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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가정은 희망의 공장


글 강영목(요한보스코) 신부|교구 가정담당

  교구 가정사목 담당 신부로 발령을 받은 지 어느덧 3개월이 다 되어간다. 모든 게 인간적인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또 교회의 뜻대로, 교구장님께서 쓰시고자 하시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나의 사명임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가정담당이라는 역할을 맡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가정…, 가정…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그러나 가장 작지만 중요한 공동체.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헤매고 있는 중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1년이 넘게 계속해서 일반 알현 때와 강론 때 또 사목방문 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정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다. 교황님께서도 가정이라는 주제가 가장 중차대한 문제임을 역대 교황님과 같이 공감하고 계신다. 이에 얼마 전 끝난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회를 통해서도 오늘날의 가정에 대한 문제가 자비의 희년과 함께 논의되었던 것이다.

우연히 인천교구 가정사목 부국장 신부님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보다 먼저 가정사목 일을 오랫동안 하신 신부님이시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질문을 드린 적이 있다. “신부님, 어떻게 하면 가정사목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요?” 신부님이 웃으며 농담으로 말을 받으신다. “신부는 가정이 없는데 어떻게 가정사목을 잘 할 수 있습니까? 하하하!” “하하하! 그러네요….” 같이 웃었지만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교황님께서도 지난 미국에서 있었던 세계가정대회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가정은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이들입니다. 아시겠어요? 가정이 가진 하늘나라 시민권은 하느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마음에는 항상 더 많은 진리와 사랑과 아름다움이 있으시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여러분 중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교황님, 교황님께서는 결혼을 안 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가정 안에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가족끼리 서로 싸웁니다. 때때로 접시도 날아다니고 아이들이 골치를 썩입니다. 시어머니나 장모님 얘긴 꺼내지도 않겠습니다.’”(2015년 9월 26일 세계가정대회 중 교황님의 연설에서)

그러나 이윽고 교황님은 모든 가정이 십자가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부활이 있음을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열어 주신 길이라 하셨다. 사실 가정 공동체의 중요성과 동시에 현 시대의 가정의 위기는 어찌보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교황님의 말씀처럼 계속해서 십자가가 없는 우리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시에 우리의 믿음은 십자가를 넘어선 부활의 삶을 고대하며 또 현재를 부활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시대에도 가정 안에 수많은 어려움과 문제라는 십자가가 있다. 그러나 가정은 바로 희망의 공장이라 하시는 교황님의 말씀과 함께 소중한 가장 작은 교회인 가정 공동체에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한 번 더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 희망은 보다 나은 현실로 참된 가정으로 변화되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석 달밖에 가정담당 신부의 역할을 해오지 않았지만 그간 만난 아버지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혼인을 앞둔 예비부부들 속에서 모두가 오직 사랑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은 가정, 곧 성가정을 꿈꾸고 희망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매순간 느끼게 된다. 이런 바람과 희망이 멈추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모습의 교회 안의 우리의 가정이 계속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아직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구체적이지도 않고 막연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래도 가정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기회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들려주시고 계신다. : “그리스도인 가정은 마리아와 요셉이 하였듯이 무엇보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그분에게 귀를 기울이며,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분을 지키고 보호하며, 그분과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과 일상 안에 주님을 위한 공간을 마련합시다.”(2014년 12월 17일 일반알현 때의 말씀)

그렇다. 곧 오늘날의 위기이자 또 다른 희망을 지닌 가정 안에 주님이 자리 잡으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 신자 가정이 계속해서 연습해야 할 역할이다. 또한 교회가 오늘날의 가정을 위해 계속해서 심어주어야 할 작업일 것이다.

 

● 이번 호부터 강영목 신부님의 “가정은 희망의 공장”이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