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넘기다 깜짝 놀랐습니다. 남은 달력이 한 장뿐입니다. 12월,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았습니다. 2019년을 시작하면서 『빛』 1월호에 새해의 결심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마무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도 새해를 시작하며 했던 결심들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돌이켜 봅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제대로 이룬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한 해를 보내셨는지요? 하느님을 향한 신앙의 성숙과 이웃을 향한 사랑이라는 큰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작은 일도 실천하지 못한 건 아닌지요? 아니면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이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져 엄두도 못 내고 처음부터 포기한 건 아닌지요?
“길(道)은 가까이 있지만 사람들은 먼 곳에서 찾고, 도를 실행하는 일은 쉬운 데 있지만 사람들은 어려운 데서 구한다.”1)
맹자(孟子)의 말입니다. ‘도(道)’란 길입니다. 도를 찾아 길을 떠나는 일, 구원으로 가는 길은 먼 곳 어디에 숨어 있어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길은 바로 내 발 앞에 놓여 있습니다. 나는 발걸음을 떼어 길을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도(道)라고 하면 굉장히 거창하고 나와 동떨어져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길(道)에 첫 걸음을 내디딜 엄두도 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도를 실행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고 여겨 망설이지만, 사실 길을 걷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거나,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는 등의 엄청난 사랑이 아닙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과 이웃을 살피고 배려하는 사랑,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나눔부터 하나하나 실천하는 사랑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지요. 지금은 목숨을 내놓고 신앙을 지켜야 하는 박해시대도 아닙니다. 많은 이들을 성당으로 이끄는 선교왕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내려놓고, 먼저 자신의 신앙부터 챙겨야 합니다. 나는 진정 하느님을 만나고 있는지, 신앙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희망이 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런 후에 가까운 이들에게 이 벅찬 기쁨을, 내가 체험한 신앙을 전하는 것입니다.
『중용(中庸)』에서도 군자의 도(道)를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먼 길을 가려고 하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2)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이야기지요. 당연한 말 같지만, 살아가면서 깨닫고 실천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먼저 나를 위해서 기도하고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 가족, 이웃,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사랑을 베풀며 친교를 나누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지요!
성탄이 다가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사랑의 나눔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1) 『맹자(孟子)』, 「이루(離婁)상」편, 11장. “道在邇而求諸遠, 事在易而求諸難.”
2) 『중용(中庸)』, 1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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