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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 화선 노인대학
어르신들의 배움터


이은영(데레사) 본지기자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은빛 머리카락이 늘고, 주름은 깊게 패였어도 아이같은 순수함과 해맑은 미소를 간직한 노인들의 배움터인 범어동성당(주임신부 : 원유술 야고보) 내 화선 노인대학(학장 : 마재민 유베날)을 찾아 가 보았다.

250여 명이 앉도록 자리가 마련된 마리아회관을 가득 채운 어르신들은 교사들과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신나게 노래하며 율동을 따라하는 모습에서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이 엿보였다.

 

화선 노인대학은 1991년 설립되어 올해로 13년째를 맞이한다. 대학과 대학원을 합쳐 400명이 넘는 학생들과 31명의 교사들이 함께 하는 화선 노인대학의 교육과정은 대학 과정 2년과 대학원 과정 2년으로 나누어진다. 대학원 과정은 대학을 졸업한 어르신들만이 이수할 수 있다. 이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대구 시내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75세 이하의 노인들로, 재학생 남녀비율을 살펴보면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

 

화선 노인대학에서는 매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입학을 희망하는 노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데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입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학 신청서를 접수하는 날이면 이른 아침부터 노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고 있지만 마감이 끝난 후 접수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돌아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교사들은 죄송하기만 하다.

 

몇 년 전부터는 어르신들이 화선 노인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려고 해서 교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많은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졸업생을 꾸준히 배출해야 하는데, 재학생 어르신들은 이곳에서의 배움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기에 졸업하여 학교를 떠나기 보다는 계속 화선 노인대학에 남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우스갯 소리로 ‘서울대보다 화선 노인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화선 노인대학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까지이고 대학원은 그보다 하루 앞서 매주 월요일에 열린다. 이곳에서의 수업은 강의와 취미반 수업이 중심이다. 교수나 성직자 등 여러 사회 계층에 있는 이들을 초청하여 노인들에게 필요한 강의가 마련되고 있는데, 그 주제로는 교양, 학술, 식생활과 건강, 일반상식 등이다. 이어지는 취미반 수업에는 가요반, 고전무용반, 탁구반, 한글반, 민요반, 스포츠댄스반, 장구반이 있는데 어르신들은 원하는 반에 들어가 배우고 또 즐길 수 있다. 이렇게 익히고 배운 것들은 연말에 발표회를 가져 그 솜씨를 뽐낸다.

 

기쁘게 봉사하고 있는 화선 노인대학의 교사들은 대부분이 4-50대 주부이다. 특히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13년간 봉사하고 있는 부학장 백정숙(데레사) 씨는 “저희가 교사로서 봉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희가 봉사를 받으러 온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가서 이렇게 즐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어르신들을 모시고 하루 생활하는 게 참 행복하고 기쁩니다. 마음도 편안하구요.”라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 또한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자신들에게 다가올 노년의 삶을 생각하게 되고, 그들의 다양한 사연과 경험 안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에는 체육대회가 열렸다. 어르신들과 교사들이 한데 어울려 뛰고 응원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특히 올해에는 수학여행을 꼭 가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요청에 처음으로 수학여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교사들은 귀뜀해 준다.

 

또한 종교강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봉사하고 있는 교사가 모두 신자인데다 성당 내에 노인대학이 있기에 어르신들은 자연스레 신앙을 접하게 되어 세례를 받기도 한다.

 

화선 노인대학은 어르신들의 배움터이자 놀이터이다. 어르신들에게 강의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동년배들과의 어울림과 취미활동들은 그들의 고독과 소외감 등을 없애주어 보람찬 노후를 보내도록 돕는다. 인구 고령화로 점차 노인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요즘, 노인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져 많은 어르신들이 젊은이 못지 않은 희망과 능력으로 황혼빛 날개를 펼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