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열기
“선생님, 바빠요!”, “시간 없어요.” 요즘 주일학교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본당의 주일학교에서는 행사를 하나 하기 위해서 교리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사정사정해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특히 여름 산간학교나 겨울 신앙학교 때는 더욱 심해져서 어떤 교사는 자신이 학생들에게 구걸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합니다.
학생들의 입장을 돌아보면 일방적으로 학생들을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초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에서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자기시간을 가질 만한 여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요즈음 많은 아이들의 시간 운영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바쁘게 짜여진 시간들은 스스로의 시간관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큰 꿈을 향한 현재의 노력이라고 보기에는 시간을 활용하는 영역이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특히 부모의 의지에 의해서 아이들이 숨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낸다면 참으로 큰 문제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부모가 먼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든다면 이렇게 설명해 볼 수 있겠습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좋아하고 실제로 즐기는 스포츠가 하나 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더라도 바른 자세로 기초를 다지며 배운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실력과 재미를 더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순간순간 승부에 급급해 하고, 자신의 객관적인 실력향상을 위해 애쓰지 않는 사람은 그 운동을 오랫동안 즐기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늦게 시작했더라도 기초부터 바르게 배우는 이들이 금방 자신의 실력을 능가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도 인생을 전체로 보고 더욱더 발전적으로 기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의 성적을 조금 올리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다 뒤쳐진 삶을 살기 일쑤입니다. 아이가 삶을 전체로 바라보고 시간을 관리하는 지혜를 키워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부모가 오히려 아이의 성장과 성숙을 망치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가르쳐주고 안내해 주어야 할 첫 번째가 바로 ‘시간관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월드컵 전사들은 16강 진출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훈련 스케줄을 가동하였습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문제점 파악, 또 언제부터 언제까지는 선수발굴, 취약점 보완 훈련, 공격력 강화 훈련, 실전 훈련 등등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까지 치밀한 계획 하에 훈련하였기 때문에 목표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짜임새 있게 관리하고 운영해 나가는지 점검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저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시간관리 능력이 떨어지고, 그것은 곧 행·불행의 첫 번째 갈림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기
하루 24시간을 규모 있게 계획하고 사용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단편적인 지식을 하나 더 가르쳐 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시간을 잘 조절하여 사용하면 삶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성적뿐 아니라 삶을 균형 있게 가꾸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낭비하는 시간을 부모가 체크해 보고 함께 이야기 해 보면 좋겠습니다.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낭비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조각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되는지 등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성서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우리에게 날수를 제대로 헤아릴 줄 알게 하시고 우리의 마음이 지혜에 이르게 하소서.”(시편 90,12)
“잊지 말아라, 죽음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무덤에 갈 시간을 너는 모르고 있다.”(집회 14,12)
“어리석은 자들과는 촌음을 아끼고 지각있는 사람들과는 오래 머물러라.”(집회 27,12)
“우리는 해가 있는 동안에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해야 한다. 이제 밤이 올 터인데 그 때는 아무도 일을 할 수가 없다.”(요한 9,4)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며 열렬한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십시오.”(로마 12,11)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자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깨어 있읍시다.”(1데살 5,6)
성서는 대체로 시간을 인생 전체로 바라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아울러 ‘우선 순위’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이야기 해줍니다.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 하는 것은 우리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같은 뜻에서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70년, 80년을 살아도 아쉬워 하는 인생이 있는 반면, 33년이라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신앙인인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현세의 재물이나 권력이 하느님의 축복으로 주어질 수 있지만, 그것이 ‘하느님의 나라’를 대신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최종목적을 망각한 것이 되고 맙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이 아니라 자신을 보내신 분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으며 살아갈 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더욱 알차게 꾸며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헛된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 관리 능력을 잘 키워나가기 위해서도 이처럼 분명한 목표와 지향점을 가져야 합니다. 분명한 기준이 없이는 아이들의 삶이 갈 방향을 잃고 흔들릴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실천하기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를 어떻게 계획하고 관리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납니다. 즉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시간관리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낭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의 차이는 각각의 다른 인생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며 자신의 모든 활동에 기본 지향점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깊은 묵상을 통해 되새겨 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의 삶을 하느님 안에서 재조명하게 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힘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울러 평생을 통해 볼 때 자신이 이 세상에서 구체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하느님의 뜻과 어떤 관계를 갖게 되는지를 내면화함으로써,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공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심리적인 태도나 의지가 변화되면 시간을 더욱 알차게 구성할 수 있고, 더욱 활기찬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꿈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보십시오. 그 꿈이 하느님 나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설명해줌으로써 아이가 자신의 꿈에 대해 더욱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또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준비 단계가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해마다의 계획 하에, 매달, 매주간의 부분적인 계획과 매사에 구체적인 목표와 마감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 어떠한 유익을 가져다 주는지 대화함으로써 아이들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두 개의 시계가 있다. 하나는 손목에 있으며, 하나는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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