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귀한 도시에 성긴 눈발이 날린다. 함박눈이 아니어도 M.E.(지도신부 : 이성구 요한) 대표부부(임경수 아오스딩·신정미 글라라)를 만나러 나서는 길에 흩날리는 눈을 볼 수 있음은 은혜로움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한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해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 가운데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부부의 연(緣)을 맺고 한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크나큰 하느님의 축복이 아니랴.
이러한 부부들의 삶과 사랑을 실생활에서 보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 부부 일치 운동), 즉 엠이(M.E.)이다.
처음 시작은 이렇게
부부 일치 운동으로 잘 알려져 있는 M.E.는 1952년 스페인의 칼보(Gabriel Calvo) 신부와 몇몇 부부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그 당시 특수아동 사목을 담당하던 칼보 신부는 아동들의 문제가 부모들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에 착안, 부부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모임을 만들었다. 나아가 대화를 통한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면서 이웃에 봉사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독려하였다. 이때 봉사했던 부부들은 ‘교황 비오 7세의 결혼팀’이라는 이름으로 약 10년 동안 스페인 전국을 다니며 결혼한 부부들을 위한 ‘나눔 모임’을 가졌다. 그 뒤 1962년 칼보 신부는 바르셀로나에서 28쌍의 부부들에게 이 모임을 주말 강습 피정 형식으로 실시하였는데, 이때의 체험이 큰 반응을 일으켜 ‘부부의 만남’으로 변하여 널리 확산되었다.
우리 나라는 언제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1976년 2월 메리놀회 소속의 마진학(Donald MacInnis) 신부가 팀을 만들어 실시한 영어 주말강습을 시작으로, 1977년 3월 한국어 주말강습을 통해 우리 나라에서의 M.E. 활동도 점진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현재 군종교구를 포함한 15개 교구에서 M.E.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 교구 단위의 M.E. 조직은 교구 대표팀, 즉 한 쌍의 부부와 신부 1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당단위 조직도 이와 같다.
전국 차원으로는 월드와이드 매리지 엔카운터 한국협의회가 있으며, 1977년 3월 이 기구를 대표하는 전국 대표팀이 창립되어 대외적으로는 한국 M.E.를 대표하여 세계 조직과의 연락, 교류, 국제회의 등에 참석하여 국제협력업무를 수행한다. 또 대내적으로는 15개 교구의 독자성을 유지·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으며, 각 교구에서는 교구별 자율성 안에서 매월 평균 1회의 주말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대교구의 M.E.
내년이면 25주년, 은경(銀慶)의 해를 맞는 대구 M.E.는 1979년 1월 19일 당시 사목국장이던 최시동(요한) 신부가 안동 주말강습에 참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뒤 1979년 9월 28일 왜관 피정의 집에서 첫 주말강습을 시작한 이래 2002년 12월까지 185차례의 주말강습을 실시했다. 그동안 대구 M.E.는 4,450여 쌍의 M.E. 부부를 배출하였으며, 이들 부부들은 각 본당 곳곳에서 자신의 직분에 맞갖는 봉사활동을 통해 M.E.의 이념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M.E. 주말강습은 비신자, 타종교 신자를 포함하여 결혼한 지 5년 이상 된 부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특별히 비신자들은 주말강습을 거치고 나면 스스로 교리반에 등록하여 세례를 받는다고 한다. 지난해만 해도 주말강습 후 비신자 189명이 세례를 받았다고 하니, 선교에도 한몫하고 있다.
1987년 M.E. 주말강습에 참여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임경수(아오스딩)·신정미(글라라) 대표부부. M.E. 주말강습 이후의 변화된 삶에 대해 임경수 씨는 “M.E.를 통해 봉사의 기쁨을 알게 되었지요.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나아가 혼인성사의 중요성과 더불어 신자로서의 소명감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라며 하느님의 은총에 참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인다. 한편 신정미 씨는 “그동안은 주로 아이들 위주의 삶이었는데, M.E.에 참여하고부터는 남편 위주의 삶에로 옮겨가면서 아이들에게는 자립심을 키워주는가 하면, 가정은 더욱 화목해지고 삶도 더욱 즐거워졌습니다.”라며 예의 행복한 미소를 띤다.
M.E. 회원들은 주말강습을 마친 후에는 매월 본당 단위로 5-10쌍 정도의 부부들이 나눔 모임을 갖게 되는데, 이것을 일러 쉐링(Sharing)이라고 한다. 이 모임에서 부부들은 다른 부부들과 매일의 대화를 함께 나누며 서로의 소속감을 깨닫고, M.E. 공동체 안에서의 ‘길동무(Companions on the journey)’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서로에게 활력을 주는 살아 있는 세포(Living Cell)로써 기초단위 공동체를 이루며 지속적인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M.E. 공동체 회원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부부의 사랑을 발전시켜 부부 안에만 머물지 아니하고, 그 사랑을 이웃에 전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가길 바라는 것이 M.E. 공동체의 사명이라 하겠다.
언제나 처음처럼
사랑하기는 쉽다. 그러나 처음처럼 오랜 시간 한결같이 사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살다 보면 우리는 자주 다투게 되는데, 더러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시작하여 큰 싸움으로 진척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먼저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마음일 것이며, 다투더라도 먼저 손 내밀어 화해하려는 마음일 것이다. 배우자를 위해서 좀더 잘 해주려고 애쓰는 마음, 좀더 배려해주고 믿어주려는 마음, 좀더 양보하려는 마음 등 이런 마음들이 모여 부부의 삶을 더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고 M.E.는 깨우쳐준다.
대구 M.E. 대표 임경수(아오스딩)·신정미(글라라) 부부는 “올해 교구장님의 사목교서처럼 ‘가정의 복음화’를 위해 모든 M.E. 부부들이 밑거름이 되어 가정의 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더 많은 M.E. 새 부부들이 탄생했으면 참 좋겠습니다.”라며 새해 소망을 전한다.
흔히들 2박 3일의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마음이 움직여서 변화된 삶을 살 수 있느냐고 묻곤 한다. 세상에서 자신의 배우자가 가장 소중하고, 평생의 반려자로 더할 수 없는 행복을 느낀다고 싱글벙글 웃는 M.E. 회원들. 도대체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일단 M.E. 주말강습에 참여하면 그 해답은 저절로 찾게 될 것이다.
*신청 : 각 본당 M.E. 대표부부
M.E.만남의 집 053-473-5712
●www.dgme.org 공개형 홈페이지
●cafe.daum.net/ME 주말동기방 카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