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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배우는 신앙


주국진(보나벤투라)|신부 . 대구대교구 사목국 청소년담당

강아지 똥이 민들레꽃으로

강아지가 마당에 똥을 누었습니다. 어느 날, 참새가 ‘강아지 똥’을 보며 놀렸습니다. “너는 왜 더럽고 냄새나는 ‘강아지 똥’으로 태어났니? 나는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잖아. 내가 부럽지 않니?”

‘강아지 똥’은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느님, 나를 왜 강아지 똥으로 만드신 것입니까?”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니 ‘강아지 똥’은 더 슬퍼졌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것도 있는데 나는 왜 똥으로 태어난 것일까? 하느님, 불공평해!”

‘강아지 똥’은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이 되었는데 뭔가 옆에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야, 너는 누구니?” “음, 나는 민들레야.” “네 이름은 뭐니?” “음, 나는 강아지 똥이야. 그런데 민들레야, 너도 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변할 수 있니?” “그럼. 지금은 내가 봉오리라서 그런데 며칠 후에 꽃을 피우면, 나도 하늘의 별만큼 아름다워진단다.”

‘강아지 똥’은 자기도 변화될 수 있을까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꽃을 피우는 거니?” “음, 너를 나에게 줘야 돼.” 그 순간, ‘강아지 똥’은 민들레를 꼭 껴안았습니다.

후드득, 후드득 소리가 나더니, 비가 내렸습니다. 비는 ‘강아지 똥’의 몸을 부수었습니다. 부서진 ‘강아지 똥’은 민들레의 뿌리로 들어가 줄기를 타고 봉오리로 들어갔습니다.

삼일만에 비가 그쳤습니다. 드디어 민들레는 아름다운 꽃을 피웠습니다. ‘강아지 똥’이 민들레꽃으로 부활한 것입니다.1)

 

변화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자라고 변화합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노라면 신비롭고 귀엽기도 하지만, ‘언제 자라서 사람 구실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더럽고 냄새나던 강아지 똥이 민들레 속에 들어가 아름다운 민들레꽃으로 거듭 났듯이 우리 자녀들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거듭 태어날 것입니다. 그렇지만 가만히 두면 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늑대와 함께 자란 소년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은 하느님의 사람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것을 ‘회심’이라고 합니다. 회심이 있기 위해서는 올바른 신앙교육이 있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회심이 없는 신앙교육은 잘못된 신앙교육입니다.

 

현재 청소년 신앙 교육

교육에는 구조(Structure of Discipline)와 과정(Learning Process)이 있습니다.2) 구조 중심의 교육은 내용 중심의 교육, 주입식 교육입니다. 반면에 과정 중심의 교육은 경험 중심의 교육입니다. 지난 수 세기 동안 지속되어온 교육방법이 구조 중심의 교육입니다. 교리교육에 있어서 이 교육방법은 2,000년 동안 교회가 간직해온 신앙의 유산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리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주입식 교육이다 보니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지 못하여 삶의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렵습니다. 주일학교에서 교리를 배워도 생활 안에서 신앙 체험이 없기 때문에 회심을 통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앙은 하느님의 부르심,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에 응답하는 삶입니다. 따라서 신앙교육도 인격의 변화, 삶의 변화, 즉 회심을 가져와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일학교 중심의 신앙교육에서 변화가 필요합니다. 자녀 신앙교육을 전적으로 주일학교에 맡기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자녀 교육을 학교나 학원에 맡길 수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주일학교에서 배운 교리 내용을 실생활과 연결시켜 신앙을 사는 곳은 가정입니다. 따라서 자녀 신앙교육도 주일학교와 가정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자녀 신앙 교육의 예

광주 지산동 전정애(말가리다, 47) 씨는 자녀 교육에 대하여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살레시오 수도회 협력자회 활동과 성당에서 빈첸시오회 활동을 합니다. 제 아이들이 나쁜 길로 가지 않은 건 제가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배운 것 같아요. 한 번은 제가 봉사하러 나가는 날, 아들 녀석이 자기 용돈을 털어 계란 한 판을 사오더군요. 제가 봉사하러 다니는 무의탁 할머니에게 갖다 주라는 거예요. 그걸 보고 제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게 되었죠.”

 

전씨의 교육방법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 그리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동반만이 올바른 가정교육 방법이라는 것을 전씨는 알려주고 있는 것입니다.3)

 

이렇게 합시다

가정의 신앙교육 활동은 결코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별히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최초의 교육자요 가장 중요한 교육자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낳을 뿐만 아니라 가르쳐야 합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교육자입니다.4)

 

자녀에 대한 부모의 신앙 교육은 대개 말은 하지 않지만 복음에 따라 사는 일상생활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우선 가족이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일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면 주 1회 혹은 월 1회 등 특정한 날을 정하십시오. 그 날만큼은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미사에 참례한다면 가정 안에 신앙의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체험하는 일상적인 경험들은 신앙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특별히 가정생활의 중대사가 닥칠 때(여러 가지 성사를 받는 예식이나 사순, 부활, 대림, 성탄 등 전례력에 따른 생활, 출생, 혼인, 사망 등) 가족이 함께 전례에 참석하고, 그 사건의 신앙적 의미를 들려준다면 가정의 교리교육은 더욱 예리한 교육이 될 것입니다. 신앙의 중심이 되는 문제들과 신자생활에 대한 진리들을 가정에서 되풀이하여 들려준다면 자녀들에게 일평생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가정 안에서 자녀와 함께 신앙의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자녀들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큰 이익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교리 교육적 통교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며,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5) 이제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주일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신앙이 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