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도하는 어르신들은 성당에서나 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기도하는 젊은이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본당의 평일미사에도 일부 청년들만이 참석하고 있다고 한다. 주일 미사 봉헌만으로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젊은이들이 아닐까 싶다. 낮에는 학교와 직장으로, 밤에는 학원과 놀이문화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젊은이들이기에 특별히 시간을 내어 기도한다는 것은 피곤한 일로 여겨지는데다, 바쁜 생활을 핑계로 항상 뒤쳐지기 마련이다. 예수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기도하는 분이셨다.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따로 시간을 내어 기도하시며 제자들에게도 기도하라고 이르셨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느끼는 공허함은 바로 영성에 목말라하는 우리 영혼이 보내는 신호인 듯하다.
몇 년 전부터 대안동성당에서 해 오던 교구 청년 떼제 기도 모임이 지난해 11월부터는 대구 남산동 샬트르 성바오로회 수녀원으로 옮겨 마련되고 있다. 참여하는 청년 수는 50-60명 정도.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기도 모임에는 교구 내 청년들과 배상희(마르첼리노) 교구 청년 담당 신부 그리고 샬트르 성바오로회 수녀들이 함께 하고 있다.
황금같은 주말, 특히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멀리 경주에서 온 청년들도 있었고, 타교구에 교적을 두고 있지만 대구에 거주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기도 모임에 참석하려는 딸을 바래다주고 돌아가려다 들어왔다는,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중년 부인도 함께 했다. 이 가운데는 떼제 기도 모임에 처음 온 이들도 있고, 꾸준히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젊 은이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져 있는 편이나 그래도 떼제 기도라고 하면 생소히 여기는 이들이 많다. 떼제는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마을의 이름이다. 이곳 떼제에서 1940년 로제 슈츠 마르소슈(Roger Schutz - Marsauche)가 국제 수도회를 창설했다. 이 수도회에는 가톨릭뿐만 아니라 개신교 수사에 이르기까지 종파를 초월하여 떼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갈라진 그리스도인들이 서로 화해의 길을 찾고, 또 이를 통해 인류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증진하기 위하여 시작된 공동체로, 매년 전 세계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있다. 즉 인류 안에서 평화와 화해, 신뢰를 간직하고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또 그리스도를 찾고 그분이 자신들에게 주시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모여드는 기도와 만남의 중심지라 하겠다. 공동기도와 찬양, 침묵, 개인 묵상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곳이 바로 떼제이다.
떼제 기도의 특징은 떼제 노래인데 묵상적 기도를 돕기 위해 짧은 노래를 반복해서 부른다.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은 쉽고 짧은 가사의 떼제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다보면 이 가사의 내용이 마음 안으로 스며든다.
청년 떼제 기도 모임이 지향하는 것은 꾸준히 기도하는 이 시대 젊은이의 모습이다. 교회보다는 자꾸 세상 속으로 빠져드는 젊은이들이 하느님께로 가까이 나아갈 수 있도록 영성적인 목마름을 채워주며 꾸준히 기도하도록 돕는 데 있다. 또한 이 작은 기도모임을 시작으로, 교구 내 각 본당에 청년 기도 모임이 만들어지는 데도 그 목적이 있다. 이미 성김대건성당, 수성성당 등 몇몇 본당에서는 본당 떼제 기도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회 내 청년 단체 구성을 살펴보면 신심단체 보다는 활동 중심의 단체가 많다. 기도하기를 원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도 피정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기회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조용한 수녀원에서 진행되는 젊은이들을 위한 떼제 기도는 우리 청년들의 마음을 주님께로 더 가깝게 이끌며 기도의 기쁨을 맛보게 한다. 이렇게 떼제 기도 모임이 청년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고 호응이 좋아져 대구 가톨릭 청년 연합회 3월 월미사는 떼제 성가로, 대안동성당에서 봉헌했다. 매달 다른 주제로 열리는 떼제 기도 모임은 말씀의 전례, 십자가 친구(親口)예절, 자유기도, 나눔의 시간 등이 떼제노래와 함께 구성되며, 신부님의 강복을 끝으로 간단한 다과를 즐기며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배상희 신부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어 기도하는 습관을 들여 청년들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이어서 “단순한 침묵 기도보다는 음악적인 요소가 가미된 떼제 기도를 시도한 것이 청년들의 성향과 잘 맞는 것 같다.”며 떼제 기도 모임에 많은 청년들이 참석하기를 바랬다.
떼제 기도는 무엇보다 분위기가 중요하다. 직접 프랑스 떼제 공동체에 다녀 온 수녀들은 이콘과 초를 사용하여 기도방을 꾸미고, 기도 모임의 전반적인 진행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년들의 모임을 위해 애쓰고 있다. 또한 청년 떼제 봉사자들도 안내와 전례 준비, 인터넷 카페의 운영 그리고 나눔의 시간을 이끄는 등 이 모임을 찾는 이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게 돕고 배려한다.
그 리스도인에게 기도없이 사는 생활은 물고기가 물을 떠난 생활과 같다. 그만큼 기도는 내 신앙의 표현이며 신앙 생활이다. 그러므로 기도를 바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의무이다. 기도로써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며 그분께 대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젊은이들. 기도 모임을 통해 우정을 나누고 하나되는 모습에서 젊은이다운 독특한 아름다움이 묻어난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젊은이들의 입에서 떼제 기도가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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