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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지곡성당의 5분 대기조 “이시돌회”
- 기도와 봉사단체


이재철(가밀로)|지곡성당

 

제일 낮은 자세로 남모르게 봉사에 임하다

2015년 9월 20일(일) 새벽 6시 20분. 본당으로 하나 둘씩 중년의 남성들이 들어선다. 모두 23명. 6시 30분이 되자 성전 앞에 모여 성체조배와 아침기도를 드린다. 10여 분 간의 간단한 기도를 마치고는 본당 밖에서 회장(주태식 안드레아)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그날의 청소구역을 지시 받는다. “오늘 중점적으로 하여야 하는 봉사활동은 쓰레기 분리수거와 운반, 성당 입구에서부터 도로청소, 화단 풀뽑기, 그리고 4대리구 청소입니다. 오늘 4대리구에 가서 청소하여야 할 인원은 4명이며, 총회장님의 승용차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각자 본인의 희망대로 가셔서 청소를 하시고, 7시 40분까지는 강당으로 오셔서 조찬 라면을 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후 여성위원회에서 무거운 물품을 옮겨 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시설위원회에서 성당 주차장 확장공사 마무리 잡부 요청을 받았는데 봉사시간대를 알려 드릴 테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신청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장의 작업지시가 마치자마자, 삼삼오오 본인들이 희망하는 청소구역으로 총총걸음을 하며 사라진다. 이 모임에서는 사목평의회 총회장도 단 한명의 회원일 뿐이다.

 

숲속 조그만 지곡성당

포항 지곡성당(주임: 김정환 미카엘 신부)은 2011년 1월 이동성당으로부터 분가한 4년차 신생성당으로 포스코(POSCO) 사원주택으로 조성된 포항시 지곡동의 한 가장자리 숲속에 조그마하게 자리 하고 있는 성당이다. 이 성당의 특징은 대부분의 신자들이 포스코 또는 계열사, 포스코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 등에서 근무를 하거나 그곳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서로 함께 이웃한 기간이 오래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최근에는 사회적 고용추세에 따라 젊은 신자 수는 늘어나지 않는 반면, 정년퇴직으로 인한 고령신자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시돌회, 기도와 봉사로서 그들만의 신명난 터를 만들다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들은 대체로 중년까지는 레지오나 제 단체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60세를 넘어 사회활동이 주춤해지는 나이에 들어서면서부터 는 본당활동 또한 주춤해지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우리 성당 역시 같은 현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동안 지곡성당 신자 중에는 포스코 등에서 30~40년간 산업의 역군으로 일하다 정년퇴직을 하고 휴식과 기도를 하면서 그들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뜻있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삶을 일구어 가고 있는 교우들이 많이 있었다. 이러한 노년 기술인력들에 대하여 몇몇의 뜻있는 교우들이 이들의 역할을 한데 묶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 보자는 취지에서 2014년 9월 28일 주일미사 주보를 통하여 ‘삼식이(?)를 면해줍니다.’라는 재미난 홍보로 노년에 접어든 나이이지만 본당을 중심으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단체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기도와 봉사로서 매주 일요일 새벽 성체조배와 아침기도, 성당 주변 청소와 쓰레기 분리수거, 조경수와 화단 가꾸기와 성당에서 급히 인력을 조달하여야 할 행사나 공사 시 잡부, 수시로 발생하는 긴급성 노동봉사 등으로 평소 일반신자들이 할 수 없는 5분 대기조와 같은 정형화 된 조직인 한편, 인근지역 성당과 성지순례를 통하여 영성을 키워 가는데 역점을 두고 있었다.

2014년 10월 5일 주일 새벽 첫날 7명의 희망자가 모여 성당 입구부터의 청소를 시작으로 출범하였으며, 현재는 32명의 회원이 매주 본당은 물론 인근지역의 4대리구까지 확대하여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회원간 친목도모와 영적성장을 위하여 타 본당 방문과 성지순례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여름 심한 가뭄으로 성당 내 어린 수목들과 화초들이 태양의 열기로 타 들어갈 때, 이시돌 회원들은 자체 근무 조를 편성하여 아침저녁 화단에 물을 뿌려주어 수목을 안전하게 보호하였으며, 최근에는 성당 주차장 확장공사에 따른 수목 이동작업, 흙 돋우기 작업 등에 인원을 동원해 달라는 시설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수시로 동원되고 있으며, 선교활동으로 본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 칼 갈아주기 봉사활동에 조를 편성하여 봉사를 하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그동안 우리들의 활동을 지켜보던 주임신부님께서 저희 단체의 명칭을 농부들의 주보성인인 이시돌의 뜻을 받들어 봉사하는 ‘이시돌회’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받아들여 삼식이회가 이시돌회로 탈바꿈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또 지난 9월 초에는 1박 2일로 제주도 이시돌 농장을 방문하여 이시돌 성인의 뜻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세기고 주교좌성당인 중앙성당과 동광성당, 그리고 조수공소를 방문하여 성체조배를 드리고 회원간의 친목도 도모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돌아오기도 하였습니다.

   

자존감과 보람을 느끼게 하다

이시돌회의 활동은 개인적으로는 정년퇴직 후 갑작스러운 사회활동의 위축과 함께 목표감 상실로 인한 정신적 방황기를 겪는 비슷한 연배끼리 연대감을 조성해 주어 그들에게 새로운 봉사활동의 기회를 제시해 줌으로써 자존감과 함께 보람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있으며, 본당 입장에서는 성당에서 어떠한 일을 추진하더라도 항시 동원시킬 수 있는 유휴인력이 대기해 주고 있기 때문에 든든한 버팀목과 같은 힘을 느낀다고 제 단체장들은 물론 신부님과 수녀님들께서 고마워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