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100주년이 되는 해. 100주년 기념미사에서 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은혜에 감사드리며, 더 의미 있고 더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고민하여 다가올 새로운 100년을 향한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자 다짐하는 사무직원들의 성지순례기입니다.
사무직원 성지순례가 이례적으로 2박 3일 제주도로 결정 났을 때 ‘과연 몇이나 갈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지만, 100주년의 축복이었을까요? 5월 23일 월요일 아침. 본당사무직원회 담당이신 사무처장 하성호(사도요한) 신부님과 97명의 사무직원들은 교구청에 모여 서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 띤 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빗속을 달려 찾아간 곳은 제주도가 맞이한 첫 번째 신앙인으로 기록되는 정난주 마리아의 묘가 있는 대정성지였습니다. 정약현의 딸로, 황사영의 부인으로, 두 살 난 아들을 유배지에 데리고 가야 하는 어머니로, 관비로 유배되어 37년간을 오직 신앙에 의지하여 살아간 ‘백색의 순교자.’ 기도를 바치는 내내 비가 내렸지만 우리의 등 뒤로 피어오르는 순교자에 대한 열기는 더욱 뜨거웠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사제품을 받은 후 조선으로 입국하다 풍랑을 만나 표착하게 된 용수리 포구(용수성지)에는 한국인 첫 사제의 첫 미사가 거행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기념관과 신부님께서 타고 오신 ‘라파엘호’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기념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전시실과 ‘라파엘호’에도 올라가 보며 제주에서의 첫 날이 저물었습니다.
다음날, 아직 흐린 하늘을 향해 한라산 정상 등반길에 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주도 올레길을 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언제 한라산을 등반해 볼 수 있을까란 생각에 한라산 등반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걸었던 고통스럽지만 영광된 길을 묵상하며, 길을 걷는 동안 하늘은 구름을 물리고 환한 빛으로 우리들의 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등반 중간에 들린 ‘사라오름’에서 바라본 제주와 바다의 풍경은 힘겨운 산행 후에 기다리고 있을 환희를 맛보게 해 주었습니다.
 
웅장한 백록담과 휘감은 바위 절경들,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세속의 욕심 한 톨도 날려버릴 것 같았습니다. 힘겨운 산행 후에 만나는 영광된 시간. 정상을 오른 자에게만 허락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8-9시간 20km의 등반으로 어찌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까만 신앙의 길도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주님의 길을 따름에 있어 만나게 될 고통과 힘겨움, 포기하고 싶은 마음들…그 모든 것을 이겨낸 후 마침내 찾아올 영광과 아름다움. 그것을 그리워하고 희망하는 신앙인이 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길 기도드렸습니다.
사무직원들의 제주도 성지순례는 끝났습니다. 사무직원회 지도신부이신 사무처장 하성호 신부님의 순례 마지막 날 미사 강론 말씀으로 성지순례기의 마지막을 대신할까 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길이십니다. 성당에 다닌다고, 하느님을 믿는다고 다 거룩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걷는 길이 진리이신 예수님의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걷고 계십니까? 예수님, 우리의 주님께서 만드신 올레길을?
“거룩한 것을 거룩하게 지키는 이들은 거룩한 사람이 된다.”(지혜서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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