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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대회를 준비하며
가정 공동체(3)


김용민(안드레아)|신부 . 대구대교구 사목국 가정사목담당

5. 그리스도인 가정은 작은 교회

그리스도인 가정은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정체성과 사명을 발견한다. 가정 공동체는 사랑을 출발점으로 하여 생명을 낳으며 살아가는 인간 공동체를 이루는 기본단위이다. 나아가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 곧 교회이다. 그러므로 가정은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제사를 바치며 하느님과 유대를 맺는 사제직),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살며 복음화 하는 공동체(예언직) 그리고 하느님의 뜻대로 이웃에게 봉사하는 공동체(왕직)가 되어야 한다.

 

1) 하느님과 함께 사는 공동체

그리스도인 가정은 성사생활과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친교를 이루도록 부름 받은 사제적 공동체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열매는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살아갈 때 맺어지는 것으로, 신앙 분위기 형성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보다 우선적인 것은 온 가족이 함께 바치는 기도이다.

 

가정기도는 사랑의 가정을 만든다. 부부 사랑과 가족 사랑의 일치는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서 드러나고 이 기도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가정을 화목하고 평화롭게 한다. 또한 가정기도는 가정생활에 있어서 가족의 생로병사, 희로애락 등 가족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도록 이끌어준다. 그리고 성서를 가족 공동체가 함께 읽고 묵상하며 복음을 나누는 것은 성사적 일치를 도울 것이며, 한 주에 한번 이상이라도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신앙생활의 가정 분위기를 형성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가정에서의 신앙생활 체험은 자녀의 신앙심 형성을 위한 출발이 된다. 하루에 10분 성서를 읽고 이어 쓰기를 한다든지, 월 1회 가족 성시간을 갖거나 가정 주일을 정해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것, 사순절에 가족 참회예절을 거행하며, 성목요일에 특별한 음식으로 만찬을 준비하고 가족이 서로의 발이나 손을 씻어주는 것, 성모 성월에 가족이 함께 조촐한 성모의 밤을 지내는 것, 순교자 성월에 순교 성지를 함께 방문하는 것, 지향을 정해서 온 가족이 묵주의 9일기도를 바치는 것, 대림절 대림환을 가족이 함께 만들고 초를 켜는 기도모임 등 여러 가지 전례와 신심 행사를 각 가정에 맞게 거행하는 것은 가정교회의 사제적 모습을 가꾸는 일이 될 것이다.

 

2) 복음화하는 가정 공동체

그리스도인 가정은 하느님 말씀을 믿고 이웃에 전함으로써 예언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사명을 깨닫고 실천하는 가정에서는 우선적으로 가족 구성원들이 복음화 될 것이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말로만 복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 생활을 통해서 증거하며 자녀들로부터 복음을 체험하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므로, 이런 가정은 고통과 위기에 처한 다른 가정에 힘이 되는 모범이 된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그리스도교 삶의 첫 번째 학교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기도와 삶의 봉헌을 통해서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되고 성소를 깨닫게 되는 곳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생명을 주었으므로 자녀들이 잘 살도록 이끌어갈 책임을 진 교육자들이다. 그러므로 부모의 모범적 역할은 자녀를 올바른 인격과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결정적인 교육이 된다.

 

가정 안에서의 교리교육은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특히 첫영성체 교리에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에게 직접 교육하여야 할 구체적인 내용은 그리스도교 가치관 교육(인간 생명의 본질적 가치, 윤리생활), 성교육(혼인의 참된 의미와 정결에 관한 교육), 성소에 대한 교육, 사랑과 나눔의 교육(이웃에 대한 사랑과 가진 것을 나누는 모습) 등이다. 가정 안에서의 자녀 성교육은 정결을 지향하며, 생명의 선물을 존중하는 가정 분위기, 생명의 기본 가치를 바탕으로 깨우침을 주는 말과 기도는 조금도 모자람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3) 이웃에 봉사하는 공동체

가정은 사회의 기초이며 생명에 봉사하는 역할을 통해 계속해서 사회를 육성하기 때문에, 사회 발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가정은 가족 구성원간에 ‘거저 줌’의 사랑의 법칙을 실천하며, 누구든지 받드는 인간의 존엄을 생활로 실현한다.

 

그리스도의 가정은 그리스도의 모범을 본받고 그의 사랑에 참여하면서 곤궁에 처한 형제를 환대할 소명을 받고 있다. 그것은 사랑의 새로운 계명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은 단독으로나 이웃과 함께 다양한 봉사 활동에 헌신할 수 있고 또 헌신해야 한다. 특히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모든 면에 있어서 ‘병든 사회’의 모습을 보이는 오늘날, 이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가정의 권리를 옹호하여야 한다. 그리고 가정을 축으로 하여 생활 중심, 반모임 중심, 지역 중심의 소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따로 따로 살아가는 세태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청소년 교육을 종합한 지역 주일학교, 서로 형과 아우, 대부와 대모 되어 주는 연합 가족, 공동 육아의 모습도 요청되며, 생활 문제(쓰레기, 에너지, 환경, 먹거리, 지역 문화와 복지 등)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치 공동체 노력도 각 가정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바처럼 “여러 세대가 모여 좀더 깊은 예지를 얻고 서로 협력하는 곳이 바로 가정”(사목헌장, 52항)이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여야 한다.

 

그리고 가정의 왕직을 위해서는 그동안 소홀히 해 왔던 노인과 여성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체 인구의 10.6%가 노인들이며 그 수치는 앞으로 더욱 늘어갈 것이다. 노인은 오랜 세월을 통해서 얻은 경험의 훌륭한 보화를 간직하고 있기에 그들을 봉양의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생명의 복음에 대해 가치 있는 공헌을 할 수 있도록 가정의 중심으로 모셔야 한다. 또 가정 안팎에서 여성의 존엄성과 책임은 남성의 것과 동등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이러한 여성의 위상은 여성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차별 대우를 배격하고, 여성으로 하여금 남성의 역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고 충분한 여성적 인간성이 행동으로 표현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또 이웃에 눈을 돌려 봉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압력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놓인 특수 가정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주변의 특수 환경으로는 이혼이나 별거 부부 가정과 그 자녀, 외국인 노동자의 가정, 죄수와 망명자의 가정, 소년소녀 가장의 가정과 편부모 가정, 약물, 알코올, 도박 중독자의 가정, 본당과의 접촉을 쉽게 가질 수 없는 가정,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가정, 미혼모, 홀로 살아야 하는 노인 가정 그리고 희망을 잃고 실의에 빠진 가정 등이다. 그리고 점차 증가하는 혼종혼으로 갈등을 겪는 이들을 신앙인으로 받아들이고, 사회혼을 한 이들 또한 사랑으로 대하고 공동체의 생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 대희년 교구 시노드 가정의안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