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속의 봄이랄까, 겨울이 깊으면 봄이 가깝다고 하더니 새뜻한 햇살이 비치는 날 이홍근(바오로, 71세) 신부를 찾아뵈었다.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글쎄, 요즘은 주로 강의와 피정 지도, 성경 말씀 묵상 자료들을 만들고 신학교 교수 시절의 강의록을 다시 정리하면서 지내고 있지."라며, 그간의 일들을 함축적으로 전해준다.
40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일선 사목 현장에서 후학들을 위하여 나아가 신자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며 사제의 길을 걸어 온 이홍근 신부. 현재 그 긴 여정의 시간에서 비켜나, 봉덕동 옛 선목신학교 터에 자리한 공동사제관인 바울로관에서 또 다른 일과로 새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1967년 12월 사제수품 이후 하양성당 보좌를 시작으로 본당사목과 로마유학 그리고 13년 동안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로 영성신학 강의를 비롯하여 2005년 11월, 이곡성당 주임을 끝으로 은퇴하기까지 사제로 살아오면서 이홍근 신부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은 신자들의 성경공부. 이 신부는 "무엇보다 가정에서의 기도가 우선일 뿐만 아니라 가정공동체가 잘 이루어진다면 교회공동체는 저절로 잘 될 것."이라며 "가족들이 함께 모여 성경을 가까이 두고 자주 읽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가톨릭 신자들에게 다소 부족한 그 무엇은 다름 아닌 성경 말씀에 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홍근 신부는 "신자들이 너무 세속 일에만 관심을 갖고 살아가는 듯한데, 우리에게 주어진 한 주간 168시간 중에 단지 주일미사 1시간만 참례하는 168분의 1 신자 수가 너무나 많은 것이 오늘날 우리 교회의 현실."이라며 안타까워 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어떻게든 신자들이 좀더 쉽게 성경을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단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성경공부를 위한 자료를 제공해주는 일. 이곡성당 주임으로 있으면서 이 신부는 매주 성경말씀 묵상 자료를 만들어 신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처음엔 신자들의 호응 역시 달가워하지 않던 눈치. 하지만 자꾸 모여서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복음나누기를 하는 동안, 어느 정도 익숙해진 신자들의 모습에 힘을 얻어 지금까지도 자료 연구와 제공에 여념이 없다.
이홍근 신부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그리스도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그 말씀을 실천에 옮겨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의 역할이 아니겠냐?"며 차곡차곡 정리한 파일들을 꺼내어 놓는다. 그리고 보다 쉽게 성경말씀에 접근하여 보다 쉽게 성경말씀을 이해함으로써 참 신앙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낮이나 밤이나 쉼 없이 복음묵상 자료를 연구하고 있다.
은퇴 후 더 많은 책을 접하고 또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며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을 갖고 있는 이 신부는 "성경공부는 신앙인으로서 꼭 해야 할 중요한 몫이므로, 일선 본당신부들도 "끈기"있게 신자들에게 다가서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요한복음의 "너희는 성경에서 영원한 생명을 찾아 얻겠다는 생각으로 성경을 연구한다. 바로 그 성경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5,39-40)는 성경말씀을 참 좋아한다며 살짝 귀띔해준다.
앞으로도 성경말씀 묵상 자료를 통해 168분의 1 신자들에게 힘닿는 한 열정을 쏟을 것이라는 이홍근 신부는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맛에 빠져드는데, 2006년에는 우리 신자들도 성경을 통해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며,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조금만이라도 하느님을 위해 봉헌한다면 모두의 삶이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어린 시절 성소의 싹을 키워 신학교에 입학을 하고 어엿한 사제가 되어, 한평생 일선 사목생활을 마치고도 여전히 바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홍근 신부. 평소 즐겨 쓰고 다닌다는 검은색 베레모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서 쑥스럽게 자세를 취하며 예의 미소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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