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비산성당(주임 : 허인 베네딕토 신부)의 샛별 쁘레시디움은 다른 쁘레시디움에는 없는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주일학교 교리교사만으로 구성되어 20대~40대 남녀 교리교사 8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특별한 샛별 쁘레시디움이 지난 10월 19일(토) 1,000차 주회를 맞이했습니다.
2000년 6월에 창립되어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지만, 다른 성인 쁘레시디움에 비해 부족한 점도 참 많습니다. 보통 레지오는 일주일에 한 번 평일미사에 참례한 후 주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저희 주일학교 선생님들의 경우는 직장인, 대학생, 또 야간대학에 다니는 선생님도 계시기 때문에 평일에는 주 회합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주일학교가 있는 토요일, 미사와 교리를 하기 전에 회합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에게 레지오 회합은 그리 즐거운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희 성당에는 ‘치명자의 모후’ 쁘레시디움이라는 소년 쁘레시디움이 있어서 중학생이 되면 반강제(?)로 레지오 활동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중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줄곧 레지오 활동을 해 왔는데다, 오랜 시간 기도를 해야 하는 레지오 회합 시간을 저 또한 다른 학생들처럼 크게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리교사가 되어 또 다시 레지오를 해야만 했으니 내심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된 것은 저의 성장과정과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집은 증조할머니 때 부터 성당에 다니셨는데 제가 4대째입니다. 자녀들 중에 사제나 수도자가 되기를 꿈꾸셨던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 함께 모여 저녁기도를 하도록 하셨고, 그 후에는 아침기도를, 그 다음에는 가정을 위한 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를 비롯한 각종 기도에다 심지어 다음날의 독서, 복음, 복음해설과 묵주기도 1단까지… 서서히 기도를 늘리셨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 가족의 저녁기도 시간은 20분을 넘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이 든 우리를 아버지는 깨우면서까지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어느 때는 반박을 해보기도 하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도 하면서 가족끼리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지금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서로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가정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강제적으로 시작된 기도생활이었지만 1년이 지나 2년, 3년… 어느덧 10년이 된 지금은 이 기도가 우리 가족을 많이 변화시켜 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새 저 스스로 기도생활을 하게 되면서 교리교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우리 비산성당 교리교사들의 레지오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렇게 부족한 점이 많은 저희 샛별 쁘레시디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할 거라면 없애는 것이 좋을지 저희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문제는 레지오를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다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레지오를 안 하게 되면 저희 교리교사회에서 함께 묵주기도를 할 일도 없어지고 활동보고를 의식해서 봉사나 선행을 할 일도 서서히 줄어들겠죠. 레지오 주회 중에 하는 활동보고는 은근히 서로를 의식하게 되니까요. 처음에는 다른 단원들의 눈치가 보여서 눈치껏 하던 기도나 선행이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자연스러운 활동으로 바뀌었습니다.
비록 저희 샛별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다른 쁘레시디움의 단원들처럼 평일미사나 묵주기도를 많이 하지는 않겠지만 등하교 때마다 자리를 양보하는 단원, 틈만 남면 묵주기도를 1단이라도 더 바치려는 단원, 분리수거 등 자연보호를 앞장 서서 하는 단원, 한 달에 한 번 요양원으로 봉사하러 가는 단원 등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일학교 돌봄”이라는 봉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쁘레시디움은 주일학교 아이들을 사랑하는 저희들만이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그래서 저희 비산성당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은 레지오 회합을 계속하기로 결정했고 이렇게 1,000차 주회의 영광까지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레지오 회합을 잘 할 수 있도록 성모님께 의탁합니다.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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