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서품을 받고 본당이나 기관, 선교지 등지에서 사목하다가 70세를 전후로 현직에서 물러난 사제들을 교회에서는 ‘원로사목자’라고 부른다. 은퇴 이후 원로사목자들은 피정의 집에서 피정지도를 하는 경우도 있고, 공소에 거주하거나 매주일 공소를 방문하여 미사를 봉헌하는 경우도 있고, 집필이나 선교·문화활동 등 개개인의 여건에 맞는 사목활동을 하며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대구대교구 ‘원로사제후원회’는 이러한 교구의 원로사목자를 위해 작은 도움이 되고자 애쓰는 단체이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 온 대구대교구 원로사제후원회(회장: 권영애 실비아, 담당: 이정효 예로니모 신부)의 권영애 회장을 만나 그들의 활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로사제후원회.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 궁금하였다. 거기에는 다른 제단체들과 달리 드러나지 않게 조용조용 활동을 해온 단체인 까닭도 있다. 그런데 벌써 40년이 넘은 단체라고 말하는 권영애(실비아, 욱수성당) 회장은 “그동안 여러 언론 매체들로부터 인터뷰 제의를 받긴 했지만 선배 회원님들께서 한 번도 인터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빛〉잡지의 인터뷰 제의를 받고 선배 회원님들께서도 선뜻 ‘이제는 소개를 해도 될 것 같다.’며 적극 지지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사실 신부님들과 신자분들이 원로사제후원회가 무엇을 하는 단체냐고 물을 때가 종종 있는데, 말 그대로 본당이나 기관 등지에서 은퇴하신 원로신부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신부님들께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신부님들의 손발이 되어드리려고 마음을 다해 후원하는 단체”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권 회장은 “신부님들의 은퇴식 준비를 시작으로 영명 축일이나 금경축, 신년교례회 등 회원들이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축하를 드리는가 하면, 병환으로 입원해 계실 때는 회원들이 병문안을 가서 잠시라도 간병을 해드리거나 말벗이 되어 드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일들 외에도 원로신부님께서 임종의 위기에 맞닥뜨릴 때면 방문하여 함께 기도를 드리고 선종하신 뒤에는 연도를 바치고 장례미사에 참례하는 등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원로신부님들을 정성으로 잘 보필하는 일이 후원회원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했다.
20여 년 전 원로사제후원회원의 권유로 가입하여 총무를 맡으면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권 회장은 “1차 선배님들(초창기 회원들을 1차 선배라고 지칭하는데 현재는 80대 회원)께서 40년이라는 긴 세월 한결같이 신부님들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회 뒤편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온 덕분에 저희 단체의 존재여부를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사실 원로사제후원회는 초대 1차 선배님들께서 1974년부터 서정길(요한) 대주교님, 이문희(바울로) 대주교님을 모시고 역대 담당신부님들과 함께 교회 뒤편에서 활동하시다가 20년 전, 연령대 별로 2차(40~50대), 3차(30~40대)로 나뉘어 활동하도록 개편한 다음, 1차 선배님들께서 2차, 3차 모임에 각각 1년씩 파견을 나오셔서 부족한 저희들을 사랑으로 가르쳐주시고 모범을 보여 주시면서 지금까지 잘 이끌어주셨다.”며 “그런 1차 선배 회원님들의 모범과 밑거름 덕분에 저희 2차, 3차 회원들도 많이 배우고 조용히 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과 원로사제후원회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들려주는 권 회장은 “후원회장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전임 회장님을 비롯하여 1차 선배님들과 2차, 3차 회원 분들의 도움으로 2년 전에는 4차 회원도 모집하여 새로운 회원이 늘어나 기쁘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오랜 세월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곁에서 보아 온 친정어머니의 나눔의 모습이 저 자신도 모르게 제 삶 안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그녀 역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는 등 말보다 행동으로 자녀들에게 부모로서의 모범을 보여주려 노력해왔다.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는 권 회장은 “30여 년 전 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원이 신암동에 있던 그 무렵 성경학교에서 성경공부를 한 뒤 파티마병원에 입원 중인 말기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상담호스피스봉사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여러 봉사활동을 하도록 저를 이끌었다.”며 옛 일을 떠올렸다. 그동안 본당에서는 여성위원회 위원장, 사목협의회 부회장으로 10여 년 동안 활동했고 현재는 재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구에서는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상임위원, 여성위원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항상 ‘가정의 화목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권 회장은 “교회 일이든 봉사활동이든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가정 일과 가족을 우선으로 해야 다른 일들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0년 넘도록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원로사제후원회원들은 매년 사순절과 위령성월에는 담당신부의 지도로 피정을 하고, 매월 차수별 모임과 전체 간부모임, 원로사제 방문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권영애 회장은 “1차 선배님들의 모범을 따라 앞으로도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계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데 기름이 필요하듯, 저 역시 교회를 위해 꼭 필요한 한 방울의 기름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냐!”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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