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열기
우리는 매일 아침 거울을 쳐다봅니다. 거울을 쳐다보며 머리칼을 정리하고, 화장 또는 치장을 하며 타인에게 비칠 자신의 모습에 신경을 씁니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거울보기는 삶에 더욱 밀착되어 있는 듯합니다. 여성들의 거울보기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교구청 사목국 직원들이 다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출입구 옆에는 대형 거울이 하나 걸려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여직원들은 예외 없이 한번씩 거울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신부님께서 새 식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직원에게 다정스레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거울 안 봐도 니 예쁘데이!”
약간은 겸연쩍은 듯 미소짓는 그 직원의 모습이 귀여워 보였습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거울보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침에만 하더라도 없었던 잡티 하나가 그렇게 신경에 거슬립니다. 교복에도 자기만의 멋을 가미해 봅니다. 거울 앞에 선 남학생은 교복 셔츠의 깃을 세웠다, 내렸다 하며 어느 것이 더 멋있게 보이는지 친구의 조언을 구합니다. 교복 치마에 주름을 잡고 타이트하게 만든 여학생은 교복을 미니 스커트가 되게 하기 위해 허리를 한 번 접어 올렸다, 두 번 접어 올렸다 하며 고민에 싸입니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런 모습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봐야 할 거울이 하나 더 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외모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10대 소년·소녀들은 자신의 외모에 관심이 집중되어 자신의 내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내면의 모습을 그들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도와 주어야 할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바라봐야 할 첫 번째 내면의 거울은 바로 ‘친구’입니다. 청소년들은 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에 내 친구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유심히 바라봄으로써 내 말과 행동이 그 친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내 말과 행동에 어떤 잘못이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친한 친구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면, 그래서 그 친구가 나를 거부하는 태도를 취한다면 나는 자신의 내면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동안 편하다는 이유로 그 친구에게 말을 너무 함부로 했구나!”
“지난 번에도 비슷한 원인으로 친구와 싸웠는데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하게 되는 걸까?”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대하는 타인의 태도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고 성실히 내면을 가꾸어 나갈 줄 압니다. 이러한 인식 없이 그저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만 사람을 대하는 청소년들은 그만큼 성숙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되고 맙니다. 또한 갈등 상황에서 갈등의 원인을 자신의 내면에 비추어 볼 줄 모른다면 그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슷한 갈등을 평생 반복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내적 거울보기는 그들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고, 내면의 거울을 제대로 잘 들여다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그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회갑을 넘기기도 어려웠다는데,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합니다. 또 우리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할 때 주위 사람들은 곧잘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자신이 변화된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이 어려운 일이라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내면은 외모를 바꾸듯 그리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아름답게 꾸며 가는 노력은 평생 동안 해 나가야 할 일인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곧잘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내면은 그리스도의 향기로 가득 차서, 우리가 말하고 행동할 때마다 그 향기가 옆 사람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한 인격으로서 뿐만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자기의 모습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인인 우리의 내면을 가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성서의 가르침을 살펴 봅시다.
“네가 먹을 것을 굶주린 자에게 나누어주고 쪼들린 자의 배를 채워 준다면, 너의 빛이 어둠에 떠올라 너의 어둠이 대낮같이 밝아 오리라.”(이사 58, 10)
“썩지 않는 장식, 곧 온유하고 정숙한 정신으로 속마음을 치장하십시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가장 귀하게 여기시는 것입니다.”(1베드 3,4)
“너희는 이 보잘 것 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업신여기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하늘에 있는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항상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라.”(마태 18, 10)
“너희는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 34b-36)
“그러면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마태 25, 40)
“마침내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과 지식에 있어서 하나가 되어 성숙한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의 완전성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에페 4,13)
“사람을 섬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기쁘게 섬기십시오.”(에페 6,7)
성서의 가르침에 따르면 신앙인의 거울보기는 단순히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 이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앙인은 자신을 대하는 타인의 태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타인 안에 존재하시는 예수님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이 생활 주변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통해 자기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한 모든 사람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그들을 섬길 수 있다면 우리의 자녀들은 이 시대가 참으로 요구하는 사랑과 봉사의 리더쉽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실천하기
솔로몬은 잠언에서 “쇠는 쇠에 대고 갈아야 날이 서고 사람은 이웃과 비비대며 살아야 다듬어진다.”(잠언 27,17)라고 했습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10대 소년 소녀들의 인격이 다듬어지기 위해서는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영향력이 참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부모님은 자녀들이 솔로몬과 같은 지혜를 가지고 친구들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입니다. 매일 잠깐 동안이라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내면을 비추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한번씩 체크해 보는 것은 자기를 발전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고해성사의 은총이 주어집니다. 매달 정기적인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참으로 축복과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무감으로, 부모님의 강요로 인해 마지못해 판공성사에 임하는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거울을 들여다보며 이야기 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쁘게 보이기 위해 보는 거울이 아니라, 친구와 다투었을 때나 신경질을 부리고 잔뜩 찌푸린 얼굴이 되어 있을 때 그러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꿀 필요성을 아이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특별히 침묵가운데 묵상하고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자녀들에게 그러한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한편, 지난 연말에는 각종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이들이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명절인 설날에 가난한 이웃과 함께 나눔으로써 버림받은 예수님과 함께 하는 신앙인의 삶을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요!
“Find Yourself in others
Find Jesus in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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