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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람, 희망을 찾다
무기력하고 우울합니다


김종섭(토마)신부, 소람상담소 소장, 교구 가정담당

Q. 안녕하세요. 요즘 너무 무기력하고 우울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부님은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느낌이 든 적은 없으세요? 그럴 때면 어떻게 하세요? 그리고 저는 또 한편 감정 조절이 안 되기도 해요. 갑자기 화가 나서 아이들에게 마구 화를 내고 성을 내고 그런답니다. 남편과의 사이도 그렇게 좋지는 않아요. 남편이 아주 싫고 밉고 그럴 때도 있지만 이혼을 하고 싶다던가 그런 생각은 아니에요. 사는 게 다 그렇잖아요. 그래도 살면서 좀 설레는 느낌을 가졌으면 할 때가 있어요. 그냥 마음이 뒤숭숭해서 두서없이 이렇게 말씀을 드려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찬미예수님. 자매님, 안녕하세요. 요즘 무기력하고 우울한 느낌이 드신다고요? 계절이 가을이어서 그러시나? 아니면 신변에 어떤 일이 있으신지요? 그것이 아니고 그냥 드는 느낌이신지요? 제게 물으신 것처럼 저도 때로는 무기력에 빠지거나 우울한 느낌을 가질 때가 있어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그 감정에 함몰되어서 매우 침울해지기도 한답니다. 글쎄요… 제 경우에는 그런 느낌이 차오르기 시작할 때면 우선 이 느낌을 빨리 알아채려고 노력을 해요. 때로는 온갖 감정의 흐름 속에 제 자신을 내 맡기고, ‘음미하는, 그리고 누리는’ 그런 마음을 가져보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너무 커져 버려서 자칫하면 거기에 휩쓸려 버려 매우 힘들어지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 ‘우울한 느낌’, ‘무기력한 느낌’이 올라온다 싶으면 즉각 대응을 하는 편입니다.

절대 진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무엇을(감정, 느낌) 느낀다.’는 것은 대다수의 경우 크게 두 가지 영향에 의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느낌’이니까 ‘나’를 기준으로 첫째, ‘나’ 외부 상황에 의한 것이에요. ‘관계성’ 속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고 이때 파생되는 온갖 종류의 느낌들이 있다는 말이지요. 이것은 반드시 ‘사람-사람’의 관계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나-나 외의 모든 것’에 대한 관계를 뜻하지요. 그래서 어떤 사건이나 소문, 정보, 소식, 뉴스 등을 봐도 감정이 확 움직이는 경험을 해요. 또 날씨에 따라서 영향을 받기도 하지요. 둘째, ‘나’의 내부 상황에 의한 것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모두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결여된 부분을 채우고 싶어 해요. 그렇게 욕구가 출렁하면서 움직이게 되요. 가령, ‘나는 사랑받고 싶다.’라는 기본욕구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늘 사랑받고만(적어도 내 방식으로) 살 수가 없어요. 그래서 ‘더욱 사랑받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나를 사랑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때 ‘지금 나는 외로워. 슬퍼. 우울해. 무기력해. 의미 없어. 귀찮아. 하고 싶은 것도 없어.’ 등등의 느낌들이 올라오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무기력이나 우울감 등의 느낌이 올라오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상황 혹은 경험’들을 곰곰이 따져보며 묵상해봅니다. 그리고 ‘혹시 지금 내가 원하는 것, 내안에 무엇인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욕망, 욕구는 무엇인가?’라고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있을 순 없으니까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요. 방금 말씀드린 대로 그렇게 해보면 막상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 에 대한 답을 찾기가 어려워요. 그만큼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해 무지할 때가 많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한 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기울이다보면 내 마음 안에 고요한 평화로움이 깃드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자매님. 외람되지만 지금 자매님의 편지로는 이런 원론적인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마치 어린아이가 ‘나 당근 먹기 싫어. 그냥 싫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굉장히 모호하게 말씀을 해 주셨기 때문이에요. 이런 제 대답에 지금 화가 나신다면 무엇 때문에 화가 나셨는지 지금 순간 자매님 자신을 바라보세요. ‘뭐라고? 내가 애 같다고?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거야? 니가 뭔데? 신부면 다야?’이렇게 화가 나신다면 제가 자매님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나신 거겠죠? 즉 자존심을 상하게 해드린 것이지요? 그러면 자매님께서는 그 순간에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잖아요. 바로 그 자기를 존중하는 ‘자존감’의 끄트머리를 꽉~! 잡으세요. 자기를 사랑하고 존중해주지 못할 때 자꾸만 욕구와 행복이 밖에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지금의 나를 또 인정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순간’을 만족하지 못하게 되요. 그럴 때 무기력감은 쑥~ 올라와요. 또 막막하게 ‘난 지금 뭔가 우울해~ 하고 싶은 게 없어.’라고 자기최면에 빠지게 되요.

예수님께서는 바로 자매님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음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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