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를 돋우면서
내가 지닌 공간만큼
소박한 불이게 하소서
혹여 욕심인가
다 태우고도 돋아나는 붉은 살
바로 성찰이게 하소서
살 저며 불꽃 되고
스스로 무너져 빛 되도록
희생의 마음이게 하소서
못 견디게 아리어
아픔이 즐거움일 수 있다면
그렇게 녹게 하소서
바람 불어 일렁이는
그러나 성급히 쓰러짐 없도록
덕德으로 여물게 하소서
뜨거운 눈물 흘려보아야
온 몸 녹아 내려보아야
한 자루 촛불이듯
어둠 비추이게 하소서
* 약력 : 『문학시대』, 『수필문학』으로 등단. 시집 《차라리 사람을 버리리라》, 《세상으로 트인 문》, 《빛을 그리다》 등이 있다. 현재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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