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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기(氣)
교회 안에서 성령이 망각되었다는 표지


조현권(스테파노)|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3. ‘필리오케(Filioque)’ 논쟁(계속)

지난 호에서는 ‘필리오케 논쟁의 배경과 역사 속에서의 전개’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우리가 바치는 신앙고백문(325/381년, 니케아 -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의 결의문) 중에서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예언자들을 통하여 말씀하셨나이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그 중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셨다.”라는 내용이 어떻게 동·서방 양 교회 사이에서 문제가 되었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1054년의 동방이교(東方離敎)의 한 원인이 되는 논쟁으로까지 발전했는지가 그 내용이었다. 이번 호에서는 계속해서 이 필리오케 논쟁을 통해 드러난 동·서방 교회의 성령이해의 차이와 소홀함에 대해서 살펴본다.

 

필리오케(Filioque)와 동·서방 양 교회의 성령이해

두 교회는 성령의 기원, 곧 성령께서 어디에서 나오시는지를 규명하고자 하였지만, 서로 다른 이해의 차이는 분열의 시작이 되었다.

 

“성령은 성부에게서만이 아니라 성자에게서도 발출하신다.”는 서방교회의 교의(敎義)를 동방교회는 잘못 이해하였고, “성령은 성부와 성자 두 분에게서가 아니라, 성부에게서 성자를 통하여 발출하신다.”는 동방교회의 교의를 서방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는 각자의 교회로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즉 서방교회는 성령이 성부와 성자의 상호적인 사랑, 즉 성부와 성자가 서로 주고 받는 사랑이시기에, ‘필리오케(Filioque)’로써 성령이 성부와 성자에게서(ex Filio) 발하신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하였던 것이고, 동방교회는 성자는 성부에게서 낳음을 받으시고 성자는 성부 안에 계시기에, ‘성자를 통하여(per Filium)’로써 성령이 근원적으로 오직 성부에게서 발하신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었다.

 

양 교회의 분열은 교회가 성령에 대해 소홀히 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서방교회는 동방교회와 갈림으로써 성령과 함께 하는 깊은 성찰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동방교회의 신학에 비교하여 서방교회의 신학은 성령에 대한 고찰에 있어서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방교회의 신학에는 교의신학적인 분야에서 동방교회와 달리 성령론과 같은 성령에 관한 고유한 교과목이 없었고, 성령은 특히 신론과 삼위일체론 그리고 은총론, 신비학과 영성신학 같은 과목 안에서 거론되었으나 깊은 성찰은 없었던 것이다.

 

‘성령망각의 간접적인 증거로서의 필리오케 논쟁?’

중요한 것은 성자가 성부에게서 나셨다는 것이고, 성령은 성부의 영이시며 성자의 영이시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양 교회는 동의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과 설명만을 고집하였다.

 

생각해보자. 만일 성령이 성부의 영(1고린 3,16; 로마 8,9ㄱ : ‘하느님의 영’)이시고 성자의 영(로마 8,9s : ‘그리스도의 영’)이시라면, 왜 그분이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실 수 없겠는가? 또 왜 그분이 성부에게서 성자를 통하여 발하실 수가 없단 말인가? “너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지 않느냐?”(요한 14,10)라는 말씀이 있는데, 성부는 성자를 낳으셨고, 이 성부는 성자 안에 그리고 성자는 성부 안에 계시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동·서방 양 교회는 각자 자기 교회의 신앙고백 형식과 그들 자신의 신학적인 전승과 관례만을 생각하기보다, 먼저 다른 교회의 특별한 강조점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감히 성령의 발출에 대해 자기 식대로의 정의를 내리고자 했다.

 

하느님의 유래에 대해서 인간이 어떻게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이 성령을 옳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성령의 신적인 국면을 소홀히 했다는 것을 그러한 시도가 암시할 수도 있다고 한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두 교회의 사람들은 자기 교회의 고유한 설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는 비극적인 논쟁과 분열을 결코 원하지 않으신다는 분이시라는 것을 먼저 알았어야 하지 않을까? 그분께서는 바로 일치의 영이신데 말이다. 그런 까닭에 교회는 매일의 미사에서 기도드리지 않는가,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어, 성령으로 모두 한 몸을 이루게 하소서.”하고! 에페소서에 이러한 말씀도 있다. “성령께서 평화의 줄로 여러분을 묶어서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신 것을 그대로 보존하도록 노력하십시오.”(4,3)

 

끝으로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지으신 기도를 하나 더 소개할까 한다.

 

오소서, 성령님.

당신은 저희들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당신은 저희들의 위로자이시고,

저희 영혼의 불이시며,

살아있는 샘으로서 저희 안에 계십 니다. 

당신은 사랑이시며 신적인 의미의 말씀 안에 계십니다.

저희들은 절대적으로 당신을 필요 로 합니다.

당신은 저희 삶의 생명이십니다.

당신은 저희들을 거룩하게 하시며,

저희는 성사 안에서 당신을 모십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울로서 그 안에 그리스도의 표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당신은 참된 그리스도교 생활의 힘이시고 또 부드러움이십니다.

 

당신은 저희 영혼의 감미로운 영이십니다. 

당신은 저희가 만나 뵙기를 희망하는 친구이십니다.

저희는 당신께 나아가려 합니다.

내적인 세심함으로,

경외심 넘치는 침묵으로,

겸허한 들음으로,

친절한 헌신으로,

힘이 있는 사랑으로 말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그리고 누리의 모습을 새롭게 하소서.

- 교황 바오로 6세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