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구대교구 환경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2011년 6월 2일(목) 공동으로“캠프 캐럴 미군기지의 고엽제 매립 논란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담화문에서 환경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의혹에 대한 조속하고 공정한 조사와 사후 처리를 관계 당국과 주한미군에 요청함과 동시에 진상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표명했다. 또한 양 위원회는 담화문을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인식과 성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음은 담화문 전문이다.
캠프 캐럴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논란에 대한 우리의 견해
지난 5월 19일, 주한 미군에 복무하다가 전역한 스티브 하우스 씨가 애리조나 지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78년 성베네딕도왜관수도원 인근에 위치한 캠프 캐럴 미군기지 내에 고엽제로 채워진 55갤런(208리터) 드럼통 250여 개(50톤 가량)가 매립되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보도됨에 따라, 캠프 캐럴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휩싸인 것은 물론이고 다른 주한 미군 기지에도 유사한 매립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의심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주한미군사령부는 관련 사실을 엄중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하였고 또 조사에 착수하였으나, 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힐 만한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불신과 공포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주한 미군이 캠프 캐럴 기지에 고엽제를 매립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경악할 만한 환경오염행위이자 범죄이므로, 이는 주한 미군과 지역민들, 더 나아가서는 미국과 한국 간의 신뢰와 우호관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만약 독성물질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켜 왔다면 기지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군과 그들의 가족,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생활해 온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논란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를 보내는 동시에, 주한 미군과 정부의 관계기관들이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앞뒤 관계를 솔직하고도 소상하게 밝히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기대하고 또 강력히 요청한다.
이러한 논란을 계기로 우리는 환경문제에 대해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이 땅은 고엽제와 같은 독성물질을 차치하고라도 생활폐기물, 산업폐기물, 음식찌꺼기, 폐수, 분뇨를 감당하기에도 이미 힘겨워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곡물과 에너지 그리고 원자재를 수입하고 전국의 수많은 산업시설들이 만든 각종 제품들을 수출해서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자칫하면 중대한 환경문제를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 환경문제는 단지 윤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환경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당신을 드러내시는 계시의 발판이며, 또한 하느님의 거룩한 창조의 숨결을 담고 있는 하느님의 작품으로서 소중한 신앙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환경에 대한 우리 신앙인의 근본적이고도 새로운 인식과 성찰이 필요하며, 그러한 인식과 성찰을 바탕으로 모든 피조물과 더불어 평화를 누리는 정의로운 삶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신앙인부터라도 보다 환경 친화적인 삶, 청정한 삶을 생활화해 나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번 고엽제 매립 논란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며, 진실과 정의에 바탕을 둔 선명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2011년 6월 2일
천주교대구대교구 환경위원회
천주교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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