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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대회를 준비하며
교구 가정대회와 가정의 해


김용민(안드레아)|신부, 대구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담당

지난 5개월 동안 <빛> 잡지를 통해 작은 교회요 사회의 기본적인 생활 공동체로서의 가정이 가져야 할 본연의 모습과 가정을 위한 교회와 본당 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할 수 있고, 가정이 복음화 되어야 세상이 복음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동안 표어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여왔고, 본당이나 교회의 외적 성장과 활동에 치우침으로써 교회가 신자 가정의 지원역할을 소홀히 해왔다는 사실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 붕괴의 현상은 오늘날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교회가 그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더욱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가정에 관한 관심은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교회보다 앞서 전개되고 있다. 가정의 붕괴는 사회 전체의 붕괴를 초래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방치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고 가정문제 역시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더 이상 방치해둘 수 없는 문제이다. 여기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은 경제적 부가가치가 충분하다는 얘기인데, 이를 간파한 기업들은 벌서 몇 년 전부터 가정문제에 뛰어 들기 시작했다. 가정이 그들에게는 중요한 시장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요즘 한창인 정보산업 계통의 이른바 닷컴 기업들이 가족문화, 가족치료, 청소년 교육 전반의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자신들의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레저 산업에 있어서도 개인 중심, 동아리 중심에서 가족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가족휴가, 가족 레저타운의 건설 등이 그러하다.

 

가전제품의 홍보에 있어서도 가정의 감성에 호소하기 시작한 지가 제법 됐고(삼성전자), 결혼 정보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젊은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구세주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 모두가 시장성이 있고 상품성이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들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 2000년부터 산아제한 정책에서 출산장려 정책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노인문제, 여성문제, 가정폭력 문제, 청소년 어린이 학대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과 지원을 할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차원에서 가정의 붕괴가 미치는 국가 경쟁력의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가정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종교적으로도 개신교회가 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개신교 사목은 부흥회와 심방이라는 두 기둥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이 같은 사목의 형태는 가정 중심의 사목, 가정을 위한 서비스 위주로 옮겨가고 있다.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가족문제에 관한 연구소나 기관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이 이를 대변해준다.

 

사회적이고 정책적인 면에서 가정 중심으로의 전환이나 가족 지원체계의 제공이 가정에 대한 외부지원이 거의 없던 우리 사회를 위해 하나의 대안으로 긍정적인 면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들이 가지는 부정적인 영향 또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이런 기업적 가정 지원체계들이 가정을 지원하는 것에 넘어서서 가정이 가지는 고유한 힘을 무시하고 그들이 가정의 본래적 역할까지 대신 수행하려 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백화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듯 가정 내에서부터 지원 받아야 하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지원까지 자기네들이 다 해주려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가정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가정의 붕괴를 가속화 시켜 가정을 상업에 종속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기업적 지원체계는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부유층에 집중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사회 계층간 격차를 더욱 심각하게 한다. 사실 가난한 가정은 아무리 좋은 지원체계가 있어도 기업적 지원체계의 혜택에 접근하기 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셋째, 기업적 지원의 특징은 대량 홍보와 문제 접근의 신속성이다. 바람직한 결과에 상관없이 그래서 사람들이 거기로 몰려들고 의지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항상 이보다 늦기 일쑤이고, 사람들이 교회보다 사회의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으로써 가정의 탈 교회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교회가 가정의 힘에 바탕을 둔 가족 지원체계 마련에 역점을 두는 사목을 해야만 하는 중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교구 가정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교구의 선택으로, 이는 교구 사목에 있어서 일회성의 행사가 아닌 중요한 사목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인 것이다. 10월 26일에 개최할 ‘가정대회’는 우선 가정 바로세우기와 복음화를 위한 전 교구민의 의식 환기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를 기점으로 우리 교구는 내년(2004년)을 ‘가정의 해’로 선포하여 지속적인 가정 쇄신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지속적인 가정 쇄신 운동은 가정 중심의 사목계획의 수립과 실천으로, 본당과 가정에서 전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구는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지속적인 가정 쇄신운동을 전개하여 내년 말에 대리구별 가정대회를 통해 결과를 수렴하고 재평가 과정을 거쳐 더욱 심화시켜나가는 방향으로 전개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교회 전체가 하나 되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그 주체는 단위 가정과 본당 소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노력들이 주님의 강복과 함께 교구장님과 교구민 전체 가족의 참여로 가정 붕괴를 막고 가정 본연의 모습과 힘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복음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가정의 해 추진계획을 소개함으로써 연재를 마치려 한다.

 

<2004년 가정의 해 추진 계획>

 

1. 가정의 해 중점 추진 사항

 1) 혼인

- 교구: 혼인교육 지도자 양성과정 개설(가나강좌 대리구 이관 준비)

·Post-Cana 피정(결혼 1~5년차 부부관계 형성 프로그램)

·주년별 혼인 갱신식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보급

·M.E. 주말 피정 활성화

·혼인 조당자 해소를 위한 근본 유효화 실시

- 대리구 및 본당 : 주년별 혼인 갱신식(가정의 달, 삼위일체 대축일, 성가정 축일)

·혼인 조당자 찾기와 단순 유효화 실시

·예비자 모집 시, 교회 행사에 짝교우 초대에 역점을 둠

 

2) 성사 및 가정교육

- 교구: 유아세례 대상자 부모를 위한 교리교재 발간

·첫영성체 가정교리 지도자 양성과정 개설(1, 2월 대리구별 개설)

·가족 캠프 프로그램 마련 및 지도자 연수(가정담당, 청소년담당)

·가족과 함께 하는 성소주일 행사(성소담당, 신학교, 각 수도회 협조)

 

- 대리구 및 본당: 유아 세례 대상자 부모 교육 및 세례 집전

  임산부 교실 운영 및 축복식 거행(여성위원회 주관)

  첫 영성체 가정교리 시행(대리구 가정 대회 시 메인이벤트)

  가족 캠프식 여름 신앙학교 운영, 가족피정

 

3) 가정영성

- 교구 : 가정을 주제로 한 대림절, 사순절 9일기도, 가정교리 찰고 작성과 보급

·성가정 생활을 위한 워크북 제작, 보급

·전례주년에 맞춘 가정기도 양식 보급

·생명과 환경 의식화를 위한 가정 교재 보급(가정담당, 환경담당, 빛잡지)

·부모를 위한 자녀 성(생명)교육 교실

·부부관계 치유 프로그램, 부모 효율성 훈련

 

- 대리구 및 본당

·대림절, 사순절 9일기도 실천

·가족잔치(성가정 워크북 실천 결과 나눔 잔치, 주일학교 은총잔치와 유사하게 진행)

·가정의 날(매월 1회 가정의 날을 제정하고 이날 본당에서는 가정 봉헌미사를 드리며 유아세례, 혼인 갱신식 등을 거행한다. 가정에서는 함께 하는 나눔의 식사, 가정기도, 가정 성시를 바친다.)

·가족 성서 이어쓰기의 지속적인 실천(대리구 가정 대회 때 포상)

 

4) 대리구별 가정대회 개최: 2004년 10월, 11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