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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과 응답
청년들의 ‘최전선’에서


글 허선미 데레사 수녀 | 예수수도회

오늘날 많은 청년들이 신앙생활과 세상의 가치관 사이에서 갈등과 혼란을 겪으며 교회를 떠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다양한 내적, 외적 혼란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자신이 줄곧 추구해야 할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갈망으로 피정이나 영적 동반을 원하는 청년들 또한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 수도회 서원문에는 “청소년 소녀의 선익을 위하여 특별한 배려를 하기로 약속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청(소)년의 선익을 위한 특별한 배려’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또한 교회와 사목자가 현존해야 할 곳은 이 시대의 변방, ‘최전선’이어야 함을 강조하신 교종 프란치스코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과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를 수없이 자문하고 기도하며 찾고자 했습니다.

 

예수수도회 창립자 메리 워드(영국인, 1585-1645)가 소명을 받았던 17세기는 소녀와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가 거의 없던 시대였습니다. 메리 워드와 그의 수도 공동체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봉쇄구역을 떠난 최초의 사도적 여성 활동 수도회로서 믿음의 전파와 여성의 존엄성을 위해 헌신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메리 워드와 동료들이 봉사해야 할 최전선은 영국 엘리사벳 1세로부터 가혹한 박해를 받으며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영국 가톨릭교회와 신자들이었고, 또한 교육 혜택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던 여성들이었습니다. 수도회 창립 은사로서 저희에게 주어진 이냐시오 영성에 따라 하느님께 더 큰 영광(Ad Majorem Dei Gloria)을 드리는 미션에 투신해 온 저희 수도회는 이웃 영혼의 구원을 위한 봉사에 있어서 그곳이 어디든지 그 일이 무엇이든 ‘보편적인 파견’에 응답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파견 가운데 하나인 성소실에서 저희가 만나는 청년들을 둘러싸고 있는 실제적인 환경과 현실, 그들의 갈망을 경청하면서 이 시대의 갈급한 사목적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저희 수도회 한국관구 안에 청년사목팀이 구성되었습니다. 청년사목의 또 다른 영역이기도 한 성소실에서 저희는 지금까지 지녀왔던 성소실 고유의 마인드를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수도회 입회라는 차원에 연연하지 말고 오히려 교회의 청년들이 그토록 필요로 하는 영적 갈망을 돌보는 일로 봉사의 영역을 넓혀가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턱없이 치열한 취업 문제입니다. 미래를 좌우할 청년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 중의 한 지역이 서울 노량진입니다. 저희는 청년들의 실존적 변두리인 노량진에서 밤낮없이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는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작은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집밥이 그리운 그들에게 따뜻한 점심을 준비해서 함께 먹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존재와 그들이 처한 현실을 경청하는 동반자로서 노량진 ‘메리 워드 청년공간 ING’에서 봉사한 지 이제 4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저희 수도회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을 만나고 동행하는 시도 중의 한 예입니다.

 

“성소란 무엇일까요? 하느님은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무엇을 원하고 바라실까요? 모두 수도자나 사제되기를 원하실까요? 모두 결혼하기를 원하실까요? 더 나아가 같은 일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기를 바라실까요? 아닐 것입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많이 지치고 잘 풀리지 않는 일들 때문에 불평과 화가 가득찬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화가 잔뜩 난 말투로 “하느님에게조차 화가 나요.”라며 말을 시작했으나 대화를 하면서 차츰 그 ‘화’조차도 자신이 열심히 살고 싶은 열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이어진 기도와 동반을 받으며 그 화가 세상을 향한 더 큰 투신의 에너지로 바뀌어 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그는 적극적으로 난민을 돕는 활동가로 현장에서 뛰고 있습니다.

또 다른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신앙인으로 잘 살고 싶은 마음이 큰 청년이었습니다. 청년회의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교회 안에서 봉사도 많이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바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자꾸 공허해지고 자신이 원하는 것도 모르겠고 하느님께서 원하는 것은 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그가 영적 동반을 받고 기도를 하면서 “이제 찾았어요! 그것은 많은 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즉, 가족을 챙기는 것,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주고 공감해 주는 것,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 그는 자신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임을, 이미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탈렌트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큰 사랑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사실 청년들은 각자 무엇인가 하고 싶고, 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과 갈망이 있습니다. 제가 만나고 있는 청년들 중에도 그러한 갈망과 냉엄한 현실 사이의 많은 문제들 앞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렇기에 저희 성소실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피정과 동반에서는 이냐시오의 영신 수련을 통해 청년들이 저마다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고유하고 유일한 삶(개인 성소)을 찾고 발견하여 세상 속의 청년 사도로 행복한 삶을 살도록 동행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하느님께서 그들 각자에게 가지고 계신 꿈과 바람인 고유한 부르심을 알아차리고 그 길을 찾아가는 영적 식별을 돕고 싶습니다. 성소는 소명(Vocation)이나 부름(Calling)이 아닌 대화(Dialogue)라고 하지요? 저마다의 삶의 성소는 한 번의 부르심과 한 번의 응답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계속적인 대화를 통해 점점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이냐시오의 영신수련은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기도방법입니다. 이 영신수련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예수수도회의 청년프로그램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카톡 채널에서 『빛더하기』에 접속하시면 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다 하느님의 때가 있다.” - 예수수도회 창립자 메리 워드

 

* 허선미 데레사 수녀님은 2005년 종신서원을 받았으며 청년사목과 성소실 소임으로 다양한 형태로 젊은이들과 만나고 영신수련 동반을 통해 청년사도의 길을 찾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 그동안 ‘부르심과 응답’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과 연재를 맡아주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