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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희망의 공장
새로운 가정 공동체의 시작


글 강영목(요한보스코) 신부|교구 가정담당

한 달에 한 번, 건너뛰는 달이 없이 1년 12번, 매월 셋째 주 주일이 되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본당에서 갈수록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청년들이 혼인을 위해 적게는 백 명, 많게는 이백 명 가량이 한자리에 모인다. 처음 예비부부를 위한 가나 혼인강좌를 맡게 되었을 때의 첫 느낌이었다. ‘다 어디 갔다가 이제 왔지? 그래도 결혼은 하고 싶구나.’ 등등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었다. 사실 가정의 시작은 혼인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혼인을 통해 부부가 됨으로써 한 가정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그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말씀하신다.

“혼인은 단순히 교회 안에서 꽃을 들고 예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예식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사이며, 새로운 가정 공동체의 시작인 것입니다.”

 

현재 교구 가정사목 담당 주관 아래, 매월 셋째 주마다 예비부부를 위한 가나 혼인강좌가 계속해서 실행되고 있다. 오늘날 가정의 위기와 어려운 현실을 미리 예측하고, 가정의 시작인 혼인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였던 교회의 입장에서는 더욱 더 그 필요성과 가치가 중요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30만 5천 5백 건인데, 이에 대해 이혼 건수는 11만 5천 5백 건이었다고 한다. 곧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4년 통계에서 둘째 자녀 출산은 1981년 이후 가장 적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우리 가정의 현실, 곧 저출산과 혼인의 가치가 상실되고 있는 모습에서, 본질적인 혼인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가정을 준비해 가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바로 교구에서 실행하고 있는 가나 혼인강좌이다.

실제로 많은 예비부부들이 마지못해 부모의 등쌀에 밀려 혼인강좌에 오기도 하고, 또 30% 정도는 비신자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아침에 혼인강좌에 온 이들의 모습을 보면, 잠이 덜 깬 듯 보이기도 하고 의욕 또한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표정은 변해 간다. 그저 교황님의 말씀처럼 결혼식과 외적인 예식에만 신경을 쓰면서, 그로 인해 갈등과 상처가 있음에도 그저 덮어 두고 앞만 보고 있던 예비부부들이 자신들의 사랑과 함께 하나가 되려는 본질을 생각해 보는 이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혼인은 본래 덧없는 사랑의 감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완전한 일치를 이루겠다고 동의한 배우자들이 맺은 확고한 계약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66항)

인간적인 감정만으로는 혼인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희생과 노력, 그리고 상호간의 헌신을 다짐하고 그렇게 살아가기로 약속하는 것이 바로 혼인이다. 그런데 둘이 하나가 되려면 결국 서로서로 양보하고 나누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연습과 노력은 결혼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리 결혼을 약속하고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에게는 더욱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나강좌라는 이름은 결국 예수님의 첫 기적이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그 안에서 무엇보다 주님은 가정의 시작인 혼인을 축복해 주시고 풍요롭게 해 주셨음에 그 의미가 크다.

가나강좌를 수강하며 새롭게 그동안 소홀했던 신앙생활을 다시 하려 하고, 좋은 남편과 아내가 되기로 다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기에 가정사목의 중·장기적 계획 아래 가정의 시작인 혼인에 대한 정성된 준비, 곧 내면의 풍요로움을 혼인잔치를 통해 풍성하게 해 주신 주님 안에서 만들어 가는 노력을 교회는 계속해서 강조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나 혼인강좌에 대한 중요성과 책임감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 가정의 출발점은 참으로 이 시대의 빛과 소금과 같은 가정을 이루어 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마지막 파견미사 때마다 들곤 한다. 톨스토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는 내적인 성장이나 영혼의 가치가 상장이나 훈장보다 훨씬 중요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이것은 작은 촛불을 햇살보다 더 밝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

평생에 한 번, 단 하루의 혼인강좌의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한 가정의 일생에 커다란 내적인 힘이 되고 참된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그래서 외적인 혼인 준비로 잠시 잊었던 두 사람의 사랑의 마음이 다시 불타 올라 행복한 성가정의 모습을 이루어 가길 매월 셋째 주일마다 기도한다.

이번 달도 수료증을 받아들고, 환히 웃으면서 두 손 꼭 잡고 떠나갈 예비부부들을 기다린다.

 

2016년 대구대교구 가나강좌

시간 매월 셋째 주일, 오전 9:30 - 오후 5:00(시간엄수)

장소 : 대구가톨릭병원, 마리아관 강당

회비 : 1인당 2만 원(점심 및 교재 제공)

문의 : 가정사목 사무실, 053-250-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