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동 지하철 대참사, 정치적 소외, 대선 충격, 경제적 불황에 이어 중앙로 지하철 대참사라는 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는 바람에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겪고 있는 대구 지역에 이번엔 이러한 현실들을 부인하지 못하게 할 통계가 공표 되었습니다. 대구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추락하고 피부로 느끼던 고통을 눈으로도 확인하며 전국적으로 공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모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지역별 <경제 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대구가 전국에서 경제적 고통이 가장 높은 곳으로 조사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인당 지역내 총생산은 전국 16개 시도 중 10년째 가장 하위, 실업률 전국 최고, 어음부도율 전국 최고에다 체감 경기는 이미 IMF의 불황을 넘어서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 또한 가장 나쁘게 나왔다고 하니, 대구 지역민으로서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지다 못해 화딱질이 납니다. 괜시리 짜증이 나고 언성이 높아지며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화병의 원인과 감정
세상엔 화날 일 투성입니다. 가슴에 맺힌 억울한 응어리가 분출구를 찾지 못하고 쌓이고 쌓이다 끝내는 불(火)과 같은 양태로 폭발하듯 분노의 역류가 생기는데, 이게‘화병(火病)’입니다. 남편과의 갈등, 시댁과의 갈등, 직장 내 갈등, 경제적 문제, 자녀교육 문제 등 심적 고통 요인을 지닌 40대 이후 중년 여성에게(80%) 압도적으로 많은데, 거기다 유교적 엄숙주의, 가부장제, 명분·도리·의리·체면을 중시하여 불안심리가 히스테리로 발현하는‘창피문화’가 솔직한 자기주장을 속으로 삭이는‘한(恨)’으로 쌓여 유발되는 것입니다.
오랜 기간 참았던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벌렁거리거나,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 답답하거나, 어지럽고 초조하거나, 목·가슴에 덩어리가 뭉친 것 같고 쉬 피로하거나, 몸과 얼굴이 달아오르고 열이 치밀어 오르는 증세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화 증상을 방치하면 질병으로 발전하여 각종 신경증, 고질적인 불면, 우울, 심장신경증 이외에도 고혈압, 중풍, 협심증 같은 순환계질환, 소화계질환, 성기능 장애, 대소변 장애 등의 비뇨생식기질환, 내분비계질환 등의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화병치료
(1) 약물치료 : 하부의 물기운을 위로 올리고 치밀어 오르는 불기운은 아래로 내리는 수승화강(水昇火降)법과 상부의 열증과 울화의 화를 깎아 내리고 식혀주는 청열사화(淸熱瀉火)법으로 처방을 합니다. 흔히 죽엽석고탕, 삼황사심탕, 황련해독탕 등의 찬 기운이 많은 처방으로 심경의 허열을 식혀주고, 억간산, 온담탕, 귀비탕 등의 방제로 신경기능을 조절하며 치료에 임합니다. 구급 시에는 우황청심원을 쓸 수가 있는데, 속이 냉해 설사를 한다든지 진액이 부족해서 기침을 자주 할 때는 맞지 않습니다. 상담치료에서는 신경성 증세를 유발시킨 과거의 고통스런 경험에 집중하는데, 가족간의 갈등, 억울함, 집단따돌림, 위계사회(직장·군대) 내에서의 갈등과 속상함 등이 연결돼 있는 것입니다. 이에 화병은 단순히 환자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들이 사랑이 어린 관심으로 대화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환자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맞장구를 치며 이해해주고자 하는 감정이입법 등의 적절한 환기요법으로 조기에 치유될 수 있도록 하여야겠습니다.
(2) 생활요법
쪹운동요법 :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여 체내의 노폐물을 씻어냅니다. 근육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동안 피로와 긴장이 풀어져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인데, 1주일에 2회 정도는 하십시오.
쪹근이완법 : 편히 누워 팔다리와 손을 쭉 펴고 힘을 뺀 자세에서, 눈을 감고 복식호흡(단전호흡)으로 무념무상의 상태로 빠져들도록 하며, 매일 20분씩 2회 정도 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쪹수면요법 : 매일 7~9시간 가량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트레스는 불면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낮잠과 카페인음료, 야간운동은 피하고 규칙적인 취침습관을 가지도록 합니다.
쪹목욕요법 : 손쉽고 빠른 스트레스 해소법으로써, 40℃ 이하의 미지근한 물에 라벤더, 쟈스민 등의 아로마향유를 태운 욕조에 몸을 담그면 교감신경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도 풀어집니다.
쪹식이요법 : 정신적으로 긴장상태에 있을 때는 지방이나 소금성분을 줄이고 수분섭취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으며, 공복감을 느낄 경우에는 비타민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이 좋습니다.
쪹음악요법 : 즐기는 음악을 듣는 것이 좋으나 보통 클래식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에 좋습니다. 은은한 조명과 한잔의 포도주, 아로마향과 사랑이 담긴 대화가 함께 한다면 더욱 좋습니다.
(3) ‘화 다스리기’
다음은 얼마 전 대구를 찾으셨던 틱낫한 스님의 말씀인데, 마음에 와 닿아 다시 정리해 봅니다.
“화는 마음의 독이다. 화가 났을 때는 먼저 숨을 고르고 마음을 돌보아야 한다. 어머니가 아기를 돌보듯 품에 안고 달래야 한다. 아기가 왜 우는지 알아야 달랠 수 있듯, 화의 뿌리를 먼저 살펴야 한다. 화는 우리 마음속에 숨겨져 있다. 마음의 밭에 있는 화의 씨앗에 물을 주지 말고, 기쁨·사랑·즐거움의 씨앗에 물을 주도록 노력하라.”
쪹과식하지 말라 - 즐기면서 신중하게 씹어 먹는다.
쪹그에게 앙갚음 하지 말라 - 응징은 분노와 고통을 키운다.
쪹남을 탓하거나 미워하지 말라 - 누구나 화의 씨를 갖고 있다.
쪹섣부른 언행을 삼가라 - 먼저 자기 마음을 돌보아 화를 보살핀다.
쪹내가 100% 옳다고 판단하지 말라 - 화는 대부분 그릇된 판단에서 나온다.
쪹애써 참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 - 화가 난 지 24시간 이내에 “고통스럽다.”고 털어놓고(신중),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 뒤(신뢰·존중), “도와달라.”고 한다(참사랑).
쪹반드시 화해하라 - 고통을 털어놓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화해는 자신과의 만남이다.
쪹용서도 화풀이의 방법이다 - 우리 스스로 평화를 가져올 능력이 있음을 믿는다.
쪹내게 화내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라 - 피할수록 오해가 쌓이고 들을수록 연민의 정이 쌓인다.
쪹화를 선물로 돌려줘라 - 사랑과 감사를 느낄 때 미리 선물을 사 둔다.
○ 화를 삭이는 근원적인 방법은 <자기와의 내적대화>를 통하라는 것입니다. “내 탓이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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