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가정을 중심에 두는 사목으로의 전환
교회는 세상의 구원을 위한 도구이기에 사목 환경인 세상의 변화에 따라 교회의 사목 분야도 변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20-3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문제시되지 않았던 환경문제가 그러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정의 중요성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지금까지는 그리 문제시되지 않았던 우리의 가정들도 점차 ‘선진국형’으로 변화함에 따라 문제화되고 있다. 아울러 현대 사회에서 가정의 중요성이 점점 더 깊이 인식되기 때문에 교회의 복음화 측면에서 볼 때 가정을 위한 사목 또한 본격적으로 거론되었다고 볼 수 있다.
1. 사목의 중심에 가정을 두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가정 문제들(가정 폭력, 알코올중독, 도박, 청소년 비행 등)로 인하여 가정이 파괴되고 그로 인해 고통 중에 살아가고 있는 가정들이 많은데, 천주교인들의 가정 중에도 그런 가정들이 있다. 교우 가정 중에도 가족들의 종교와 교파가 서로 다르거나 짝 교우이기 때문에 또는 냉담자 가족 등의 문제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많은 가정들이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한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의 가정을 도와주어야 하고, 많은 가정 역시 자신들의 문제에 대하여 도움 받기를 원한다. 이는 가정 문제에 대한 강연이 있을 때마다 거의 매번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것과 가정 문제 전문가들에게 쇄도하는 면담과 전화 문의를 보아도 쉬이 알 수 있다.
다른 한편 요즈음 신세대들은 가정 우선주의 경향을 보여 직장을 선택할 때도 해외 근무나 지방 근무를 하는 직장은 기피하고, 기업들도 그들의 가정 우선주의에 부응하기 위해 직장에서 탁아소를 운영하는 등 가정과 직장을 조화시키는 노력을 한다. 또 오늘날 사회의 홍보 매체, 각종 시민단체, 가정상담소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가정을 위한 노력이 적지 않지만, 전체 사회의 흐름과 T.V. 등 대중 매체의 반가정적 악영향으로 가정의 정체성을 침해하는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가정 문제로 고통받는 가정들을 돕는 문제 외에도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 누군가 나서야 하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가정을 위하여 어떤 기본 계획을 세워 일할 것 같지도 않고, YMCA나 몇몇 사회단체들의 노력만으로는 많고 다양한 가정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어렵다고 본다. 무너져 가는 가정을 도와 바로 세우고 튼튼히 하는 것은 이제 교회 사목의 중심자리에 있어야 한다.
2. 가정 사목에 대한 교회의 분명한 의지 표명
최근 몇 십 년 동안 나온 문헌들을 보면 교회는 가정의 중요성에 대하여 절감하고 있고, 교회의 모든 백성들과 선의의 모든 이들이 가정을 위해 일해 줄 것을, 특히 주교와 사제, 전문가들 그리고 각 가정과 매스컴 종사자들이 가정 사목을 위하여 노력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을 통하여 “개인의 구원과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구원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구원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47항)고 밝히면서 혼인과 가정의 행복을 도모하는 것은 만민의, 특히 그리스도 신자들과 사제들의 의무라고 강조한다.(52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도적 권고 「가정 공동체」를 통하여 말씀하신다. “교회는 사회와 교회의 안녕이 바로 건전한 가정과 밀접히 직결되어 있음을 의식하기 때문에, 결혼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할 사명을 절감하고 있다.”(3항) “그러므로 가정을 보조하기 위한 교회의 사목적 개입은 긴급한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한다. 가정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강화하고 개발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미래의 복음화는 대체로 가정 교회에 달려 있다는 확신 하에 가정은 최우선 순위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한다.”(65항)
「가정 공동체」는 교회가 가정 사목을 “교회의 건설에, 하느님 나라를 역사 안에 설립하는 데에 봉사하는 것”(71항)으로, 따라서 “일반 사목 활동의 한 가지 특수한 형태”로 보아 “조직과 일꾼을 겸비”하여 펴 나가야 한다고 권고하면서(69항), 가정 사목을 펴 나가야 할 사목 구조로 보편 교회(세계 교회)뿐 아니라 교구와 본당 그리고 가정 자체와 가정 사목을 하는 각종의 가정 협의체를 들고 있다.(70-72항) 특히 교구와 본당들이야말로 “가정 사목을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 좀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행동 주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지역 교회, 더욱 구체적으로는 모든 본당 공동체는 가정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서 주님에게서 받은 자신의 은혜와 책임을 더욱 생생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제70항) 가정 사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식 차원에서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교구와 본당 안에 사목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가정 공동체」는 가정 사목을 담당할 교구 내 그리고 본당 내 조직의 설립, 특별 종사자들을 위한 연구소 설치와 그들의 충분한 교육과 훈련 등이 수반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70항 참조)
「가정 공동체」는 “교구 내에서 가정 사목에 대한 책임을 주로 지는 이는 주교”라고 말하면서, 주교는 가정 사목을 위하여 “개인적 관심, 배려, 시간 외에 인력과 재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73항) 교황은 주교들이 교황청에 ‘교황청 가정위원회’를 설치한 의도를 생각하여, “가정 사목을 중요시한다는 징표로, 동시에 가정 사목을 모든 차원에서 돕고 촉진하기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73항) 사제들은 “결혼과 가정에 대한 교회 직무의 본질적 부분을 담당하는” 자이기에 가정 사목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야 하며, “그들의 책임은 도덕적 문제와 전례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에도 연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73항)
「가정 공동체」는 이처럼 가정 사목에 대한 교회의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이를 위하여 교구와 본당에 사목 조직을 갖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모든 이들이, 특히 이 분야에 책임 있는 사람들과 전문인들 그리고 선의의 사람들이 이 중요한 사업에 참여할 것을 간곡히 권고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 <가정 사목>도 가정 사목을 위한 사목 조직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가정 사목>은 교회의 일반 사목 활동 중의 하나의 특수한 활동이다. 그러나 이 시대의 증표로 보아서 혼인과 가정을 위한 사목 활동에 우선 순위가 주어져야 한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모든 교구와 본당 공동체는 가정 사목을 촉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3항)
3. 가정 사목을 위한 교구와 본당 사목조직의 실질적인 필요성
가정 사목 내에 있는 분야들과 내용들은 참으로 방대하다. 가정 사목 내에서도 크게 혼인 사목, 가정 사목, 노인 사목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가정 사목 하나만 보더라도 부부 대화와 사랑, 부모·자녀 관계, 고부 갈등, 가정 신앙생활 가정 폭력, 알코올 중독, 도박, 이혼 문제 등 여러 측면들이 있다. 현재 젊은이들과 부부들을 위해서 각 교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다. 순결 교육, 선택(Choice), 행복한 가정 운동, 자연적 가족계획, 인간 생명수호 운동, 가나 혼인강좌, 매리지 엔카운터(M.E.), 알코올 중독자 모임, 상습 도박 퇴치 운동, 가정 상담실, 나눔의 전화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이 대개 교구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본당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가정 사목 과제들도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노인 대학, 부모 역할 훈련(P.E.T.), 순결 교육, 행복한 가정 운동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도 가나 혼인 강좌와 같은 교육을 시청이나 구청의 협조를 얻어 교구가 사회의 모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시키는 봉사를 한다든지, 교구가 모든 이들을 위한 가정 상담실을 운영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 양로원이나 장애인의 집, 출감자의 집, 청소년 선도의 집, 미혼모의 집 등을 한 본당 구역 내에 하나씩 만들어 운영하기 운동을 벌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일들은 모든 가정들을 위한 교회의 봉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가 사회와 접근하기 가장 쉬운 방법 중의 하나이고, 대사회적으로 가톨릭 교회의 존재 의미 내지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가정 사목에는 여러 가지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교구와 본당이 자기 위치에 맞게 필요한 제도적 사목 구조를 갖추고 활동을 해야 한다. 가정 사목을 위하여 교구 구조, 본당 구조를 갖추어야 하는 이유는 가정 사목 활동의 성격과 규모 그리고 전문화를 위한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Ⅳ.맺음말
가정의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요 우리 교회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모든 가정과 사회, 국가와 교회는 가정을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다른 한편 ‘세상을 위한 교회’로서의 교회는 가정에 봉사해야 하며, 교회 복음화의 토대 역시 가정이기에 모든 교구와 모든 본당은 속히 가정 사목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서 가정 사목이 조직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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