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어머니가 가르쳐 주는 교리
생각을 멈추고, 느껴봐!(stop thinking, feel it)


전재현(베네딕도)|신부 . 대구대교구 사목국 청소년담당

마음열기

지난 3월 말 경 저는 교리교사들과 록 콘서트(Rock Concert)를 구경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공연의 내용이나 무대배경, 아이들의 반응 같은 것들을 살피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잔뜩 기대를 하고 공연장을 찾은 아이들과 우리들의 태도는 많이 달랐습니다. 공연 30분전 공연장에 도착한 우리들과는 달리 많은 아이들이 벌써부터 와서 줄지어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일행은 ‘늦게 들어가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줄과는 상관없이 한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일행 중의 한 교사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신부님이 최고 고령자이신 것 같습니다!” 순간, 피식 웃고 말았지만 ‘내가 벌써 최고 고령자 대우를 받는 곳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아이들과의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거리감이 느껴지는 차이점은 참 많이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의 찬 기운에 저는 그때까지도 점퍼를 걸치고 있었는데, 많은 아이들이 반소매 차림이었고, 그 색깔이나 옷 입는 스타일도 완전히 달랐던 것입니다. 칠부 청바지에 검은색 양말!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원색들이 잘 어우러진 치마! 남자의 길다란 노란 머리 등등.

 

그런데 우리 일행이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고등학생쯤 보이는 아이들이 소주 페트(PET)병을 여러 병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공연장에서 술을 마시려는 건가?’ 의아해 하며 입장해서 살펴본 결과 그것은 전혀 다른 용도의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공연장의 관객석은 텅 비어 있었고, 모두들 서서 함께 소리지르고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다 지치면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것이 바로 그 소주 페트병이었습니다. 병은 소주병이었지만 내용물은 물이었던 거죠.

 

또 어떤 아이는 일행도 없이 혼자인 것 같은데,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공연초반부터 왔다갔다 움직이며 춤을 추었습니다. 아직 분위기가 그렇게 많이 달아오르지 않은 때라 관객석 뒤편의 많은 아이들이 그저 서서 구경만 하고 있는 데도 그 아이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춤을 추었고,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저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제 앞을 지나간 그 아이는 가만히 서 있는 제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한 시선을 던져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시간이 조금 지나자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 아이처럼 그렇게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답니다.

 

예상한 일들이긴 하지만, 직접 체험을 하고 나니 뭔가 표현하지 못할 많은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느껴봐!(stop thinking, feel it)”라는 슬로건으로 TV CF를 촬영한 어느 음료수 회사의 광고 제작자가 “주 소비자인 청소년들과 청년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삶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이번 광고의 컨셉을 설정했다.”는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공연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볼 때, 요즘 청소년들은 깊이 고뇌하고, 생각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들에게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시대의 문화는 부모들의 시대와는 달리 메시지를 수용하는 방식도 다른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생각하기 

신학생 때의 일입니다. 개학을 하면 항상 개학 피정을 했는데, 한번은 어느 수사 신부님께서 피정 지도를 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애타게 주님의 이름을 불러 보았습니까? 눈을 감고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가시는 예수님을 상상하며 힘껏 소리쳐 불러 봅시다. 큰 소리로 외치지 않으면 주님께서는 듣지 못하고 모퉁이를 돌아가 버리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같이 “주님!” 또는 “예수님!”이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는데, 그게 왜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신학생들이 소리를 내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자그마한 소리를 냈고, 몇 명만 용기를 내어 크게 소리 질렀습니다. 저도 평소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때 외에는 그다지 큰 소리를 질러본 경험이 없었고, 또 마음속으로 주님의 이름을 불렀을 뿐, 밖으로 소리쳐 불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너무 쑥스럽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피정 지도 신부님의 재촉에 따라 큰 소리로 주님을 부르고 나니 뭔가 온 몸이 싹 씻겨지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왠지 제 목소리를 듣고 주님께서 금방 달려오실 것만 같았습니다.

 

록 콘서트 장에서 요란한 굉음 속에 소리 지르고 춤추며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며, 주님을 큰 소리로 외쳐 보았던 그 때의 경험이 저에게 떠오른 것은 서로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주님의 이름을 외쳐 부르며 그렇게 기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소리와 진동을 통해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성서구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야훼의 목소리가 바다 위에 울려 퍼진다. 영광의 하느님께서 천둥소리로 말씀하신다. 야훼께서 바닷물 위에 나타나신다.”(시편 29,3) 

“야훼여, 당신 향하여 소리지릅니다. ‘당신은 나의 피난처 이 세상에서 당신은 나의 모든 것.’”(시편 142,5) 

“숨쉬는 모든 것들아, 야훼를 찬미하여라. 할렐루야.”(시편 150,6) 

“우리가 당신들에게 보내는 이 책을 주님의 집에서 축제일과 특별한 절기에 공중 앞에서 소리 내어 크게 읽으십시오.”(바룩 1,14) 

“그런데 소경 두 사람이 길가에 앉아 있다가 예수께서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외쳤다.”(마태 20,30) 

“그리고 앞뒤에서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환성을 올렸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도 호산나!’(마태 21,9) 

“아이 아버지는 큰 소리로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이 부족하다면 도와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마르 9,24) 

“그러나 예수께서는 ‘잘 들어라.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하고 대답하셨다.”(루가 19,40)

 

성서의 다양한 표현들을 그저 문자로만 남겨 둔다면 아이들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성서 구절들에 대해 아이들이 성서인물들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어떤 느낌(Feeling)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영적인 진동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종교 커뮤니케이션 연구가인 피에르 바뱅 신부님은 아이들이 하느님과 일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배경(Ground)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떼제 공동체에서 촛불과 음악, 드리워진 커튼 같은 것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사람들의 영적 갈망을 이끌어내듯이,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하느님께로 마음을 열 수 있는 그라운드를 형성할 수 있으면 좋을 것입니다.

 

실천하기

우선, 아이들의 방 또는 공동 휴식공간인 거실 같은 곳에 하느님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이콘을 걸어둘 수 있으면 참 좋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이콘을 통해 하느님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한 아이들이 가요를 듣고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많은 성가들, 특별히 아이들과 느낌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성가들도 아이들에게 하느님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성당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 나들이 때에 대자연 앞에서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는 체험은 또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후시간 성모당 산책을 나오신 수녀님들이 활짝 핀 목련 앞에서 성가를 부르는 모습은 그저 구경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주님께로 모으게 합니다. 또한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 묵주기도를 하기 위해 모인 신학생들이 굵직한 목소리로 전하는 찬미는 제 마음을 편안히 하느님께로 이끌기에 충분했답니다. 예수님께로부터 울려 나오는 영적 진동을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전달해 봅시다.

 

다니엘(2경전) 3,57-87을 아이들과 함께 큰 소리로 읽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