부)의 이동화(성김대건성당) 회장을 만나 CLC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CLC(Christian Life Community)는 어떤 단체인가요?

“CLC(Christian Life Community)는 ‘그리스도 생활 공동체’의 영문 약어로 로마에 본부를 둔 국제평신도단체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으로 세상 속에서 교회로 살고자 하는 공동체로,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에 약 2만5천 명의 회원들이 단일한 공동체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한국CLC는 1986년 서강대학교에서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목요신학강좌를 개설하고 무악동공부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지요. 대구는 2007년 강좌를 시작하면서 CLC와 함께하려는 서약회원들, 즉 일정기간의 수련과정을 거쳐 하느님과 공동체 앞에서 CLC정신과 방식으로 살겠다고 서약을 한 회원들이 생겨났어요. 현재 전국 8개 지역(서울, 일산, 성남, 수원, 인천, 대구, 부산, 대전)의 20여 개 공동체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CLC는 영성생활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신심단체나 영성모임은 아니고, 지금 이 순간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귀 기울이고 이에 응답하는 것을 지향하면서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는 영성강좌와 더불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애쓰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냐시오 영성수련을 바탕으로 설립초기부터 목요신학강좌 등 평신도를 위한 교육과 기도훈련, 정기적인 침묵피정, 그리고 가난한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면서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지요. 특히 무악동 빈민사목과 IMF 때 노숙자신문 발행 및 이주민 노동자가 급격히 늘어났던 2000년대 초반에는 이주민센터를 열어 10년 넘게 이주민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애쓰기도 했어요. 현재는 저소득층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립하여 건강한 가정을 꾸리고 인생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성인이 되도록 ‘CLC희망학교’를 금천, 용인, 부산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대구의 회원들은 매월 격주 토요일마다 부산의 CLC희망학교를 찾아가 수업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회장님은 어떤 계기로 CLC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신앙생활의 시작은 CLC가 주관하는 “세상 속의 영성수련” 강의를 듣는 것과 함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하느님의 현존하심이 저를 강의로 이끌었고 강의를 통해 제 삶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희망이 생겨났어요. 그리고 제 존재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제 인생이 제게 주어진 선물임과 동시에 제게 주신 모든 것을 선물로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그러자 삶이 기뻐지면서 세상에 대한 희망이 더욱 커가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점점 이러한 선물을 훼손, 억압하고 창조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로부터 회복시키는 일에 저도 기꺼이 협력하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시작한 일이 지금은 이렇게 회장직까지 맡게 되었네요.”

 

CLC회원들이 추구하는 개개인의 삶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회원들은 매일 성경을 토대로 묵상기도와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의식성찰을 하고 있어요. 이냐시오 영성에 의한 묵상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예수님과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사랑의 삶을 배워가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고자 애쓴답니다. 무엇보다 CLC 회원들은 공동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단일한 공동체 정신과 전망 안에서 함께 식별하고 서로를 나누고 지원하면서 모든 자리에서 사도적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런 가운데 1년에 한 번 영성수련에 의한 침묵피정 및 총회, 3대 축일, 즉 세계CLC 회원들은 CLC의 영적·사도적·공동체적 삶을 기념하기 위해 이냐시오축일,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축일, CLC데이를 3대 축일로 정하고 함께 기억하고 축하하는데, 이런 행사들을 함께 지내면서 공동체로 사는 것을 돌아보고 기념하고 있어요.”

 

CLC 활동을 하면서 오래 기억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세상 속의 영성수련강좌를 2007년 대구에서 처음 열었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그 강의를 들으시고 신앙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며 예수중심의 신앙이 삶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에 열망을 갖게 되는 것을 보며 대구지역의 신자공동체와 함께 성장하는데 제가 조그만 힘을 보탰다는 것에 대한 보람과 복음의 기쁨을 세상 끝까지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죠. 또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왔음에도 신앙의 참뜻을 알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감사함을 모르고 지내온 분들이 CLC교육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진심으로 느끼고 자신의 인생이 선물임을 깨닫고 감사하며 삶이 희망과 기쁨으로 달라지는 것을 볼 때, ‘참으로 하느님께서 저를 통해 일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고 무척 감사한 생각이 들곤 했어요. 무엇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이주민, 빈곤아동, 위기의 청소년, 다문화가정의 이웃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에게 실제적 도움을 주는 활동과 공동책임지려는 마음 안에서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느끼고 힘을 받을 때 참 기뻤어요.”

 

CLC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CLC가 하고 있는 평신도를 위한 교육을 수강하거나 사도직의 현장, 예를 들면 한국CLC가 운영하는 CLC희망학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과정 등을 통해 CLC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은 지원기(약 6개월 전후) 과정을 함께 하면서 이 과정 안에서 CLC에 대한 이해 및 열망을 스스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를 공동체에서 받아들이면 일정기간(약 10개월) 동안의 수련기를 거쳐서 서약을 하게 됩니다. 즉 먼저 CLC가 하는 활동에 함께 한 이후에 지원기 신청을 하시면 되고, 나아가 관심있는 분들은 CLC회원이나 사무국으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앞으로 CLC에서는 어떤 계획들을 갖고 있는지 들려주세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CLC는 그동안 세상 속의 영성수련, 길벗강좌를 운영해왔어요. 그리고 그간의 교육경험을 바탕으로 교회 안의 평신도의 신앙쇄신을 위해 교육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대구에서는 우선 본당이나 교구청에서 요청하는 여러 종류의 특강에 함께 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또 평신도 양성을 위해 기획한 ‘평신도를 위한 침묵피정’을 매년 열고 있는데 올해도 6월 12일(금)-14일(일)까지 진행되었고 호응도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6월에 평신도피정을 지속해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한국CLC가 운영하고 있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희망학교’를 3개의 지역(용인, 서울 금천, 부산 반송)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는데, 대구CLC는 부산의 희망학교를 함께 책임지며 교육을 통해 가난한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립하는데 일조하면서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는 2015년 교구장님의 사목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아울러 ‘요셉의 집’ 급식봉사에도 힘 닿는 대로 꾸준히 참여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끝에 이동화 회장은 “대구CLC의 회원 수가 많지 않은데 그럼에도 매주 한 차례의 모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해주시는 회원들과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간다.”고 전했다. 여느 모임과 달리 일정기간 지원기 등을 거쳐야 하는 ‘그리스도 생활 공동체’인 CLC회원들. 이들은 묵상기도 안에서 체득하는 내적평화와 공동체 안에서의 지속적인 영성수련을 통하여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가 깊어짐으로써 세상 속에서 사랑의 삶을 살고 실천하는데 한층 더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