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광고에서 엄마와 아들이 컴퓨터를 통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화의 창을 열면 마음이 열립니다.”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짧은 광고였지만, 가족간의 대화 단절이 심각한 위기에 있음을 시사하고 있음과 동시에, 그 단절을 넘어 일치의 가능성에 대한 여러 가지 시도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선택(Choice) 주말’(지도 신부 : 배상희 마르첼리노, 대표 : 박준성 비오)은 가족간의 대화가능성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며, 대화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선택’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선택(選擇, Choice) 주말
선택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75년 9월, 미국에서 젊은이들과 폭넓게 활동해 오던 톰 모로우(Tom Morrow) 신부에 의해서이다. 젊은이들이 그들의 세계를 더욱 충분히 개발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작은 그룹으로 이 모임을 시작한 모로우 신부는 M.E.(Marriage Encounter, 부부일치운동)를 체험한 부부들이 자녀들과의 대화를 통해 깊은 소속감을 가지듯, 많은 젊은이들이 대화와 소속감을 통해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를 원했다. 그 뒤 미국에서 M.E. 주말을 체험하고 봉사활동을 한 메리놀 외방전교회의 맥인니스(D. MacInnis, 마진학) 신부의 주선으로 골롬반 외방선교회 코닐리(S. Conneely)가 첫 주말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부터 1983년 우리 나라에도 처음 도입되었다.
선택 주말(이하 선택)은 젊은이들이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가족의 중요성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느끼는 ‘소속감(Belonging)’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하나의 운동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나아가 “서로 알고, 사랑하며, 나누기 위하여(To know, love and serve you)”라는 슬로건 아래 하느님께 더욱 깊은 소속감을 갖도록 이끌어주며, 이러한 결속력을 통하여 하느님 안에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선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선택은 ‘소속감’이라고 하는 독특한 영성과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밑바탕으로 각 교구로 꾸준히 퍼져 나갔는데, 그 내용은 소개모임과 11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제는 봉사자들의 체험 발표가 있은 후 젊은이들과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봉사자들은 이미 선택을 수강한 남녀 젊은이, M.E.부부, 수도자, 성직자가 한 팀을 이루어 진행한다. 이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통해 자신을 개방하고 다른 사람을 수용하도록 격려받는다. 또한 선택은 각 교구마다 지역협의회가 결성되어 있어, 지역협의회에서는 교구별로 실시되는 주말 프로그램의 운영과 봉사자 양성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에게 선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현재 선택 대표로 있는 박준성 씨는 “선택 주말을 수강한 이후부터 선택은 제 삶의 일부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아가 제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선택에 참여하여 주님 안에 기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홍보부족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선택 지도를 맡고 있는 배상희 신부는 “선택의 가장 큰 장점은 가치관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선택을 수강함으로써 가족과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새롭게 정립하게 되고, 공감대 형성과 더불어 공동체 안에서 하나되는 소속감을 맛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선택은 가정으로의 귀환, 소속된 본당으로의 귀환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덧붙여 배상희 신부는 “앞으로 더욱 내실을 다져 더 좋은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선택을 수강한 이들을 위한 ‘포스트 초이스(Post Choice)’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택을 수강한 젊은이들은 봉사자들의 체험담을 들으며,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끼며 세대와 신분을 뛰어 넘어 깊은 신뢰를 체험한다.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미혼 남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선택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좋은 장을 마련해주며, 이제 젊은이들을 위한 교회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 해 가고 있다.
교회 안에서 젊은이들의 신앙생활이 꾸준히 지속되고, 그들만의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아간다면 우리 교회의 미래도 더욱 발전적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하고 개선하여 교회 밖의 젊은이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
‘서로 알고, 사랑하며, 나누기 위하여’ 그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힘겨운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각자에게 주어진 최선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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