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 바로 성모당이다. 대구대교구 초대교구장 드망즈 주교에 의해 1918년 10월 13일 축성된 이래 이제는 대구대교구의 상징처럼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성모당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살며 매일매일 사랑을 실천하고자 애쓰는 대구대교구 성모당전례봉사회 회원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대구대교구 성모당전례봉사회의 이지은(마리안, 성김대건성당) 회장을 만나 그 활동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10년 10월 2일 대구대교구장으로부터 정식 인준을 받은 성모당전례봉사회(회장: 이지은 마리안, 담당: 이찬우 다두 신부)가 창립 5주년을 맞았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성모당의 아름다운 사계(四季)를 느끼며 봉사해 온 성모당전례봉사회의 회원들의 마음가짐도 새로울 터. 처음 봉사할 때의 첫 마음처럼 선한 마음과 선한 눈빛, 설렘으로 가득 차 봉사활동에 임해 온 회원들처럼 이지은 회장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처럼 성모당에 매일 미사가 생기기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성모당에 와서 기도드리던 때가 생각난다.”는 그녀는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전에 벌써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동안 하느님께, 성모님께 너무나 많은 은혜를 받고 살았는데 그 은혜를 다시 돌려드리지도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고 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며 국내외 무역파트 대표로 일하는 이지은 회장은 일과 봉사활동 사이에서 늘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비록 오래 전의 일이긴 하지만 한때 본당에서 남편과 아이 둘까지, 온가족이 성가대 활동을 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하지만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몇 번의 장기 해외생활을 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신앙과 교육이 무엇보다 큰 걱정으로 와 닿았다.”는 이지은 회장은 “해외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귀국하면서부터 긴장이 풀린 탓이었는지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대구에 정착한 이지은 회장은 성모당에 매일 미사가 생기기 전부터 찾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신앙과 학교생활, 그리고 제 건강이 좋지 않아서 매일 성모당에 와서 묵주기도를 바치며 위로를 얻었다.”는 이 회장은 “아이들을 위한 기도로 시작해서 이제는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성모당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 30분 묵주기도를 시작으로 오전 11시에 미사를 봉한하고 있어 더욱 기쁘다는 이 회장은 “매일같이 성모당을 방문하여 미사에 참례하다 보니 제가 아주 열심한 신자처럼 보였던지, 어느 날에는 전임 회장님께서 여러 차례 봉사활동을 권유하기도 했다.”며 “선뜻 나설 용기가 없어 몇 번을 거절했는데 어떤 끌림처럼 2011년부터 봉사회원으로 활동하게 되었고 총무를 거쳐 이제 ‘회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되었다.”며 그간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2015년 9월, 신임 회장 임명을 받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이지은 회장은 “주어진 임기 동안 아름다운 곳에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고 감사드릴 일”이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단다. 그러면서 오래 전 성모당과의 인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성모당은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곳으로 기억되는 어머니 품속 같은 곳”이라고 들려주는 이 회장은 “유난히 추웠던 12월에 남산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가보았던 성모당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기도했던 기억과 추위에 떨면서도 기쁘게 야외촬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 날의 행복한 기억 때문이었는지 타지에 살면서도 힘들고 고단할 때면 항상 그 날의 성모당과 루르드의 성모님을 떠올리며 잘 견뎌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제 새롭게 구성된 임원진들과 성모당전례봉사회원들은 매일 5~7명 남짓 회원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각의 조를 나누어 성모당 미사전례를 세세하게 살피고 돕고 있다. 또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는 정기월례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고 있고 1년에 한 차례씩 회원들을 위한 피정과 봉사자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은 회장은 “성모당이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인 만큼 누구나 와서 기도할 수 있고 누구나 와서 마음의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성지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성모당전례봉사회의 한 사람으로 순례자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 더 건네어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불편한 어르신들의 손 한 번 더 잡아줄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맡은 일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성모당은 2009년 3월 27일 로마 대성전과 유대관계를 맺은 뒤 순례지로 지정되었으며, 정해진 날에 전대사를 받기 위한 조건들을 충족한 뒤 미사에 참례하면 전대사 특전이 주어지므로 특히 많은 순례자들이 성모당을 찾아와 미사를 봉헌하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너무 가까이에 있어 익숙하다 못해 자칫 그 소중함과 귀함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모당의 의미를 한 번 더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언제나 그 자리에서 우리를 품어 안아주고 우리의 부끄러움을 알게 하고 우리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는 곳, 성모당. 그런 은혜로운 공간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성모당을 찾는 순례자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드릴 수 있도록 정성껏 전례봉사를 하고 있는 성모당전례봉사회 회원들. 그들의 숨은 정성과 끊임없는 노력에 감사드리고 가장 가까이에 계시는 성모님의 품안에서 서로 사랑을 나누며 성모당을 찾는 많은 순례자들에게 오래도록 따뜻한 손발이 되어주길 기도드린다. 성모당전례봉사회의 회원들이야말로 성모당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가장 먼저 대구대교구를 보여주는 얼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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