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공부하고 도전하는 삶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있었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 그들이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새얼학교(교장 이창수 야고보 신부)의 문을 두드린다.
순수야학으로 설립한 이래 올해로 개교 26주년을 맞이하는 새얼학교. 이곳에는 비록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이마에 주름은 늘어가지만 배움에 대한 소망으로 이곳을 찾은 늦깍이 학생들과 정성을 다해 이들을 가르치는 봉사자인 대학생 교사들이 있다. 이렇게 순수한 사람들이 배우고 또 가르치는 사랑 넘치는 새얼학교를 찾아 가 보았다.
1977년 대구대교구 가톨릭 대학생 연합회에서 개설한 새얼학교의 당시 이름은 도미니코 야학이었다.
이듬해인 1978년에 ‘새얼’로 교명이 변경 되었고, 그 후 해를 거듭할수록 학교로서의 모습을 차츰 갖추어 나갔다. 현재 성 토마스성당 내 가톨릭 문화관 지하에 자리하고 있는 새얼학교는 대구에서 얼마 남지 않은 야학 가운데 하나이다.
새얼학교 교육과정은 중학부 과정 2년, 고등부 과정 2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간 수업 일 수는 일반 학교의 220일 보다 더 많은 280일이다. 일반 학교의 3년 과정을 2년 안에 마쳐야 하기에 빠듯하게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일반 학교의 새 학기가 3월에 시작되는 것과 달리 새얼학교의 새 학기는 9월에 시작된다. 이는 4월과 8월에 있을 검정고시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지난 검정고시에서는 새얼학교 학생들이 전원 합격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새얼학교 학생들은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아오다 용기를 내어 늦게나마 배움의 길로 접어든 마흔 살 안팎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비록 동년배들에 비해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배울 수 있어서 그들은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하기에 수업을 대하는 그들의 마음과 모습은 진지하고 또 깊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하기 전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졸업생 가운데 일부는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새얼학교에서는 이처럼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렵게 공부하여 대학까지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격려의 의미로 백만 원의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새얼학교에서는 수업뿐만 아니라 일반 학교와 똑같이 모든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체육대회, 수학여행, 소풍, 수련대회, 신입생 환영회, 졸업식 등은 늦게나마 학교를 찾는 이들에게 학창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갖게하려는 새얼학교 교사들의 배려이다. 그러나 새얼학교의 모든 행사는 재학생과 현직교사들만이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새얼인들의 잔치이다. 특히 체육대회를 할 때는 동창생과 졸업교사, 후원회 등 새얼과 인연을 맺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새얼학교는 새 학기가 9월에 시작하기에 졸업식은 8월에 있다. 올해는 중학부 3명, 고등부 5명이 새얼학교를 졸업했다. 야학을 찾는 이들이 많았던 1980년대에 비하면 입학생과 졸업생 모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권 교육이 점점 의무화 되는데다, 사교육의 증가와 다양한 대안학교의 등장 등도 그 이유라 하겠다.
개학을 맞아 새얼학교는 지난 8월부터 신입생과 교사를 모집하였다. 시내 곳곳에 전단지를 붙이고 대구주보와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서 홍보도 해 보았지만 8월 끝무렵까지 새얼학교에 입학하겠다는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야학 봉사를 원하는 대학생들이 적지 않아 교사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처럼 줄어드는 학생 수로 새얼학교 관계자들은 적지 않은 걱정을 하고 있다.
밤이면 활기를 띄는 새얼학교는 그동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시 50분에 시작하여 10시까지 수업이 있었다. 그러나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인해 토요일 수업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여 이번 학기부터는 토요일 수업은 다른 시간으로 대체되었다.
대건중학교 교사이기도 한 새얼학교의 교감 우승수(바오로) 씨는 새얼학교에 대해 “학생들을 대하면 저희가 가르치기 보다는 오히려 배운다는 느낌이 듭니다. 꿋꿋하게 생활하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서 오히려 많이 배웁니다.”라며 새얼학교에서 느끼는 보람을 전했다. 다만 줄어들고 있는 학생수에 대해 걱정하면서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배우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새얼학교는 존재할 것.”이라며 새얼학교가 순수야학으로 오래토록 남아있기를 바랬다.
새얼학교의 수강비는 무료이다. 교사들은 대학생 봉사자들로 구성되며 대학을 졸업하면 졸업교사로서 현직교사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한다. 운영은 교구와 구청의 지원금과 보이지 않는 후원자들과 동창회 그리고 새얼학교 교장을 지내셨던 여러 신부님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새얼학교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기도가 모여 새얼학교는 오랫동안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하루의 끝자락에 만나 피곤함도 잊은 채 배우는 학생들과 가르치는 교사들. 이들은 배우고 또 가르치는 데 어떠한 강요도 없이 스스로의 의지와 희망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이다.
제 때 배우지 못한 원망과 후회를 사랑과 고마움으로 피워내는 순수한 학생들이 가꾸어내는 새얼학교는 ‘새얼 교사의 기도’에서처럼 오다가다 만나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은 아닌 듯하다. 숭고한 봉사정신과 착한 학생들이 만나는 참빛의 현장인 새얼학교는 정말 ‘사랑’이다. 한 명이라도 배움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존재할 것이라는 새얼학교 교사들의 마음. 그래서 배움이라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퍼주고 또 퍼주는 모습에서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그들의 넘치는 사랑이 느껴진다.
새얼학교 문의 ☎ (053) 472-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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