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도 하루에 반은 접어두고 산다
해도 하루에 반만 환하게 산다
달은 어둠 속에서도 부족함이 없다
해는 밝음 속에서도 뽐내지 않는다
반을 남겨두어서 그럴까
반을 가지고도 나머지 반도 차지하고 싶어
사람들은 어둡게 살고 있다
해가 져야 달이 온전해지고
달이 물러나면 해가 다가서는 것을 보고도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반을 놓지 못하면 나머지 반도 흔들린다
박수도 반반이 모여서 소리가 나고
악수도 반반이 만나 정겨워진다
보물덩어리 지구도 반은 밤이다
내 것 아닌 반을 내려놓고 나면
반인 나도 반반해지리라
* 약력: 1984년 〈분단시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들꽃을 엿듣다』 외 다수.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 『사람의 문학』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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