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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대회를 준비하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가정 공동체” 해설


김용민(안드레아)|신부 . 대구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담당

우리 교구는 새 세기를 맞으며 교구 시노드를 개최했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삼천년기에 복음화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교구 설정 백주년을 앞두고 교회 각 분야에 대한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교구의 신앙적 쇄신과 사회적 적응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미 사회복지, 소공동체, 초등학생, 평신도사도직 대회를 개최하였으며 올해는 7월에 중·고등학생대회, 10월에 가정대회를 개최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대회들은 행사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대회를 통하여 앞으로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살아야 할 지속적인 방향을 가져야만 의미가 있다 하겠다.

 

교구 가정대회 준비의 일환으로 우선 교구에서는 교황님의 서한 “가정 공동체”를 중심으로 신앙 가정의 참모습을 찾기 위한 강연회를 6월 1일에 개최하기로 하였고, 이 강연회의 강의 내용을 빛 잡지 독자들을 위해 이번 호와 다음 호에 걸쳐 지상 강의로 연재하기로 한다.

 

1. 가정 - 교회의 길

교회가 가야 할 길인 인간 구원의 길 가운데 가정이 첫째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말한다.(가정 교서 2항) 우리는 모두 가정에서 나고 자라고 가정 안에서 자기 인생의 구체적인 소명을 실현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창조주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구세주의 오심이 나자렛의 한 가정을 통해 이루어진 사실은 가정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증거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가정에 대한 봉사를 복음화를 위한 자신의 근본 의무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오늘의 가정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어 정상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을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에 대해서 한 마디로 “가정은 본연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가정 공동체 17항) 다시 말해 가정은 본래 하느님이 계획하신 대로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로 돌아갈 때, ‘사랑을 보호하고 드러내며 전달할 사명’을 수행하여 본연의 것이 된다는 말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인 ‘가정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의 본연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다음 네 가지로 제시한다.(18 - 64항) : 1) 인간 공동체의 형성 2) 생명에의 봉사 3) 사회 발전에의 참여 4) 교회의 생활과 사명에의 참여

 

2. 가정 -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 : 인간공동체의 형성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우리가 삼위일체적 일치에 참여하도록 당신 은총의 선물로 우리를 초대하신다. “인간은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 줌으로써만이 자신을 완전히 발견할 수 있다.”(사목헌장 24) 자신을 내어 준다는 것은 특성상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며, 철회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헌신의 논리가 없다면 결혼은 공허한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이 논리에 따라 이루어진 두 사람의 일치는 부모의 일치로 발전하게 된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가정 교서 11)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는 이러한 상호 사랑과 자기 증여에 기초한 일치를 형성해야 한다. 부부의 사랑은 자녀들과 조부모와 다른 가족들과 친척들을 포함한 더 큰 인간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핵심이 된다. 남편과 아내를 묶어 주는 사랑은 삼위일체의 자기 증여 사랑의 일치와 자신을 내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일치된 교회를 상징하기에 절대로 풀릴 수 없는 항구한 결합이다. 가정의 일치를 이루는 것은 가족 전원의 책임이다. 이 일치는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서로 주고받는 ‘교육적 교환’으로 증진되며 희생과 화해의 항구한 정신으로 강화된다. 가정의 구성원들 간에 이 인격적 일치를 항상 심화시키지 않으면 그리스도인 가정은 다른 나머지 세 가지 임무인 생명에의 봉사, 사회 발전에의 참여, 교회의 생활과 사명에의 참여를 성공적으로 실천할 수 없다.

 

이러한 “인간 공동체의 내적 원리, 영원한 원동력, 최종적 목표는 사랑이다. 사랑이 없이, 가정은 인간들의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이 없이는 가정이 살아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서 성장할 수 없다.”(가정 공동체 18)

 

3. 가정 - 생명에의 봉사

그리스도인 가정의 기본적 임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이다. 가정은 출산과 자녀교육을 통해서 생명에 봉사하게 된다. 가정은 생명의 못자리이다. 출산을 통해서 창조주의 모상을 전달하는 것이다. 출산력은 부부애의 결실이고 징표이며, 부부 상호간의 완전한 자기 봉헌의 산 증거이다. 따라서 출산을 배제한 부부애는 서로의 육체를 소유물로 여기게 하여 서로 인격의 존엄성을 파괴하게 된다.

 

한국 여성들의 가임 연령(15세∼45세) 동안 평균 출산율이 2002년도 기준으로 1.3명으로 보고 된 바 있는데, 이는 선진국이라고 하는 OECD가입국 중 최저수준에 해당된다. 또한 낙태 시술 건수도 연간 150만 건 이상에 달하고 있으니 이는 피임과 낙태가 우리 나라에서 얼마나 일반적으로 죄의식 없이 행해지는가 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천주교 신자들조차 일반적인 원칙으로 피임이나 낙태를 반대하긴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원치 않는 임신, 장애아, 경제적 곤란 등)에 직면해서는 67.8%의 신자들이 피임이나 낙태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낙태의 경우에 있어서도 천주교 신자 여성의 44% 정도가 낙태의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신자가정이 얼마나 죽음의 문화에 깊이 물들여져 있는가를 대변해주는 사실이다.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는 이 점과 관련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빵에만 굶주린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사랑에 굶주리고 있다. 그들은 옷이 없어서 벗은 것만 아니고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에 헐벗어 있다. 그들은 벽돌집이 없어 무주택자가 아니라 버림받은 몸이라 무주택이다. 내 생각에는 낙태행위가 그 나라의 가장 큰 빈곤이다.”

 

따라서 가정이 아무리 물질적인 안위함을 누린다 할지라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그 축복을 외면한다면 결코 행복한 가정일 수 없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리스도 신자 가정은 작은 교회라고 자주 말해져 왔다. 교회는 구원의 공동체이며 구원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교회인 가정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생명의 축복이 자라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점에 있어서 신자 가정의 가치관의 쇄신이 절실히 요구되며,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생명의 신비와 존엄한 가치를 가르치는 첫 번째 스승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