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교구장 사목교서 ‘가정, 가장 가까운 교회’에 따라 올 한 해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교회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이번 달에는 배필순(제노베파) 씨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중방성당(주임: 이재원 욥 신부)에서 주일학교 교장과 청소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필순(제노베파) 씨는 띠 동갑인 둘째 언니가 천주교집안으로 시집을 가더니 성당에 다니는 것이 너무 좋다고 권유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세례를 받았다. 그렇게 신앙을 가지게 되었고 청년기를 거치는 동안 활발히 활동하지는 못했지만 결혼 후 온 가족이 같이 성당에 다니는 모습을 꿈꿔오던 제노베파 씨는 “결혼하기 전 남편에게 꼭 세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어 결혼을 승낙했다.”며 활짝 웃었다.
당시 본당에 짝교우 교리반이 개설되어 제노베파 씨는 첫 아들을 임신한 상태로 부부가 함께 교리수업에 참석해 세례를 받았다. 남편 장이욱(베드로) 씨는 “집안 식구들이 모두 불교였지만 천주교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기에 세례를 받겠다고 흔쾌히 약속했고 처음에는 ‘일단 세례를 받고 성당에 안 나가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조금씩 변화되는 내 모습에 신앙생활을 점점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제노베파 씨는 “자모회장을 4년 정도 하던 중 교리교사가 부족해 첫 영성체 교리반을 시작으로 3년 정도 교리교사를 하고 주일학교 교장을 맡게 되어 어느새 9년째 주일학교에서 봉사하고 있다.”면서 “중방성당이 경산성당에서 분가할 당시 주임이셨던 고(故) 이형문(안토니오) 신부님께서 교리교사와 청년들에게 너무 잘 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교리교사를 한 번 해 보고 싶다.’, ‘하게 된다면 최소 10년은 해야지.’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주님께서 그대로 다 이루어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연년생으로 태어난 장은호(마르코), 장선호(요한) 두 아들은 유아세례를 받고 초·중·고 주일학교를 마친 후 대학생이 되면서 교리교사를 시작해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을 성당에서 제노베파 씨와 함께 보내고 있다.
큰아들 마르코는 “주일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미사와 주일학교, 신앙학교에 빠진 적이 없고 동생과 함께 꾸준히 복사를 서면서 토요일을 성당에서 보내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주일학교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교리교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작은아들 요한은 “우리 집에서 성당에 빠진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므로 주일학교에 열심히 출석했고, 교리교사를 먼저 시작한 형의 모습이 좋아 보여서 선뜻 같이 해 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면서 “1년 동안 교리교사를 하고 군대를 갔는데 그동안 내 생활의 일부분이었던 성당과 떨어져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그립고 간절한 마음에 제대 후 다시 교리교사회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 모자(母子)가 같은 공동체에서 봉사한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닐터. 큰아들 마르코는 “집에서도, 성당에서도 가족과 함께 지내다보니 두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지만 이제는 집에서 식사하면서 자연스레 주일학교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등 오히려 더 편하고 좋다.”면서 “또래 친구들이 간혹 부모님의 눈을 속이는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주말을 항상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보내다보니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숨김없이, 항상 솔직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작은아들 요한은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진 형과 내가 주일학교 중고등부를 같이 이끌어가면서 서로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면서 각자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어머니 제노베파 씨는 “어른들만 하는 봉사를 했더라면 아들들을 키우면서 내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맞추려고만 했을 텐데 주일학교에서 여러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여러 부분을 우리 아들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된다.”면서 “다른 가정에 비해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서로 비밀 없이 지내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두 아들과 내가 윈윈(Win-Win) 하는 관계 속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미리 작업해 놓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한다.”고 하였다.
아내와 두 아들이 교회 안에서 함께 봉사하는 것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는 아버지 베드로 씨는 “항상 ‘앞으로 저도 꼭 교회 안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 기도한다.”면서 “직장 때문에 그동안 해 오던 레지오와 대건회 등을 지금은 못하고 있지만 주일만큼은 온전히 교회 안에서 보내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교중미사 때 독서(한 번은 꼭 제노베파 씨와 함께)를 하며, 아내와 함께 성령기도회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노베파 씨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아니오, 싫어요, 왜요?’라고 한 적 없는 착한 아들들을 내 기준에 벗어난다고 만족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어느 신부님께서 ‘그 아이들은 주님께서 네게 잠시 맡겨놓으셨을 뿐 그대로 다시 돌려드려야 하는데 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하느냐? 부족한 부분은 그분께서 알아서 다 채워주실 테니 믿음을 가져라.’하는 말씀을 듣고 마음을 내려 놓으니 여유가 생기고 한결 편안해졌다.”면서 “저의 교회 활동에 항상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 베드로 씨, 돈독한 우애를 다지며 반듯하게 자라고 있는 두 아들 마르코와 요한과 함께 신앙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일학교에서 봉사하고 있는 지금 이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노베파 씨는 얼마 전 결혼 25주년을 맞아 베드로 씨가 편지내용을 들려주었다. “당신을 만난 게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고, 당신을 알아서 하느님을 알게 되었어. 내 인생의 로또는 당신이야.”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다면 매 순간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가정에 앞으로도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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