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한가닥의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으로 누구나 한번쯤 하느님을 찾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나약함이 가장 많이 묻어나는 곳, 그래서 더욱 하느님의 사랑이 필요한 곳, 병원이라는 특수한 집단에서 하느님의 복음 선포자로 사목 중인 채영희(요셉) 신부를 만났다.
미국에서 병원경영을 공부하고 돌아 온 후, 줄곧 병원에서 사목을 하고 있는 채 신부는 군 복무시절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은 환자에게 입교를 권면하면서 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그 환자는 ‘만약 신이 있다면 왜 나를 이처럼 비참하게 만들었는가? 나는 그런 잔인한 신을 믿을 수 없다.’고 완강히 신의 존재를 부인했지만 병원에 있던 신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진정한 사랑을 알고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세례를 받는 날 청년은 감격에 겨워 ‘제가 비록 한 쪽 다리를 잃었지만 대신 영생의 다리를 얻었고 다리뿐만 아니라 온몸이 구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한쪽 다리와 맞바꾼 국가보상금을 건네주면서 실망과 좌절의 늪에서 헤매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데 써 달라는 것이었다. 그 환자가 준 소중한 메시지를 지금도 가슴 깊이 담고 살고 있다고 한다.
사목자이며 관리자로서 살기에 더러 힘든 점도 있지만, 가톨릭 의료인을 양성하고 환자들에게 가톨릭 교회를 알리며신자들이 병원 성당을 찾고, 수술이나 임종시기에 환자와 가족들의 회개하는 모습들을 볼 때 보람 또한 크다.
하루는 병원복도에서 환자 한분이 인사를 하시기에 “할머니, 차도가 좀 있으십니까?”하고 여쭈었더니, “주님의 집에 왔는데 나아야지요.”라고 환하게 웃는 할머니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역대 가톨릭 의료원의 선배 원장님들의 헌신적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의 가톨릭 의료원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 채 신부는 시설, 장비, 의료수준 면에서 일류 대학병원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재활병원, 노인과 만성병센터, 요양시설 등을 추가한 종합 진료센터를 계획하고 있으며 의학연구와 의과대학의 인성 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한다. 또한 국내외 유수 의료기관과의 원활한 교류를 통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와 깊은 사목적 배려로 교구 신자분들의 편안한 쉼터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본당에 가정간호사를 파견하여 신자 봉사자들과 더불어 환자방문, 선교 등 재가복지 사목에도 협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이웃에게 더 많은 의료 혜택과 예수그리스도의 치유의 은총을 나눌 수 있도록 신자분들의 기도와 정성어린 후원도 이어져야 하겠다.
가톨릭 의료원이 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주님의 집처럼 느낄 수 있는 포근한 안식처가 되고,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을 듬뿍받는 축복된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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