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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문화를 찾아서 - 빠스카 청년 성서 모임
말씀으로 사는 젊은이들


이은영(데레사)·본지기자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존재했고 말씀은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라고 요한 복음은 전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말씀’의 존재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말씀’에 맛들이며 변화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찾아 가 보았다. 말씀이 제일 맛있다며, 말씀 없이는 살 수 없노라고 부르짖는 젊은이들은 바로 빠스카 청년 성서 모임(지도신부 : 나경일 펠릭스) 회원들이다.

빠스카 청년 성서 모임(이하 빠스카)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일컬어 다른 젊은이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언제 어디서나 상냥하고 친절하며, 기쁘게 생활하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빠스카인들에게 말씀은 귀한 생명의 말씀으로 젖어들어 그들의 삶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교구 내 젊은이들에게 성서의 맛있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빠스카 연수에참가한 교구 내 젊은이는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 성서에 맛들인 선배 빠스카인들의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에 목말라 하는 젊은이들을 빠스카 가족으로 불러모았다.

 

대구에서 시작된 빠스카는 1976년에 대학생들 몇몇이 성서를 공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현재는 27대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명실상부한 대구대교구 가톨릭 젊은이들의 모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빠스카의 기초 단위는 성서 공부를 도와 줄 봉사자와 성서 공부를 희망하는 3 - 5명의 청년들이 이루는 팀이다. 이렇게 지역이나 본당, 학교 등의 소속에 따라 소공동체를 이루어 팀이 구성되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팀 봉헌 미사를 드리게 되고, 각 팀별로 일주일에 두 시간씩 10주 정도로 성서 공부를 하게 된다. 성서  공부 방법은 교재를 바탕으로 성서를 읽고, 공부하고(배움),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된다. 빠스카의 공식적인 성서 공부 단계는 세 단계인데 창세기, 출애굽, 마르코 과정이다. 이 세 단계를 순서대로 공부 할 수 있으며, 각 과정별로 팀 공부가 끝나면 연수를 받을 수 있다. 빠스카 과정의 중요한 부분인 연수는 3박 4일의 일정으로 비공개로 진행된다. 연수를 받은 젊은이들의 반응으로는 ‘하느님 발견, 하느님 체험’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다. 때로는 연수를 통해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돌아보고 점검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겪기도 한다. 이렇게 창세기를 거쳐 출애굽 연수까지 이수하면 ‘말씀의 봉사자’로 파견 받을 수 있게 되고, 이렇게 탄생한 봉사자는 또 다른 팀을 만들어 성서 공부를 도와준다. 이렇게 연속적인 방법으로 빠스카 가족들은 차츰 늘고 있는 실정.

 

공식적인 빠스카 성서 공부의 마지막 단계인 마르코 과정까지 마친 젊은이들이 성서에 맛을 들인 이상 성서 공부를 그만 둘 리 만무하다. 그래서 성서를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 거룩한 독서의 방법으로 다른 성서 부분들을 계속 공부하고 있다.

 

‘빠스카’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특색은 찬양 율동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되어 드리는 찬양 율동 기도는 때로는 생동감 넘치는 젊은이답고, 때로는 진정으로 하느님께 찬미드리는 잔잔한 감동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찬양 율동이 가미된 빠스카 연수에 참가한 청년들은 처음에는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연수에 대한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수에 흠뻑 빠져 마음속 깊이 성령을 체험하게 된다. 특히 빠스카 청년 미사에 참여한 모든 젊은이들이 하나되어 찬양 율동으로 전례를 진행하는 모습에서는 젊음의 아름다움과 발랄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젊은이들은 젊은이다운 것을 원한다.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활동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말이다. 그래서 빠스카의 영성적인 면과 활동적인 면이 청년들의 정서에 잘 맞는다고 말한다. 26대 대표인 문성희 안젤라 씨에게 말씀의 기쁨을 전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망설임없이 “말씀이죠. 말씀을 이렇게 따뜻하게 전해주는 곳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이는 문성희 씨뿐 아니라 모든 빠스카인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빠스카 청년 성서 모임을 한다고 해서 성서를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빠스카를 통하여 청년시기에 말씀에 맛들이게 되고, 이렇게 말씀에서 싹튼 신앙은 일상생활과 삶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빠스카인들처럼 말씀으로 기쁘고 행복하게 사는,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는 청년들이 있어, 말씀 안에 사는 우리 교회의 미래는 희망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